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도 어제 다음 제주 오피스에서 임정욱님의 강연에서 시작합니다. 정욱님의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 중에서 잠시 다뤘던 내용, 쿡선언 The Cook Doctrine,에서 영감을 받아 적습니다.
The Cook Doctrine은 2009년도에 1월, 스티브 잡스의 병가 중에 임시 CEO를 맡고 있던 팀 쿡 Tim Cook이 컨퍼런스콜 Conference Call에서 잡스의 부재시의 애플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말합니다. 이 답변이 쿡선언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쿡선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We believe that we’re on the face of the Earth to make great products, and that’s not changing.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구 상에 존재하고, 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We’re constantly focusing on innovating.
우리는 끊임없이 혁신에 집중할 것입니다.
We believe in the simple, not the complex.
우리는 믿습니다. 복잡성이 아닌 단순함을.
We believe that we need to own and control the primary technologies behind the products we make, and participate only in markets where we can make a significant contribution.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주요 제품을 뒷받침하는 주요 기술들을 소유하고 통제해야 하며, 우리가 주요하게 기여할 수 있는 시장에만 참여해야 합니다.
We believe in saying no to thousands of projects so that we can really focus on the few that are truly important and meaningful to us.
우리는 믿습니다. 수천 가지 프로젝트들을 거부해야만 우리에게 진정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소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We believe in deep collaboration and cross-pollination of our groups, which allow us to innovate in a way that others cannot.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 그룹들 간의 깊은 협업과 상호수분을 통해서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룩합니다.
And frankly, we don’t settle for anything less than excellence in every group in the company, and we have the self-honesty to admit when we’re wrong and the courage to change.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사내의 모든 그룹들이 탁월해야만 하고, 우리가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정직성과 변화를 꾀하는 용기를 갖고 있습니다.
And I think, regardless of who is in what job, those values are so embedded in this company that Apple will do extremely well.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가 잡스의 위치에 있던 상관없이 그런 가치관이 회사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어서 Apple은 극히 잘 해낼 것입니다.
- Tim Cook, Acting Apple CEO, January 2009 FQ1 2009 Earnings Call
이상의 쿡선언은 팀쿡이 컨퍼런스콜을 위해서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에 늘 준비된 멘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늘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위의 선언이 바로 애플의 문화, 철학, 가치이고, 그것이 전 직원들에게 공유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팀쿡이 임시 CEO가 아니었더라도 표현은 달랐을지는 몰라도 위와 비슷한 답변이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님 말고)
하나의 조직, 기업이 확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합니다.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회사가 스스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들이 공유하는 가치 위에서 모든 문제에 대한 결정이 쉽게 내려 집니다. 그들의 가치와 철학에 반하는 결정은 단호히 No라고 외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단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다면 그것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거부해야지만이 그들이 그들의 문화, 가치, 철학을 확고히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 글을 보는 순간 애플이 진정 부러웠습니다. 그들이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 기업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들이 멋지고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그들이 훌륭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고 좋은 지원체계를 가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지금은 다른 IT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많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애플의 그것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음) 그들에게는 확고한 문화, 가치, 그리고 철학을 가졌고, 그것이 전사에 공유되어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와서 다음의 미래는 어떨 것같습니까? 또는 다음의 문화, 가치, 철학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바로 다음의 비전은 이러이러하고, 이런 가를 추구합니다라고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세상을 즐겁게 변화~~'라고 말하면서 끝을 그냥 얼버무릴 것같습니다. 여러 분들도 각자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 회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당신 회사의 문화는 무엇입니까? 당신 회사의 가치와 철학은 무엇입니까? 바로 대답할 수 있는가요? 그렇지 못하다면 그 회사를 당장 그만 두거나 그 회사의 제대로 된 문화, 철학을 바로 세우는데 기여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일단은 -- 현실적인 환경이 변한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는 없으나 -- 두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지치지 않고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고, 작은 성공이라도 이룩하길 바랄뿐이지만...
(추가. 2012.05.05) 브랜드라는 것은 고객/사용자 또는 외부인이 특정 기업이나 그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반면에 (기업) 문화는 그 기업의 내부인 (또는 협력업체들)이 느끼는 그 기업에 대한 감정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브랜드파워를 가졌더라도 내부인이 느끼는 문화적 빈곤은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확고한 기업문화/철학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단합하고, 그러는 가운데 강력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