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Pin It
어느덧 제주에 내려와서 생활한지도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짬이 날 때마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 특히 백록담,에 오르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었는데, 오늘 더디어 한라산 등정을 시도했다.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성판악을 출발하여, 진달래밭을 찍고, 백록담을 찍고, 관음사로 이어지는' 거창한 코스를 나름 준비했다. 시작부터 사진도 많이 찍어서 제대로된 제주여행기라도 올려볼 생각도 가졌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사진을 한장도 제대로 찍지 못했기에, 이 글을 여행기나 포토에세이가 아닌 넋두리로 처리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까 싶어서 사진없는 여행기를 시작해봅니다.

부연 설명을 붙이자면,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기 위해서는 성판악 (해발 750m)를 출발해서 진달래밭을 경유해서 백록담에 오르는 코스와 관음사를 출발해서 백록담에 오르는 코스가 있다. 그외에도 윗세오름을 통해서 가는 코스가 있긴 하지만, 현재 산림보호 차원에서 윗세오름과 백록담 사이의 등산로는 폐쇄되어 있다. 첫째 코스 (성판악)의 경우, 진달래밭까지 약 7.3km, 그리고 진달래밭에서 백록담까지 2.3km의 총 9.6km의 등산로가 준비되었다. 참고로, 늦은 시간 입산 금지를 위해서 진달래밭은 12시 30분 이전에 통과해야지 백록담에 오를 수 있으며, 백록담에서도 너무 늦지않게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밭까지 약 2시간 정도 소요되고, 나머지 백록담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진달래밭에서 점심식사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백록담까지 걷는 시간이 총 4시간 정도 필요할 듯하다. 물론, 하산하는 시간도 등산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관음사 코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직 없으니 이 글에서는 패스하기로 하겠다. 관음사와 백록담사이의 거리는 8.7km라고 한다. 관음사 코스는 거리도 멀지만 시작시점의 해발고도가 성판악보다 낮기 때문에 경사가 급할 것으로 보인다.

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일단 차 한대를 관음사 주변의 주차장에 세워놓고, 4명이서 성판악으로 이동했다. 10시가 조금 못 되어서 도착해서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성판악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하고, 주변의 길가에 노상주차를 시도했다.) 바로 등산을 시작해서 12시가 못 되어서 진달래밭에 도착했다. 처음 6km까지는 평이한 등산코스로 긴 산책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1시간 30분 정도의 긴 산책으로 지칠대로 지친 이들에게 나머지 1.5km 정도의 난코스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나머지 2.3km (진달래밭에서 백록담까지)는 더 심한 난코스가 예상된다. '예상된다'는 멘트에서 짐작했겠지만 계획 (성판악 - 진달래밭 - 백록담 - 관음사)은 계획일 뿐이었다. 동료중에 조금 늦게 진달래밭에 도착하신 분을 핑계로, 준비한 김밥와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컵라면을 먹고 나니 입산통제시간은 12시 30분을 훌쩍 넘겨버렸고, 우리는 모두의 일치된 의견으로 그냥 성판악으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 현명한 판단이었다. 백록담까지 마저 올라갔더라면 지금쯤 지친 몸으로 성판악이던 관음사던 어디로던 힘든 하산길 중에 있을 것이지만, 지금 이렇게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른하게 글을 적을 수 있는 기회는 놓쳤으리라. 꾸준한 운동 및 준비 (제주에 산재한 '오름' 깨기)를 통해서 내년 봄에는 다시 제대로된 백록담 등정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그때는 제대로 사진도 찍어서 사진과 함께 하는 제주도 여행기 (생활기가 더 맞는 말일지도...)를 올려야겠다. 물론, 관음사 코스도 제대로 확인해서 (다른 많은 분들이 이미 포스팅했겠지만)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할 기회도 있을 것같다.

전반적인 백록담 등정 (실패기?)을 통해서 한라산 등산에 대한 설명을 드리자면, 전체 코스의 길이는 길지만 평이(?)한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있기 때문에, 실제로 힘든 (급경사의) 등산코스는 그리 길지는 않다. 그리고, 산책로에는 나무로 정돈된 길들이 많아서 조금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들도 많지만, 전체 등산로가 거의 돌 (계단처럼 조성해둠)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래 걸으면 발이 조금 아플 수가 있고, 발목 등도 조심해야할 듯하다. 그래서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등산화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같다. 처음에는 오르면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전체 등산로가 숲속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탁트인 광경을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변명하자면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나머지 2.3km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마지막으로, 계절적 요인도 고려해서 여행/등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잦은 구름/안개때문에 1년 중에 백록담을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외지분들께서 제주도 날씨 (특히 백록담 구름 상황)까지 고려해서 여행계획을 세우기는 힘들겠지만, 여름 장마와 가을 태풍정도는 염두에 둘 필요도 있을 것같고, 현재 9월의 산세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듯하다. 겨울의 눈이나 봄의 꽃, 늦가을의 단풍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시점이 9월이 아닌가 (짧은 소견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라산 등정은 지미오름, 성산일출봉, 물찻오름 등과 같은 오름 등정과 다른 묘한 재미가 있기 때문에 제주 여행을 자주하시는 분들에게는 등산만을 위한 여행도 추천해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