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의 유명한 명언이 생각납니다. '모든 창조 행위의 시작은 파괴다. Every act of creation, is first an act of destruction.' 오늘 이 명언을 차용해볼까 합니다.
Every action of connection, is last an act of separation.
'모든 연결 행위의 끝은 분리다.'정도로 직역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오후에 삼공 (공개, 공유, 공짜)의 시대에 대한 글을 구상하다가 갑자기 연결이 과해지면 분리가 가속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연결 = 분리'라는 등식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고나 할까요.
네트워크는 각 노드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SNS는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고, 검색엔진은 사람과 키워드와 문서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메쉬업은 정보/문서들을 특수 목적에 맞도록 연결해주는 것이고, 아마존이나 이베이는 사람과 상품/책을 연결해주고,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는 사람과 회사를 연결해주고, 데이팅 및 매치메이킹 서비스들도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IM, 카톡/마플 등의 서비스도 모두 연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분명 연결하고 통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연결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인천 앞바다와 부산 앞바다를 연결하려는 대운하/4대강같은 것은...)
그런데 연결되면 연결될 수록 분리가 결과는 분리로 나타나는 것같습니다. 하나를 연결하면 다른 것은 분리가 됩니다. 무섭습니다.
도로를 생각해볼까 합니다. 도로의 목적은 두 도시/지역을 연결시켜서 빠르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도시와 도시 또는 사람과 사람의 관점에서는 도로는 연결이라는 원래 목적을 잘 이뤄줍니다. 그런데, 큰 도로가 하나 생기면 도로 양쪽의 생태계가 바뀐다고 합니다. 도시와 도시는 연결이 되었는데, 자연은 두 개의 세계로 분리가 되어버립니다. 도로가 생기고 몇 년이 지나면 양쪽의 생물종의 분포도 달라지고, 같은 종의 생물도 크기나 색, 모양 등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연결이 분리를 낳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클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한 작은 그룹을 서클이라고 칭합니다. 대학 다닐 때의 동아리도 서클이라고 합니다. 이런 서클의 목적은 같은 관심사나 동기를 가진 이들을 모아서 서로 연결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서클이 하나 생겨나면 서클의 내부와 서클의 외부로 분리가 됩니다. 나와 우리의 세상과, 너와 그들의 세상으로 분리가 됩니다. 정보나 재미가 내부에서만 공유가 되고, 내부 멤버들에게만 공짜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그렇게 내부와 외부가 분리가 되고 차별이 발생합니다.
원자의 결합에서도 그렇습니다. 헬륨이나 네온과 같이 꽉찬 원자가 아닌 이상은 다른 원자들과 결합을 합니다. 그런데 두세 원자가 하나로 결합을 하고 나면, 웬만한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고서는 분리가 어렵습니다. 즉, 한번 결합되면 다른 원자들과의 결합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특정 부위의 연결이 강해질수록 다른 부위의 연결이 약해지거나 연결의 가능성이 희박해집니다.
서클 얘기도 했지만, 사회에서의 연결은 더욱 무서운 결과를 자주 목격합니다. 학교에서의 일진들 간의 연결과 그 나머지 희생자들/왕따들, MB의 고향을 중심으로 한 영포라인 또는 MB나와바리들의 횡포와 비리, 지금 파이시티의 문제가 한참 시끄러운데 그 비리에 포함된 무리들과 나머지 설량한 시민들, 정치 또는 경제 권력집단들과 나머지... 연결이 빛이었다면 분리는 그림자일까요?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듯이 연결이 강해지면 분리의 골도 더 깊어지는 듯합니다.
연결/분리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의의 연결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안과 밖을 고루 볼 수 있는 아량과 여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