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 요약 |
| 블로그가 대세다.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다음의 공식블로그가 있다. 이름하여 다음꼼 (DaumComm)이라 불리는 블로그 (아래 그림 참조)인데, 다음에서 신규서비스를 오픈하거나 기존의 서비스가 개선되었을 때마다 이를 알리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외견상으로 보면 업데이트도 빈번히 일어나고 나름 깔끔하게 블로그를 유지하는 것같지 보인다. 그렇지만, 본인은 다음의 직원이지만 다음꼼을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포털이라는 다음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의 수준이 저것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무관한 많은 다른 기업블로그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많은 (기업) 블로그들이 있을 것이지만, 추측건대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다음꼼보다 더 나은 수준을 보여주는 공식블로그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꼼을 통해서 현재 국내의 기업블로그들의 실상과 개선방향에 대해서 간략히 적어보려 한다.
다음꼼 - http://blog.daum.net/daumcomm
| 불만! |
블로그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기업블로그의 필요성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어떻게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기억할 수 없으나, 나름 기업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는 성공사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성공사례들의 공통점은 웹X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성공사례에 감추어진 실패사례들이 더 많다는 것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는 것같다. 실패원인 중에 대표적인 이유가 초기에 의욕적으로 기업블로깅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업데이트 주기가 길어지고 어느 순간 폐허로 남겨진 경우일 것이다. 그 외에는 특별한 정체성이 없는 글들로 채워지거나 지나치게 제품소개 등의 상업성 위주로 흘러간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서두에 말한 다음꼼의 경우 업데이트도 빈번히 일어나고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나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다. 다음의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한 블로그이므로 지나치게 광고를 개제한다거나 전화번호/URL로 도배가 되지도 않았다. 다음꼼이 개인 블로그였다면 분명 파워블로그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다음꼼은 실패한 기업블로그의 전형으로 보인다.
본인이 다음꼼을 실패한 전형이라 단언하는 이유는... 요즘 말이 많은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꼼에 오른 포스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댓글, 트랙백, 추천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회사에서 개인으로의 One-Way 블로그라는 것이다. 인기가 없는 본인의 블로그에도 가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더 가끔 트랙백도 달아주고 또 더 가끔 추천도 해주는데, 다음꼼에서 댓글이 달린 포스팅을 찾기란 여간 어렵다. 마치 댓글을 금지해놓은 것처럼...
왜 이런 일방향성 블로그가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블로그의 개설취지가 처음부터 소통이 아니라 홍보였기 때문이다. 기업블로그에서 자사를 소개/홍보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런 당연함에 만족할 것이라면 기업블로그가 아니라, 기업(공식/홍보)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이 맞다. (물론,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이 더 쉽긴 하다.) 블로그의 특성은 자발성과 쌍방향성 등을 들 수가 있는데, 다음꼼에 올라온 포스팅들에서 자발성을 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쌍방향성도 기대할 수가 없다. 다른 이야기지만, 티스토리 공식블로그에 새로운 공지사항이 뜨면, 댓글과 트랙백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과 비교가 된다. 티스토리 공지사항이 쌍방향성을 잘 구현한 이유는 블로거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인 것같다. 블로거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플러그인이나 이벤트 등을 알려주니, 블로거들이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지만, 다음꼼은 블로거/네티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우리가 이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으니 너희는 그냥 가서 잘 이용해라"식의 전근대적인 포스팅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필요가 아닌, 서비스제공자의 자기만족을 위한 블로그의 대표적인 사례가 다음꼼이다라고 단언한다.
다른 기업블로그들도 실패를 하고 있다면 분명 앞서 지적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같다.
| 대안? |
비판은 대강 여기까지 하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성공한 기업블로그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겠다. 본인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리고 긴 준비기간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생각나는 몇 가지 사항만 집고 넘어가겠다. 혹시 더 많은 가이드라인 (?)이 필요하다면 이미 성공한 다른 기업블로그들을 확인해보거나 블로그/소셜미디어에 관련된 다양한 책/포스팅들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이미 소개해드린 '링크의 경제학'도 필독하면 좋을 것같다.)
-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줘라. 다음꼼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단순히 신규/개선 서비스를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블로거들은 그런 홍보글을 보길 원치 않고, 블로그 주인과 호흡을 같이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주인장은 최종 결과물만을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것이 아니라 그런 결과물이 도출되기 까지의 behind story를 들려줘야 한다. 왜 이런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고, 또 기획/개발하면서 어떤 문제점들이 발견되었고 또 어떻게 해결했다는 등의 스토리라인을 가진 기획/개발과정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세부 과정에서 숨겨야할 비밀도 있을 것이고 모든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면, 해당 서비스의 기획/개발자와 인터뷰 내용을 담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라. 비슷한 얘기지만, 홍보 블로그는 글의 초점이 사용자보다는 글쓴이/회사에 맞춰지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이런 제품/서비스를 만들었다 식의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이런 (사용자들의) 필요 (앞의 기획의도와 비슷하겠지만)에 부합하기 위해서 이런 제품/서비스/기능을 구현하였다는 나름의 대화형 포스팅이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특히, 네티즌들이 기존 서비스에서 비슷한 경험 (어려움)을 했다면 새롭게 구현된 기능이 나를 위해서 만들어졌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제품/서비스는 나를 위한 제품/서비스가 되고 그럴 수록 그것에 더 큰 애착을 가지게 될 것이다. 즉, 네티즌/사용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간으로써의 기업블로그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 열정을 보여라. 이는 모든 블로그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기업블로그에서 많은 포스팅들은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업의 홍보담당이기 때문에 억지로 제품소개글을 적어서 블로그에 올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네티즌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기업블로그가 자발성이라는 블로그 순수성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는 없지만,) 블로그에서 열정을 볼 수가 없다면 네티즌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 혹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 고객센터를 통해서 질문되는 내용을 FAQ 형식으로 정리해서 블로깅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또 블로그 자체를 고객운영센터로의 기능도 담당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전략으로 보인다.
| 글을 마치며... 기업블로그는 홍보의 공간이 아니잖아요. |
글을 처음 적을 때는 다음꼼에서 느꼈던 실망감과 분노 때문에 시작했지만, 다른 많은 기업들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 것같다. 한번 실수/실패를 하면 다시 도전을 하는 것이 망설여지게 되겠지만, 블로그를 제대로 활용을 한다면 기업으로써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가 있다. 대안부분에서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사용자들은 진정성을 원하고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기업블로그라지만 그 속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가 없다면 결과는 '필패'일 것이다. 열정이 넘치고, 진정성이 있고, 인간미가 있고, 왁자지껄한 대화가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써 기업블로그를 운영하면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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