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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나쁜 실패 그리고 독백.

사실 글 제목을 '좋은 실패'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좋은 실패가 뭔가?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쁜 실패로 제목을 바꿨다. 그런데 나쁜 실패가 뭔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할 수가 없다. 어쩌면 잘못된 학습의 결과로 이런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본고사 논술을 준비하면서 교단에 선 꼰대는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과 무관하게 정리가 잘 되고 글이 잘 쓰려질만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풀어서 제출하라고 가르쳤다. 미친 인간들... 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는데, 그런 꼼수를 가르치는 너네가 스승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어쨌든 좋은 실패보다는 나쁜 실패라는 제목으로 글을 적는 것이 더 쉬운 것같아서 결국 제목을 나쁜 실패로 정했다.

긴 설명은 필요없다. 나쁜 실패란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나쁜 실패다. 교훈이 바로 다음의 성공으로 이어지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실패든 성공이든 그것을 통해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실패이고 좋은 성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성공을 통해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교만해진다면 결국 그 성공은 나쁜 성공이 될테고 실패를 통해서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지 않고 자책 자기연민에만 빠져있다면 그것 또한 나쁜 실패가 아니겠는가. 모든 일에는 성공이나 실패가 따른다. 큰 성공도 있고 작은 성공도 있고 작은 실패도 있고 큰 실패도 있다. 어쨌든 성공이나 실패가 일의 결과로 주어진다. 그 결과를 통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생각할 거리를 얻어야 하고 행동할 거리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이든 실패든 좋은 것이다.

(독백)

순간순간에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무수히 되네여 보지만 요즘은 심리적으로 너무 불안하다. 몸도 많이 피곤하고 안 아픈 곳도 없고, 정서적으로 외롭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 주 월요일에 눈을 뜨면서 처음 스쳐간 생각이 '아 진짜 피곤하다'였고 집을 나서면서 '이제 좀 쉬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같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에는 거의 처음으로 방 안에 지갑과 핸드폰을 놔두고 집을 나섰다. 만약 차문을 열 필요가 없었더라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다양한 힘든 일들도 있었고, 어려운 과제를 하면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고, 물론 놀면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심신이 피곤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같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서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밀기만 하면 어디론가 밀려갈 것같고 당기기만 하면 그냥 그곳으로 안겨버리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어떤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일까? 그 결과는 성공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실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험과 시간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저 남들이 가는 편한 길을 택해서 룰루랄라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지금 오히려 나쁜 실패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커져간다. 지금 꿈을 꾼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며 열정을 불태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냥 스스로 좌절하면서 그냥 나쁜 실패의 길로 가고 싶다. 살면서 행했던 크고 작은 잘못들에 대한 죄책감에 불안에 떨고 있다.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도 크다. 시간을 되돌리면 나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을 것인가?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재능을 허비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허비하고 있다. 그렇게 실패의 길, 아니 나쁜 길을 가고 있다. 어릴 적 꿈이 뭐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고 외칠수록 나는 더 속박을 바라고 있다. 흐러는 강물을 거슬어가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떠내려 가고 싶지도 않다. 그냥 강 건너편을 건너가서 어떤 세상이 있는지만 구경만하고 싶은데, 나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강줄기에 겁을 먹고 있다. 깊은지 얕은지 재어보지도 않고 그냥 물이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다. 기억도 나지 않은 아기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나는 기억하지 않지만 주변에서는 항상 그 얘기를 들려줬다. 그래서 난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자연히 생겼는 것같다. 지금 강물의 비유도 어쩌면 그런 트라우마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잘난 체하고 여러 가지를 과시도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주변의 칭찬이나 반응에 숙쓰러워 얼굴을 붉힌다. 내 삶에는 늘 이중성이 도사리고 있다. 언젠가는 겉으로 터져나와서 다중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강한 척하지만 눈물이 앞선다. 눈물을 훔치면서도 뒤돌아서지도 않는다. 이상하다. 이게 나의 모습이었나? 이게 나였나? 스스로 다짐했던 시간이 가까워오지만 스스로 꿈꿨던 모습에서는 멀리 벗어나있다. 그래서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뭐지? 알고 싶다. 외롭다. 힘들다. 슬프다.

당신들의 꿈을 응원한다. 그 꿈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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