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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공간과 공감, 그리고 공강

분명 낮에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이 정리되면 블로깅을 하겠노라고 말했는데, 그건 내가 글을 적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그냥 생각났던 부분만 그리고 글을 적으면서 떠오르는 것만 적으려 합니다.

최근에 '문화'가 중요하다는 글을 몇 개 적었습니다. 스스로 글을 적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부분인데, 고백하자면 제 글에서 두 가지의 다른 문화를 하나의 문화로 표현되어있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 방식 또는 그 조직의 정체성 등을 나타내는 (조직/기업) 문화와 (보통 업무 외... 우리 대부분은 예술가가 아니니) 유희와 예술 활동을 포괄하는 문화. 이 들을 혼용해서 그냥 문화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생각없이 글을 읽어나가면 '그래 맞아'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뭐야 이거?'라는 반응을 보였을 법합니다. 어쨌든 오늘은 두번째 문화 예술을 뜻하는 의미에서의 문화를 목표로 글을 적는다고 지금 적을려는 순간, 결국에는 이게 조직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갑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조금 재미있는 프로젝트 또는 도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컬처베이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음 내의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을 시작해보고 또 그런 것을 통해서 즐거운 다음의 생활 또는 다음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뜻을 합친 이들이 있습니다.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 및 강연을 계획하기도 하고 아니면 제주의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 교류를 해볼까도 고민하고 있고, 아니면 다른 소모임들과 연계 및 교류를 본격적으로 해볼까? 아니면 텃밭이나 공방 등의 생산적인 활동을 전파해볼까? 등의 여러 생각들이 흘러다니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다음이 제주라는 공간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독특한 재미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했으면서 계속 꺼집어 내고 있으니...) 그런데 그런 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문화라는 것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서 전파되어 공유될 때 생기는 것일텐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제주의 다음 오피스가 다음스페이스.1으로 명명된 것은 다음스페이스.2, 다음스페이스.3 등이 계획 중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새로운 공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계획에 일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그 공간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할까?를 고민합니다. 먼저 공간이 주어지면 그 공간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까요? 아니면 자생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뭔가를 해보자라는 중지를 모은 후에, 즉 서로 공감을 한 후에 그런 활동을 전개할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맞는 걸까요?

그래서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먼저 공간이 주어지면 사람들이 공감해서 참여할까요? 아니면 공감을 한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맞을까요? 물론 이 둘이 합쳐져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공간이 먼저일까 아니면 공감이 먼저일까?

다음스페이스.1에 테니스 코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바닥이 정식으로 테니스하기에 좀 부적합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옆에 제주대학교에서 테니스 선수들을 초빙해서 자체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동호회가 발족되지 않아서 모두 자비를 들여서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테니스 강습을 받고 그래서 점심, 저녁 시간에 테니스를 치면서 여가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스포츠도 대표적인 문화활동이니 이제 다음에 테니스 문화라는 것이 생긴 셈입니다. 여기에서는 테니스코트라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테니스 활동이라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들이 학교 다닐 적에 테니스를 배웠고 그래서 테니스를 치고 싶었을 것입니다. 주변에 테니스 장을 전전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테니스장을 만들어달라고 건의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감이 모였기 때문에 테니스장이 생겨나고 그래서 이를 중심으로 테니스 문화가 생겨난 것일까요?

일전에 텃밭 얘기도 몇 번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다음스페이스.1 서쪽에 꽤 넓은 텃밭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가족끼리 나와서 텃밭을 가꿉니다. 그리고 전에는 점심식사 후에는 그냥 담배만 피며 잡담을 나누던 사람들이 이제는 식사 후에는 바로 텃밭에 모여서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는데 전염을 합니다. 일종의 텃밭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이 텃밭 문화는 텃밭이라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런데 최근의 귀농이나 참살이 트렌드에 편성해서 GMC에 있을 때부터 텃밭에 대한 요구가 사람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공감이 다음스페이스.1에 텃밭을 만들도록 이끈 것일까요?

공간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공감이 먼저일까요?

그런데 다음스페이스.1에 이해할 수 없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게이트볼장입니다. 보통 게이트볼은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하는 스포츠입니다. 다음의 직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도 이제 40대중후반정도입니다. 즉, 게이트볼을 할 사람이 없는 가장 금싸래기 땅에 게이트볼장이 만들어졌습니다. 게이트볼장이라는 공간이 생겼는데도, 아무도 게이트볼을 하지 않습니다. 게이볼은 문화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공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공감이 없으면 문화로 발전할 수 없나 봅니다.

역으로 사내에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새 사옥에 축구장은 안 만들어졌습니다. 축구장은 부지가 커니... 좀 무리긴 합니다. 그러나 테니스장 크기의 풋살장은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에 대한 공감은 있지만 축구장/풋살장이라는 공간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한번 농구장에서 미니축구를 한번 한 것을 제외하면, 두달이 지나도록 다음스페이스.1에서는 축구/풋살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에 모여서 축구장에서 축구를 합니다만...) 공만있으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축구인데, 공감만으로는 축구문화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풋살장이 만들어졌더라면 눈치를 안보고 저녁 시간에 모였을 법한데 말이죠.

공간과 공감이 동시에 생겨서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현실에서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공간을 먼저 만들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봐라라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공감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라면 작성해서 오면 그것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할지... 하나의 성공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과 심리적인 공감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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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 성의없는 글을 적었습니다. 역시 생각을 좀 더 해보고 글을 적을 걸 그랬습니다. 글은 적고 있지만 글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더 이어가기도 힘들고 또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적도의 남자'식으로 바로 엔딩크레딧 올라갑니다. ...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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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12.05.25. 이 글을 처음 적을 때부터 '공'자로 시작하는 한 단어를 더 애타게 찾았습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위치를 타나내는 단어이고, 공감이라는 것은 사람 사이의 감정의 교감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즉, 시간, 공간, 인간의 3대 문맥 축에서 공간과 인간의 축에서 공간과 공감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 축에서 '공'자로 시작하면서 문화혁명의 시발이 될 수 있는 단어가 뭘까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우연히 '공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공강이란 대학교에서 강의 사이의 비는 시간을 뜻합니다. 그렇게 업무 등의 일 속에서 여유 시간이 주어져야지 즐길 수 있고, 문화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 축에서 문화의 동력으로 공강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좋을 듯합니다. 이름도 '공가' + 'ㄴ / ㅁ / ㅇ'으로 일부러 맞춘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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