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스페이스.1으로 이사를 한 후에 잘못된 건물 설계에 대한 여러 불평을 블로그에 쏟아냈습니다. 저는 단지 블로그에 그런 불편사항들을 열거하고 또 그런 부주의한 설계에서 얻은 깨달음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끝났지만, 실제로 사내게시판에 여러 불편사항들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시정이 되었고, 단기적으로 어려운 것들은 여전히 해결방법을 모색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글들을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여러 인터넷 서비스들의 이상한 디자인이너 운영 등에 대한 지적도 자주 합니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을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도 더 나은 제품으로 진화,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적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오늘 낮에 우연히 조삼모사 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조삼모사란 링크된 사전 정의에도 잘 나와있듯이 얕은/교활한 꼬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유래는 잘 알려졌듯이 중국 송나라의 저공이 자신이 키우는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는 세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내므로, 아침에는 네개, 저녁에는 세개를 주겠다고 말을 바꾸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하루에 제공되는 먹이의 양이 총 7개로 동일하지만, 배분의 순서에 따라서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짐을 보여주는 것이고, 또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일을 성사시키는 것 등을 표현합니다.
밝혔듯이 모든 서비스나 제품이 애초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런칭 후에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다시 수정 개선해서 재배포를 하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알파버전, 베타버전, RC1 등으로 실제 제품 런칭 전에 테스트하는 제품들도 자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구글이 사용하는 영원한 베타 전략도 사용합니다. 즉, 정식제품으로 출시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동안 베타 테스트를 거치겠다는 것이고, 때로운 영원히 베타 서비스로만 운영하면서 계속 조금씩 조금씩 수정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조삼모사처럼 보인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사무 공간 개선작업이 그런 느낌이었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들도 어쩌면 고객/사용자들을 상대로 조삼모사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성된 서비스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처음부터 100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100이라는 서비스를 만들면 사용자들은 그저 만족할 뿐입니다. 즉, 더 열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불평도 늘어놓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110 또는 120의 서비스/제품을 만들어냈다면 사용자들은 열광을 합니다. 누구의 표현을 빌자면 120%의 서비스는 '열광하는 팬'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역으로 70이나 80정도의 서비스를 출시하면 사용자들은 당연히 불만족스럽고, 불평을 합니다. 다양한 네거티브 피드백이 블로그스피어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전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서비스 제공자들이 그런 네거티브 피드백을 기반으로 서비스 개선 작업에 들어갑니다. 70짜리 서비스를 90짜리 서비스정도로 만들어서 새롭게 런칭을 합니다. 70에서 불평했던 사용자들은 그것보다 개선된 90짜리 서비스를 사용해보면서 예전보다 엄청 좋아졌다고 그냥 사용하게 됩니다. (민감한 사용자들은 여전히 100이 못됨을 인식하겠지만...) 90짜리 서비스를 통해서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어내는 방법은 애초에는 7~80 또는 그 이하의 서비스를 선보인 후에 조금 더 개선된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 제공자가 애초에 90짜리 서비스를 내놓았다면 사용자들은 재빨리 100이 아님을 인식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내보냈을 것입니다. 70짜리라는 서비스를 우선 선보인 후에 최종적으로 90짜리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사용자들로부터 만족을 얻어내는 방법... 치사하긴해도 잘 먹히는 방법일 듯합니다. 그런데 이게 조삼모사입니다. 처음부터 90을 보여주면 욕을 먹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70짜리로 욕을 먹은 후에 90을 선보이는 방법이니...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서비스나 제품들이 이런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100 또는 그 이상을 제공하기도 약속했으면서, 최종 결과물은 90짜리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90을 주면 욕먹을 것같으니, 조금 조합한 베타버전을 만들어서 이건 베타니 너무 욕하지 마세요라고 살짝 꼬신 후에, 100짜리가 아닌 90짜리를 선보이면서 70짜리 베타보다 엄청 좋아졌지?라고 사용자들을 현혹시키는 것같습니다. 물론 서비스 제공자들도 여러 시간이나 재원 등의 리소스의 제약이나 주변의 트렌드/환경 등의 이유로 애초에 완벽한 서비스/제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에 설익은 제품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선발업체가 결국에는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설픈 데모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사용자들로부터 욕은 욕대로 먹고, 서비스 아이디어는 여러 거대 경쟁업체들한테 빼았겨 버리고...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나 제품을 넘어서 국가의 여러 공공정책도 이런 조삼모사 전략을 취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대책이라든가 금융/금리정책 등을 보면 그냥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임기응변이거나 그냥 떡 한덩이만 주면서 생색내기식의 정책들을 자주 봅니다. 근원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얄팍한 수가 너무 잘 먹힙니다. 그래서 그런 수에 중독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