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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납법과 연역법 Inductive vs Deductive Thinking

 논리적 사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걸로 귀납법 Induction과 연역법 Deduction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귀납법과 연역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단순히 사전적 의미에서 귀납법이나 연역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건 대강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먼저 사전의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귀납법: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로서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연구 방법을 이른다. 특히 인과 관계를 확정하는 데에 사용된다. 베이컨을 거쳐 밀에 의하여 자연 과학 연구 방법으로 정식화되었다. (위키사전더보기)
연역법: 연역에 따른 추리의 방법. 일반적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추리 방법을 이른다. 경험에 의하지 않고 논리상 필연적인 결론을 내게 하는 것으로, 삼단 논법이 그 대표적인 형식이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있다. 모든 지도자도 사람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도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있다.’ 하는 따위이다. (위키사전더보기)
 위의 사전 정의는 좀 모호하게 적혀있지만,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귀납법은 많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반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고, 연역법은 일반 모델에서 특수 사례들을 유추해나가는 것이다정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귀납법은 해보니깐 매번 이런 결과가 나오니 앞으로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이고 연역법은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이미 알려졌으니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풀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를 매번 이것은 귀납적으로 풀어야지 아니면 이번은 연역적으로 풀어야하지라고 명확히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한가지 방법으로 일반화나 특수화를 시도하기도 하겠지만, 때론 이를 적절히 썩어가는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고 있습니다. 간단한 문제인 경우에는 전자로도 해결되겠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의 복잡한 문제들은 후자의 방법이 적용되리라 봅니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또 회사에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제 경험을 종합해보면 저는 보통 귀납적 연역법 Inductive Deduction을 이용하는 것같습니다. 말이 좀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이와 비슷하리라 봅니다. 즉, 수많은 사례연구를 통해서 특정 모델을 정형화한 후에, 그 모델에 따라서 새로운 문제에 적용해서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앞서 말한 수많은 사례연구는 초기과학에서처럼 수많은 실험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출판된 수많은 책들과 논문들을 두루 셥려해서 여러 개념을 배운 후에,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그런 개념들 중에 한두개를 꺼집어 내서 적용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OK이고 나쁘면 또 다른 도구들을 꺼집어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수많은 연구사례를 수집해서 개념을 익히는 과정'이 귀납법이고, 그런 '익혀진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에서의 결론을 미리 짐작해보는 것'이 연역법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일반 연구자들은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같습니다. 물론, 게중에는 뛰어난 실험자들은 수많은 반복실험/실패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던 초기과학자들도 많이 있고, 소위 천재과학자/수학자들로 알려진 일부 천재들은 머리에 갑자기 떠오른 개념을 펼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끈기를 가졌거나 천재적 발상의 소지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귀납적 연역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해갈 것같습니다. 어느 유명한 과학자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앞을 본다'라는 말을 했듯이 그런 거인의 어깨가 귀납의 결과이고, 앞을 보는 것이 연역이니 그 과학자도 원론적으로 귀납적 연역의 범주에 속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렇게 귀납적 연역에 대해서 줄기차게 설명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약 한달 전에 어떤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금 찾으려니 찾기가 어렵네요. (추가: 아래 댓글로 알려주셨듯이 이종필님이 적은 '천안함.광우병.4대강.. 들러리가된 과학'입니다.) 글의 요지는 MB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발생한 여러 사건들 - 광우병, 4대강, 그리고 최근의 천안함 사건 - 등에서 과학이 실종되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과정에서 과학적인 진실보다는 처음부터 짜놓은 각본 또는 결론에 맞추어서 주변 증거들을 맞추어서 결론을 도출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다'라는 결론에 부합될만한 증거들은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거나 반대되는 생각들은 모조리 무시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이런 과정에서 들어난 사고방식을 굳이 따지자면 '연역법'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먼저 결론을 내린 후에, 그에 따른 증거를 찾아가고 심지어는 증거를 조작해서 처음에 세운 결론을 증명(?)하는 것이니 연역법입니다. 앞서 말했듯, 연역법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천재들만의 장난감이 연역법입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는 귀납적으로 접근해서 결론 (북한의 어뢰공격)에 이르렀다면 지금까지 사회를 시끄럽게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설픈 연역법으로 빨리 사건을 덮어버리려했기에 사태가 더욱 커지는 것같습니다.

 앞서 말한 칼럼 (MB정권에서의 과학적 방법의 실종 - 과학적 방법은 '귀납적 일반화'로 보시면 될 듯)을 보며, 제가 지난 수년동안 저지른 잘못을 회상하게 됩니다. 말했듯이, 저의 연구방법이 대부분 귀납적 연역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거나 논문을 쓰기에 앞서, 먼저 결론을 내린 후에 그 결론에 맞는 증거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연구나 논문을 마무리했던 것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과정이 참 쉬웠습니다. 결론을 증명해줄 데이터를 수집해서, 결론에 맞는 결과만을 논문에 실으면 그만이었습니다. 데이터의 조작만큼이나 데이터의 임의선별은 연구자에게 범죄행위와 같습니다. (다행히 저의 경우는 처음에 생각했던 결과들이 잘 나와서 논문/연구가 잘 마무리되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충동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데이터의 조작이나 임의선택문제를 꺼내면 그 이전의 여러 사태들 (황우석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전/현정부의 선별적 데이터/여론 활용 등..)도 모두 들추어야할 것같네요. ... 다행히 저는 결과가 좋았지만, 제가 사용했던 방법이 너무 위헙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물론, 연역법의 모태가 될 수많은 개념들과 모델들을 습득하는 지나한 귀납적 과정을 거쳤지만, 어렵게 얻었기 때문에 또 너무 쉽게 사용해버린 것같습니다. 지금 다시, 만들어진 결론의 증명이 아니라 증명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결론을 도출하려니 너무 힘듭니다. 귀납적 연역에 너무 익숙해서, 완전 귀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참 어렵네요. 많은 경우, 귀납적연역은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그래도,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수한 귀납적 사고에 더욱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연역적 사고에도 문을 열어둬야 합니다. 그런 연습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이제껏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이론/프레임워크/패러다임 위에서 존속적혁신 sustaining innovation만을 추구하며 만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파괴적 혁신/창조 disruptive innovation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귀납적 방법에 익숙해지고, 또 연역적 방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제대로된 귀납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기초를 쌓을 수가 없고, 연역에 서툴다면 첨단을 달릴 수가 없습니다. 귀납적연역이 (나름) 쉬운 방법이지만 그런 쉬운 과정에서 새로움을 찾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새로운 이론/패러다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오거나 순간의 번뜩이는 재치/인사이트가 없으면 얻을 수가 없습니다. 시행착오는 귀납이고 재치는 연역입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연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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