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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문맥을 넘어서. Beyond Context

 적어도 지난 2년동안 컨텍스트 Context가 중요하다고 줄곳 얘기해왔던 제가 이제 '컨텍스트도 버려야 된다'라는 식의 글을 적는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지금 적는 이 글은 제가 특별히 미래를 예측한 시나리오에 기반해서 적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여러 정황이나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적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지난 밤에 이제 그 때가 되었구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에서 시작되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글로 표현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없지만, 과거의 꾸준한 흐름들을 볼 때 지금이 그 시기가 된 것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같습니다.

 사실 1~2주 전부터 검색의 궁극적인 미래에 대해서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허무하게도 '검색없는 검색'이 제가 생각하는 검색의 미래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검색 '행위'가 없는 검색입니다. (중간 단계로 타이핑없는 검색도 거쳐야할 듯... 단순히 현재 일어나는 사물검색이나 보이스검색을 넘어서는...) 그런 검색 행위가 없는 검색을 위해서는 개인의 니즈를 엔진/기계가 자동으로 파악해야 하고, 그런 자동화의 과정에 꼭 필요한 정보가 개인의 컨텍스트 정보라고 줄곳 얘기해 왔습니다. 개인의 컨텍스트 정보는 이전의 많은 글에서 밝혔던 3간, 즉 시간, 공간, 인간 정보입니다. 다른 히스토리 정보도 일종의 컨텍스트 프로파일로 볼 수 있지만, 히스토리라는 것이 공간 속에서 인간 관계가 시간 축에 나열된 것이니 앞서 말한 삼간문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같습니다. 특정 개인이 과거에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해왔고, 또 지금은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고, 또 그래서 미래에는 누구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것인가를 정확히 파악을 할 수가 있다면 그 개인이 굳이 '검색'이라는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정보나 행위에 대한 가이드를 엔진은 자동으로 제시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TV 등의 매체에 실린 광고들과 같이 컨텍스트-프리 (?)한 passive push가 아니라, 더 지능화된 푸시가 될 것입니다. 인텔리전트 푸시, 스마트 푸시, 어댑티브 푸시, 액티브 푸시 등으로 표현해도 될 것같습니다. 이제까지 검색이 일종의 pull 방식, 즉 검색어를 입력하면 적당한 문서들을 나열하는 형태,였다면, 미래에는 push 방식, 즉 굳이 불완전한 검색어를 선택/입력하지 않더라도 각 개인의 필요를 미리 파악해서 적당하/최적의 정보를 미리 보여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서 (검색) 엔진이 꼭 필요한 정보가 바로 삼간문맥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문맥의 한계도 벗어나야한다는 주장을 펼쳐야 겠습니다. 물론 검색이라는 컨텍스트 내에서는 아직 컨텍스트 정보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합니다. 현재 여러 곳에서 시도되는 단순한 실시간검색, 위치기반 추천, 및 소셜검색 등은 너무 naive한 형태의 컨텍스트 검색입니다. 검색이라는 영역 내에서는 아직 컨텍스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검색의 관점에서는 읽으면 안 되고, 더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모든 기술들도 라이프사이클이 있습니다. 탄생, 성장, 정착, 퇴화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기술의 종류에 따라서 그 주기가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는 차이가 있지만, 태어나서 죽는 과정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굳이 반론을 들자면 아직도 죽지 않은 기술들이 많이 있다는 점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에버래스팅 기술들이라고 해도 형태와 모양은 계속 바뀌어왔습니다. 그런데 보통 최신의 기술들을 보면 그 기술주기가 5~10년 정도로 보입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짧기도 더 길기도 하지만, 일반화시켰을 때 (그리고 느낌상 받아들이기에) 5~10년 주기가 적당해 보입니다. 보통 신기술이 탄생해서 처음 1~2년의 정착기를 거쳐서 5년 정도가 지나면 피크에 도달하고 안정기를 거치고 또 2~3년간의 전성기를 거친 후에 새로운 신기술이 등장해서 구기술은 서서히 인식의 범위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특정 기술이나 제품/서비스가 아닌 더 하위의 기술트렌드의 경우 그 라이프사이클 주기가 더 짧은 것같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말하는 컨텍스트 정보의 범람은 특정 기술의 영역보다는 기술의 하위 트렌드로 보여지기 때문에 지난 4~5년 동안의 번성/전성의 시기를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된 것같습니다.

 라이프사이클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편재성의 측면에서도 컨텍스트에서 우리의 시각을 돌려야할 것같습니다. 어떤 기술구루가 'The step after ubiquity is invisibility'라는 말을 했습니다. 즉, 특정 기술이 편재하면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무 편재해있기 때문에 그 기술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술의 사망보다 (눈에는 덜 띄지만) 기술의 편재성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나만의 기술이었지만 확산과 편재의 과정을 거치면 모두의 기술이 되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는 차별성도 독창성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조금 더 나은 운영의 미를 가진 자들만 살아남게 됩니다. 컨텍스트 정보의 활용이라는 것도 이제 편재의 과정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다 수용한 컨텍스트 기술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수용/인식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로의 전이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beyond context를 말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명명하기를 2008년도는 소셜 (인간/관계)의 해, 2009년은 (실)시간의 해, 2010년은 위치 (공간)의 해라고 했습니다. (물론 특정 년도에 해당 기술이 출현해서 번성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술의 특성상 그 이전에 등장/시도되었고 또 그 이후에 더욱 성장/번성해갑니다. 여기서 특정 시점을 콕 찝어서 말한 것은 특정 시기에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의미입니다.) 각각의 컨텍스트들이 2011년을 거치면서 더욱 통합되고 우리 실생활에 더욱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편재성은 곧 비가시성입니다. 처음에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이건 어떤어떤 특정이 있다라고 분석하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히 그런 기술/트렌드를 포함한 제품/서비스거니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소셜이 강세를 보일 때는 모든 제품/서비스에 소셜기능을 장착하고, 시간이 강세를 보일 때는 모두 실시간기능을, 그리고 위치가 강세를 보일 때는 모두 위치기능을 추가하기 바빴지만, 이제 나오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디폴트로 그런 시공인간의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그런 컨텍스트는 편재의 시기에 도래했다고 보여지고, 그렇다면 그런 컨텍스트 기능은 사람들의 인식과 관심에서 이제 벗어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젠 컨텍스트 너머를 더 심각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그리고,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소셜이나 실시간, 위치정보 등에 식상함도 느끼게 되고 피로감도 느끼게 되고 때로는 염증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디지털이라는 것에 염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디지털화 될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때론 디지털 러다이트 운동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신선한 기술 또는 (단순) 트렌드의 무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가 특별히 컨텍스트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컨텍스트이 맏형인 '소셜'에서 제일 먼저였습니다. 소셜 자체에 염증을 느꼈다기 보다는 그냥 모든 곳에 '소셜'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광고하는 것에서 염증을 느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전에도 언급했던 '소셜쇼핑'입니다. 지금 소위 소셜쇼핑이라고 말하는 것들에서 '공동구매' 이상의 무슨 소셜리티가 있는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그루폰의 경우도 쉽게 설명하면 그냥 공동구매입니다. 그런데 단순 공동구매가 아니라,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구매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몇 십배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의 상황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시/동네에서 이뤄지는 공동구매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좀더 엄밀히 따지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원데이 One-day 공동구매입니다. 인터넷/이커머스 초창기부터 등장했던 공동구매 서비스가 단순히 소셜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소셜쇼핑으로 재포장되는 그런 과정에서 소셜의 한계를 보게되고, 염증을 느끼게 된 것은 저뿐입니까? (어떤 용어가 마케팅 용어가 되었을 때는 그 용어의 효용가치가 모두 상실했다는 증거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페이스북에서 불필요하게 엮여졌던 관계들을 모두 끊으면서 소셜 이후의 삶을 준비해왔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적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구글플러스에서도 무수한 관계요청들을 보면서 대체 이게 소셜인가?라는 기술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 글이 매끄럽게 잘 쓰여졌나요? 저는 그냥 문제를 인식할 뿐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냥 지난 밤에 컨텍스트 너머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그런 생각에 미쳤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위와 같은 소소한 것들을 나열하게 되었습니다. 더 그럴듯한 많은 증거들이나 정황들도 있겠지만, 저의 능력의 한계로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이제 공은 제 손을 떠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넘어갔습니다. 한번 고민해보세요. 혹시 좋은 생각이 있으면 제게도 살짝 귀뜸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글을 적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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