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구글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
2000년대 초부터 구글 Google을 알고나서부터 구글을 애용하고, 좋아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구글이 낯선 회사일지 몰라도, 적어도 대학/대학원에서 연구를, 특히 영문 자료가 많이 필요한 분야에서, 꾀나한다는 사람들에게 구글은 절대로 떼놓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한참 학교에서 논문을 적을 때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전 구글에서 검색되는 것만 인용합니다." 그래요.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적당한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서 더넓은 도서관을 헤집고 다녔어야 했습니다. 물론, 그 시기에 운좋게도 ScienceDirect라는 많은 논문집을 모아두고 PDF로 제공해주던 초유의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도서관이 아니면 사이언스디렉트에서 적당한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고, 내 논문에 인용하는 것이 적어도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의 초기 모습입니다. 그러던 것이 2003, 4, 5...년이 되면서 대부분의 논문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게 되었고, 당연히 구글을 통해서 검색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선심성으로 구글스콜라 Google Scholar 서비스도 제공해주었지만, 저는 보통 '검색어 또는 논문제목 filetype:pdf'으로 제가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의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은 전혀 이용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찌라시들은 네이버/다음에서 더 잘 검색해준다는 소리에, 시간보내기 위한 검색은 네이버/다음을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세마이-강제로 다음검색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단지 비교용이고, 구글은 여전히 영문자료를 찾기 위한 용도로 사용중) 제가 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은혜를 베풀어준 존재가 구글이기에, 제가 구글을 당연히 좋아했고 구글에 취직을 하기 위해서 몇번 온라인으로 Apply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구글의 행보를 보면서 많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비즈니스적 선택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구글에 대한 호감정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제가 마치 애플빠가 되어가는 착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의 '애플이 아니면 구글'이라는 식에 제가 대입되어버린 것같습니다.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구글과 애플 모두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애플쪽으로 더 기우는 것이 사실입니다. 애플을 파괴적 창조자 Disruptive Creator로, 구글을 창조적 파괴자 Creative Destructor로 묘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이게 사실이기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구글이 '창조적 파괴자'이기에 제목에서 적은 '구글역설 Google Paradox'가 생겼습니다. 분명히 구글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서비스, 기술을, 그것도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지만, 그런 구글의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구글이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적어도 현재의 인터넷 시대에서 구글은 진짜 필요악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스스로 필요선이라고 주장하며 기업을 시작했지만, 기업의 어쩔 수 없이 선이 아니라 악이다라는 저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최근의 지속가능성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슈에 부합하면 많은 선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기업들 - 이익추구 -을 선이라 표현하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구글이 DoubleClick을 인수해서 온라인광고시장을 선점했을 때도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해서 무료 모바일OS를 선보일 때도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구글이 무료 Turn-by-turn 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폰에 탑재할 때도,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그래도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다른 모든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측면/분야에서 심히 우려는 되지만...) 그런데, 지난 밤의 구글 I/O에서 구글 VP 엔지니어인 Vic Gundotra의 말에서 전 '구글도 태생적인 악이구나'라는 전률을 느꼈습니다. Gundotra의 말을 적기 전에, 2010년 구글 I/O에서는 현재까지 중요한 3가지를 선보였습니다. 1. 구글이 작년에 인수한 On2테크놀로지의 비디오 코덱인 VP8을 오픈소스화하는 WebM 프로젝트 발표, 2. 구글의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의 차기작인 암드로이드 2.2 (Froyo) 발표 (프로요에 대한 세부 내용은 http://graynote.tistory.com/380 참조), 그리고 3.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구글TV (& 광고모델)를 발표했습니다.
다시 Gundotra로 돌아가서, 그는 지난 밤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If we did not act, we faced a draconian future. Where one man, one company, one device, one carrier was the future." (정정. Android를 처음 만든 Andy Rubin이 구글에 인수될 당시에 한 말이라고 합니다.) 대강 번역하면, '우리가 행동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가혹한 미래에 직면했었을 것입니다. 한명에 의해, 한 회사에 의해, 한 종류의 기기에 의해, 한 이통사에 의해서 지배되는 그런 미래말입니다.' 이 시점에서 그가 말한 한명 또는 한 회사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모바일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애플이 절대강자로 부상했지만, (적어도)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메인컴퓨터 시절에는 IBM, PC 시절에는 MS가 절대강자였고, 세상을 굴림했습니다. 지금 모바일 시대에 애플이 그 위치를 잠시 탈환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애플을 구글이 공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구글도 애플이 모바일에서 누리는 영향력 못지 않고, 인터넷, 구체적으로 검색시장과 온라인광고시장,에서 지배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더우기, 이들이 검색/광고시장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한 모바일시장과 구글TV를 기반으로한 (거실) 엔터테인먼트시장으로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역설적인 공격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MS에 의해서 지배되던 PC와 애플에 의해서 지배되는 모바일과 같이, 구글에 의해서 지배되는 인터넷/검색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MS의 독재와 애플의 독재에 맞서기 위해서 구글이 선봉장이 되었듯이, 다른 수많은 기업들도 구글의 독재에 맞서 싸워라는 메니페스토인지 궁금해집니다. 구글의 역설은 '독재에 맞서 싸워라'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독재를 감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기업은 태생적으로 '악'이다라고 말했던 것은,,, 그 어떤 기업도 MS나 애플과 다르다라는 기치로 시작했지만, 결국 그들이 되고 싶은 미래상이 MS와 애플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플래쉬 논쟁에서의 어도비의 명분도 우스운 논리고, 지금 구글의 논리도 우스운 것입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전략, 전술을 택한 것뿐이니...) ... 구글은 미래의 MS 도플갱어인 듯하다.
자, 구글 정신을 이어받은 많은 인터넷 세대여, 이제 구글에 맞서 싸우십시오. 이게 구글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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