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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Book Review

혁신기업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ma, by Clayton M. Christensen

4 / 5, 존속기술 sustainable technology와 파괴기술 disruptive technology는 기업의 성장과 진화의 쌍두마차다. 그러나 진화없는 성장의 결과는 죽음이다. 그래서 존속기술을 통한 몸집불리기와 함께 파괴기술을 통한 군살빼기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책에서는 나와있지 않지만, 기업의 역량을 8:2 수준으로 함께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성장할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파괴적 혁신 등의 경영관리 분야에 유명한 하버드비즈니스스쿨 Harvard Business School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지금 읽게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인 것같다. 현재의 삶에 조금은 만족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리고 반대 급부로 다양한 불만요소들이 싹트기 시작한 이 시점에 나의 위치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좋은 기회를 준 것같다. 항상 말로는 창의적이 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겠다는 입바른 말을 달고 살아왔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창조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것에 몸을 맡기는 모헙을 주저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자 조세프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도 이미 반세기가 넘었다.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러면서 기존의 정체된 관행들을 파괴함으로써 진화에 거듭해온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창조적 파괴는 대안도 없이 무조건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틀과 스탠다드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파괴과정이다. 비슷한 용어로 최근에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또는 파괴기술이라는 말도 늘리 사용되고 있다. 파괴하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그런 기술이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수 많은 기업의 성장을 보면, 그들의 핵심역량 및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것을 볼 수가 있다. 소위 존속기술 sustainable technology라는 것을 통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제품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량 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몰락해버린다. 공룡이 스스로의 둔화된 몸집 때문에 무너져내렸을 수도 있지만, 그런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자신보다 더 앞선 외부침입자에 의해서 멸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때론 환경의 변화라는 어쩔 수 없는 조건에 의해서도 멸망한다지만, 그러나 그런 환경의 변화에서도 살아남는 종들이 있다는 것은 공룡의 실패에서 우리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 이렇게 외부적인 침입자 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자의 특징이 무엇일까? 경영서적이나 또 소개할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는 이것을 파괴기술 disruptive technology라고 부른다. 파괴기술은 존속기술과 같이 연속적이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 파괴기술이 될지 또는 그 기술이 만들어낼 시장의 종류나 규모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계획을 세우더라도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파괴기술에 의한 시장/환경이다. 공룡이 몸집을 불리는데는 존속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킴으로써 가능했다. 당시에는 크고 힘쎈 자가 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고 또 다양한 종들이 나타나면서 더 몸집이 작으면서 민첩한 종들이 거대 공룡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에는 공룡들의 먹이감을 빼았아가고 또 결국에는 거대 공룡들을 직접 공격해서 멸망에 이르게하는 이런 이야기는 단순히 자연과학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경영의 현실이다. 공룡이 존속기술을 통해서 힘과 몸집을 키웠듯이, 새로운 경쟁자들은 파괴기술을 통해서 군살을 빼고 민첨성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몸집의 크기가 경쟁력이던 그런 시대에서 몸놀림의 빠르기가 경쟁력인 시대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파괴기술에 따른 변화이다.

 책에서 또 다른 다양한 파괴기술 및 존속기술의 속성이나, 왜 그런 나름 혁신기업으로 칭송받던 (초기의 파괴기술을 장착한) 기업들이 새로운 파괴기술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들과 관점을 소개해주고 있다. 이 리뷰에서 요약할 수 없는 수 많은 인사이트는 책을 통해서 직접 얻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존속기술을 한 손에 잡고, 또 진화를 위한 파괴기술을 다른 손에 잡고 전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해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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