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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On Randomness 랜덤에 대해여

지금은 한국 내에서도 페이스북 사용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카톡이나 마플 등의 완전 사적 메시징을 제외하면, 친분을 기반으로 한 어느 정도 사적이면서 그러나 외부에 공개되어도 큰 문제가 없는 온라인 대화는 웬만하면 페이스북에서 이뤄지는 듯합니다. 2~3년 전에 페이스북이 처음 한국에 전해졌을 때, 그리고 미국 등에서도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에 페이스북의 확산에 1등 공신은 Mafia Wars나 FarmVille 등의 소셜게임이었습니다. 마피아워스나 팜빌이 페이스북의 대표적인 게임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름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접속해서 즐기는 게임으로 Bejeweled Blitz가 있습니다. 기존에도 보석깨기 게임이 있었지만 나름 친구들 사이의 경쟁 개념도 가미되었고, 또 한 동안 캐쥬얼 게임의 열기를 반영하듯이 비쥬얼드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변에도 짬이 나는 시간에 그냥 가볍게 즐기는 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쥬얼드를 해보면 다양한 Gem들이 나옵니다. 특정 영역을 모두 부셔버리는 Flame Gems, 해당 보석을 중심으로 가로세로 십자에 놓여있는 모석 보석을 깨어부수는 Star Gems, 특정 색상의 보석을 모두 깨어부수는 Hypercube, 그리고 접수를 배가시켜주는 Multiplier Gems, 그리고 비쥬얼드의 게임머니를 얻을 수 있는 Coin Gems 등의 특수 Gems이 있습니다. 이런 특수 Gem은 특별한 액션을 취하면 생성됩니다. 4개를 동시에 깨어부셨다거나, 십자 또는 ㄱ자로 5개의 같은 Gem을 부쉈다거나 아니면 1자로 놓인 5개의 Gem을 부셨다거나 등의 액션을 취하면 위의 특수 Gem이 생성됩니다. 그런데 Coin Gems만은 특별한 조합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랜덤하게 생성됩니다. 이제껏 위의 특수 Gem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확인하려고 매우 많은 플레이를 해봤는데, 코인만은 그 원리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장 정석인 Help 매뉴얼을 확인해봤습니다. 이제껏 코인도 뭔가 원리가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 아래의 그림과 같이 비쥬얼드 공식매뉴얼에는 코인젬은 그냥 랜덤으로 생성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랜덤의 의미를 우리가 어떤 특수한 액션을 취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meaning that you cannot take any special action to generate them' 

비쥬얼드 Help 매뉴얼에 나와있는 Coin Gems에 대한 설명.

위의 문장이 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어떤 특별한 활동을 해야지만이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랜덤하게 생성되는 거였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가 깊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랜덤 Random이란 노력한다고 얻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라고 짧게 페이스북에 글을 적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에는 결과에 따라서 보상이 주어지기도 하고 또는 벌이 주어진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Life is Random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진짜 우리 인생이 랜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그 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에서도 '세상은 말하지 안될 놈은 안돼'라는 말이 어쩌면 노력의 무용론을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랜덤인 세상에서 어떤 노력을 하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업무나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면 그 성과에 대한 평가나 각 개인에 대한 인사고과에 대해서도 늘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랜덤하게 인사고과가 매겨지는 듯하기도 합니다.

(잠시 여담) 대학 때 한 교수님이 생각납니다. 모든 신입생들이 국어과목을 들어야 했습니다. 한 학년에 300명 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모든 과목들음 전교생이 들을 필요도 없고 또 여러 교수님들이 나눠서 한 과목을 가르치는데, 국어 과목만큼은 교수님이 한분 밖에 안 계셨습니다. (공대다 보니 인문학에 여러 교수님을 배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이 학점을 주는 방식에 늘 의문을 제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선풍기 평가로 학점을 준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었습니다. 즉, 교수님이 선풍기 앞에서 학생들의 리포트를 떨어뜨려서 바람에 날려간 거리에 비례해서 A+에서부터 학점을 매긴다는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RANDOM, meaning that you cannot take any special action to generate them이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10여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예정론'이라는 것도 믿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LIFE IS RANDOM이라는 말이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안 될 놈은 안 돼..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수고가 그냥 랜덤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너무 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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