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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속담이야기... 모난 돌이 정맞는다.

 속담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있다. 그런데 날 불편하게 만드는 속담들이 몇 개가 있다. 그냥 그 얘기를 해볼려고 한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사전)
사전을 찾아보면 두가지 뜻이 있다.
1.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면 대인 관계가 원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
2. 너무 뛰어난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기 쉬움을 이르는 말
1번은 좀 부정적인 뜻이고, 2번은 좀 시기의 표현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긍정적인 뜻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가 좋고 나쁨은 별로 의미가 없다. 위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난 이 속담이 싫다. 실상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예쁘고 반듯한 것을 갖고 싶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욕구다.
그래서 모난 부분을 제거해서 예쁘고 깔삼하게 만들고 싶은 것도 당연한 이치다.
자 생각해보자.
모가 나지 않은 돌은 어떤 것일까? 일단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돌 중에서 모가나지 않은 돌은 냇가나 바닷가에서 오랜 풍파를 견딘 조약돌들이 모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둥글둥글한 조약돌은 어디에 갖다 쓸까? 잘 돼면 정원을 가꾸기 위한 정원석정도... 그것도 크기가 좀 큰 경우에 그렇다.
주먹만한 조약돌은 어릴적 시골마을의 수돗가바닥을 깔 때 사용하거나 가끔 어르신들은 발에 생긴 굳은살/각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더 작은 경우는 그냥 바닥재로 사용하는 것같다.
자연 상태에서 네모반듯한 돌을 구할 수 없다. 모난 돌이거나 조약돌이거나 둘중에 하나다.
조약돌은 보기에는 좋지만 정작 쓰임세가 별로 없다. 

그런데 못생긴 모난 돌은... 일단 크기가 커다. 그래서 석공의 정이 가는대로 다음어져서 어디든지 사용될 수 있다.
조약돌이 겨우 사용되는 숫돗가의 바닥재로 모난 대리석을 깎아서 넣을 수도 있고,
화려한 럭셔리 빌딩이나 인테리어도 모두 모난 돌을 깎아서 사용한다.
물론 크기가 작은 모난돌은 그냥 버려진다.
간혹 크기가 큰 조약돌 (둥글둥글한돌)도 있다. 그런 경우도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는 적다.
용처에 맞게 다시 깎여야 한다. 모가 없는 둥근돌도 결국 사용될려면 정을 맞게 되어있다.
모난돌은 모양이 이상해서 정을 맞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용도를 맞추기 위해서 정을 맞는다.
둥근돌도 필요에 따라 정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은 잘못되었다.
모난 돌은 용처가 있는 필요석이다. 풍파를 견뎌서 유들유들해진 조약돌은 정말 쓸 곳이 없다. 각질/떼밀이용으로 말고는...

돌의 중요도는 모양보다는 크기에 있는 것같다.
모양이 예쁘면 조경석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조경석들의 특징은 모두 제 멋대로 생겼다. 모가난 것보다 더 못생겼을 때도 있다.
모가 없는 작은돌이 아니라 모가 있어서 정을 맞더라도 언제든지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모난 돌이 정맞는 것은 이치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에 따른 것이지, 모가 났기 때문이 아니다.
내 모양과 성격을 유들유들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부분/단점을 언제든지 정을 통해서 제거할 수가 있으면 됀다.
대신 정을 맞은 이후에 남는 부분이 많은 큰 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의 용처는 모가 없느냐의 여부보다는 돌의 굳기와 패턴의 유려함에 있다.
모양은 정을 맞으면 다른 모습으로 바뀌지만, 푸석푸석하거나 패턴이 없는 돌들은 그냥 버려진다.
바닥/벽재로 많이 사용되는 대리석이나 제주도의 검은 현무암 등은 모두 모양이 괴상하다.
그래도 정을 맞은 이후에 널리 이용된다. 가치를 인정받는다. 모가 났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돌의 가치에서 모의 존재 여부는 별로 중요치가 않다. 대신 제거할 수 없는 모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그런데 속담에서 말했잖은가... 정을 맞는다. 정을 맞으면 다 없어진다고...

이 속담이 기득권들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자기들의 재주가 없어서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아랫사람들이 모가 났다고 나무라는 것은 리더로써 자격이 없다.
그런 자신의 능력부족이라는 모는 왜 진작 제거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 길어지니 그만...

또 다른 속담/사자성어로.. 근묵자흑 (近墨者黑)도 좀 마음에 안 든다.
나쁜 사람을 사귀면 나쁜 행동/습관이 물든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함몰시켜버렸다.
먹을 가지고 놀면 분명히 손에 먹물이 든다. 그래서 손이 더러워진다. 맞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속담이 나왔겠지...
그런데 먹을 가지고 놀지 않고서 어떻게 수묵화가 나오고 명문가가 나오겠는가?
먹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쓸 수가 있나? 
검은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한다.
모단 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듯이 먹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누가 먹으로 손을 더럽히라고 했는가? 먹으로는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인간이 문제이지, 먹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먹은 원래 태생부터 검에 만들어진 존재다. 그 존재의 가치를 잘못된 논리로 폄하하면 안 된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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