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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Story

정보공개/공유는 정보 가용성과 정보 접근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O = A + A

 최근에 여러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에 하나로 OPEN (개방, 공개, 또는 공유)를 들 수가 있다. 이제까지 기업이나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여겨지던 다양한 데이터라던가 프로그램 소스코드 등을 일반에 공개해서, 대중의 힘을 빌어서 불석하고 개선해나가기 위한 것이다. 프로그래밍 분야에 친숙한 분들은 Open-Sourcing이나 GPL 등과 같이 말을 이미 많이 들어보셨을 거고, 이제 일반인들도 리눅스, 아파치, 파이어팍스, 오픈오피스, MySQL 등과 같은 오픈소싱을 통해서 공동개발된 다양한 제품들에 대한 이야기나 또 이들 제품이 주는 다양한 혜택들을 이미 누리고 있을 것이다. 오픈소스를 좀 더 일반화한 개념이 오픈 이노베이션 Open Innovation이라는 개념도 최근에 각광을 받는 용어다. 단순히 프로그램 코드의 공개 및 공동 개발을 뛰어넘어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공개해서 일반인들이 열람도 하고 분석도 하고 재가공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거나, 기업/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일반인 또는 타 집단의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해결해나간다거나, 아니면 기업의 잉여 재산 (특허 등)을 일반에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오픈하는 것 등이 모두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설명이 될 것같다. 캐나다의 금광회사인 GoldCorp 이야기나, 이노센티브나 P&G 등의 다양한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이미 일반화되었다. (자세한 사례를 찾아보기 위해서는 돈 탭스콧의 <위키노믹스>를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집단지성이나 크라우드소싱이니 이런 개념들도 오픈이노베이션의 다른 이름 또는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가 있다.

SNOW 사이트의 플래쉬 현황

 왜 이렇게 오픈에 대해서 장황하게 나열했느냐 하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오픈/공개/개발/공유에 대해서 제대로된 개념을 잡지 못하거나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아서다. 일례로, 최근에 숙명여대에서 SNOW (snow.or.kr)라는 지식공유를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세계 도처에 돌아다니는 다양한 지식이나 동영상들을 모으고, 일반인들이 접속해서 공유해보자는 좋은 취지로 만든 것같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이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과연 이 사이트의 목적이 지식의 공유/공개에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접속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이 홈페이지의 반이상을 덮어버리는 6개의 플래쉬였다. (본인의 MBP에는 ClickToFlash라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서, 어떤 부분이 플래쉬로 제작되었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오른쪽 캡쳐화면 참조.) 플래쉬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다양한 효과들이 있지만, 플래쉬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웹에서 정보의 접근성을 막는 요소 중에 하나다. 왜냐하면, 1 저사양 컴퓨터에서 플래쉬를 구동하는데 시간이 올래 걸리고, 2. 지나친 애니메이션 사용으로 사용자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3. 현재 모바일웹을 주름잡고 있는 아이폰의 사파리에서 플래쉬를 지원해주지 않고 있고, 4. 플래쉬창이 고정되어 모바일환경에서 보기가 불편하고, 5... 등의 이유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해친다. (물론 본인의 억지주장일 수도 있다.) 물론, 플래쉬를 사용했느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것보다는, 사이트의 철할에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위의 SNOW라는 사이트의 목적이 타이틀 (Open Knowledge Share Dreams)에도 나와있듯이, 지식을 공개,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데이터/지식을 한 곳에 모아둠으로써 정보의 공개/공유가 다 이뤄진다는 생각으로 사이트를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본 포스팅의 글에서도 적었듯이, 제대로 된 정보의 공개/공유는 단순히 가용한 정보가 있느냐?의 문제 뿐만 아니라, 그런 가용한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O = A + A, Openness = Availability + Accessibility). 분명, SNOW라는 사이트는 정보의 가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있지만, 정보의 접근성 측면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고사양의 PC/IE 사용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된다면 반쪽 접근성만 제공해줄 것이다. SNOW와 같이 정보의 공개/공유를 목표로 내건 사이트라면, 고사양이던 저사양이던 쉽게 접근해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해줘야 한다. 그리고, 일반 PC에서 뿐만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서도 쾌적하게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전면 플래쉬로된 아이티나인 홈페이지

 플래쉬 얘기가 나와서, 조금 다르지만 유사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어느날 음악관련 검색을 했는데, 스폰서링크에 SK의 멜론 어워즈라는 사이트가 보였다. 그래서 어떤 사이트인가 싶어서 클릭했더니 사이트 전면이 딱 두개의 플래쉬로 만들어졌다. (그래도 오른쪽 상단에 메뉴는 일반 HTML로 작성되었음.) SK라는 대기업이 홈페이지를 제작하는데 달랑 2개의 플래쉬로 전면을 내세우다니,... 이런 상업적인 사이트는 단순히 화려한 화면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보다는 제대로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 1차 목적일텐데, 얼마나 가진 것이 없었으면 화려한 화면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을까?라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두번째 사례로 들어보겠다. 현재 제주대 근처에 살고 있는데, 제주대 사거리에 보면 '아이티나인'이라는 홈페이지 제작회사가 있다. 회사의 벽면에 N에서 '아이티나인'을 검색해보세요라는 대형 옥외광고를 설치해두었다. 평소에는 얼마나 잘 만드는 회사인지 궁금했는데, 사무실이나 집에 왔을 때는 해당 회사를 검색해보는 걸 까먹곤 했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아이폰을 통해서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홈페이지 전체가 하나의 플래쉬로 구성되어있었다. (왼쪽 캡쳐화면 참조) 네비게이션을 위한 메뉴조차도 플래쉬에 모두 삽입된 형태여서, 아이폰에서 어떤 회사인지 도저히 확인할 길이 전혀 없었다. 홈페이지 제작회사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기술을 자랑하고 싶은 욕심은 있겠지만, 그럴 요량이라면 포트폴리오 메뉴를 따로 만들어서 다양한 템플릿 등을 보여줘야하는데, 홈페이지 전면에서부터 접근성을 가로막는 그런 디자인을 선보이다니... 제가 홈페이지 제작을 의뢰한다면 이런 회사와는 절대 계약을 하지 않을 것같다.

 마지막으로 요약하자면, 정보의 공개/공유는 정보의 가용성과 정보의 접근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국내의 많은 정보공개/공유의 움직임이 있지만 정보의 가용성 측면만을 강조해서 많은 데이터는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사용자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너무 허다하다. 정보를 공개하고 싶다면, 사용자들이 정보를 열람하러 오는 길부터 먼저 제대로 닦아둬야 한다. 정보공개/공유 사이트는 정보를 예쁘게 보여주는 것에 앞서, 정보 자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는 국내의 모든 인터넷 (포털) 서비스들에게 원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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