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폰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한국의 인터넷은 아이폰에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성의없는 글을 올렸는데, 어쩌다보니 시리즈물처럼 후속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전글에 반응은 신통찮았지만 (그리고 다음검색에서 상위에 노출되어서 낚시글처럼 보였겠지만), 나름 포털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써 책임을 느낍니다. (사내에서는 항상 욕하고 다녀서 적?도 많지만, 외부에는 글을 잘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더 포털에 포커스를 두고 얘기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재미없고 논리도 없습니다. 무겁게 들어오셨더라도, 지금 가볍게 나가셔도 됩니다.
어제 올린 글을 리마인드시키자면... 한국의 인터넷은 모바일 환경에 맞지 않다. 1. 모바일에서는 IE보다는 비IE 브라우저가 대센데, 한국의 웹은 IE에 너무 종속적이다. (그리고, IE도 모바일 버전이 PC버전과 완전히 같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2. 모바일 환경에서는 유연하고 가벼운 웹이 필요한데, 한국의 웹들은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이미지/플래쉬 등을 과하게 사용해서 너무 무겁다. 로딩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정액제가 아니면 접속할 엄두를 못 낼 것이다. 3. 말뿐인 개방인, 폐쇄적인 구조는 모바일에의 다소 불편한 인터테이스에 맞지가 않다. 4. 적절한 수익구조라던가 새로운 환경에서의 보안방법 등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등의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어제글보다 더 멋지게 정리된 듯.. 음, 뿌듯.)
PDA, 스마트폰, 또는 MID보다는 아이폰이 현재 모바일웹 디바이스를 말해주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기기들을 통칭해서 그냥 아이폰이라 부르겠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은 '이통사와 고객'이라는 (모바일 환경) 패러다임을 '이통사 - 고객 - 인터넷/웹'으로 확장/정립시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과 웹이 분리된 시절의 재왕은 포털이었습니다. (구글이 웹의 재왕이지만, 형태만 조금 다를뿐 포털의 전형을 밟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의 패러다임 (사고의 틀)에서는 모바일웹 생태계를 절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웹은 웹이고, 모바일은 모바일이었으니까요. 이런 시점에서 아이폰의 등장과, 야금야금 커저만 가는 모바일웹 생태계에 이제서야 포털들이 자신들이 웹의 재왕이라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고 분주한 형세가 지금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어제 '모바일웹은 그저 또 다른 웹이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어쩌면 '웹의 재왕이 모바일웹의 재왕이 될 수 없다'라는 공식이 만들어질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처음에 글을 적을 때는, 현재 한국 인터넷을 이지경으로 끌고간 포털들이 - 네이버나 다음이나 또 기타 모두 사잡아서 - 이제 아이폰이 출시되고 모바일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호들갑을 뜰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시니컬한 글을 적으려 했지만, 업무 중에 잠깐잠깐 글을 적는 거라 생각의 정리도 어렵고, 글을 적으면서 다른 길로 새어버립니다.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적겠습니다. 정리는 읽으시는 분들이 각자 하시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이제까지의 모든 히스토리에 대해서는 생략하겠습니다. ... 이래저래 해서, 최근에서야 아이팟터치에 맞는 모바일앱스의 개발에도 다음과 네이버가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먼저 도입된 미국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웹에 올려진 데이터를 모바일앱을 통해서 보여주는 서비스로 시작해서, 점차 그런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모바일앱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AtoZ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기 시작하는 현재의 한국 대표 포털들의 모습을 봅니다. 아니, 아직까지는 A의 단계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다음지도/TV팟앱이라던가, 네이버의 몇몇 앱들의 완성도는 높을지는 모르겠으나, 창의성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밝히지만, 그런 제품을 제대로 사용해보지는 않고, 블로그 등에 올라온 리뷰사진들 정도만 봤지만,... 그 속에 숨은 철학정도는 알 수가 있습니다.) 모바일앱은 이제 시작단계니, A에서 벗어나서 Z+에 이를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더 창의성이 높고 한국에 맞는 앱의 개발뿐만 아니라, 미국 등지에서 겪었던 앱개발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했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어제 글에도 밝혔듯이, 현재 모바일웹에서의 포털들의 전략 및 구조적인 문제는 현재의 포털웹 구조 및 화면이 모바일 환경에 전혀 맞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모바일환경에 맞는 화면들 (보통 m.으로 시작되는 페이지들)을 새롭게 renewal하는데 온통 정신이 빠져있습니다. (이 과정도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단순히 메인페이지나 몇몇 대표 서비스들의 탑페이지만 모바일 환경에 맞도록 급하게 재구성/리뉴얼을 하기 때문에 링크를 통해서 흘러들어간 페이지들은 여전히 모바일 환경과는 동떨어진 것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부의 서비스들이 모바일에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자사의 다른 모바일-비호환 서비스들이 모바일 페이지에 그대로 노출/연결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요지는, 어제도 밝혔듯이, 단순히 현재의 서비스들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시킬 것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들을 구조적으로/밑바닥에서부터 검토해서 모바일 환경에도 맞는 서비스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같은 서비스/URL이지만, 일반 PC에서도 볼 수가 있고, 모바일 환경에서도 그대로 볼 수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나친 이미지나 플래쉬 등을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야할 것이고, 하나의 화면이 좀더 모듈화되도록 HTML 문서도 수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나 데이터들은 현재 화면에서 걷어내는 등의 다양한 개편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일단 생략하고 (또 적을 기회가 있을 듯)...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직 모바일웹을 실제 생활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되어있지 않은 국내의 많은 포털들이 아이폰의 국내도입을 왜 그렇게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단 모바일웹이라는 홍수가 몰아치면 그 후에 여러 대응들을 순차적으로 하겠지만, 홍수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계속 나오는데도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조금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생색내기 정도의 준비 이상은 아닌 듯) 국내의 포털들이 아이폰을 도입되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저로써는 도저히 납득/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9월 초에 http://www.readwriteweb.com에서 2009년 웹트렌드 베스트5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1. 구조화된 데이터/웹 Structured Data, 2. 실시간 웹 Real-time Web, 3. 개인화 Personalization, 4. 모바일웹 Mobile Web 및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5. 실물과 연결된 웹 Internet of Things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타이틀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내용이 우리의 실상과 더욱 가까운 웹이라는 의미와 통하게 됩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4번 모바일웹을 5가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듯합니다. (각각이 모바일웹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웹의 트렌드가 모바일로 흘러가고 있는데, 국내의 인터넷 대표주자인 포털들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까지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그런데 벌써/조만간 홍수가 터질 겁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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