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근조] 격변의 시기...

슬프다. 생각할수록...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역사를 더 오래 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지만,
서양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던 구한말이나 주권이 침탈되던 그 시기를 누군가 격변의 시기였다고 부럴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일제강점기를 격변의 시기로 묘사할지도 모르겠다.
광복, 정부수립, 그리고 분단이 고착화된 전쟁의 시기를 격변의 시기로 정의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후의 많은 민주화운동들이 전개되던 그때를 격변의 시기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70년대 말에 태어나 민주화운동의 끝자락에 대한 기억은 철부지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후의 올림픽이니 IMF니 월드컵이니 뭐 이런 사건들만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철부지였기 때문에, 학생이었기 때문에, 공돌이였기 때문에 사회를 몰라도 되었던 그 시절이 그립지만은 않다.
바보를 떠나보내면서 "배고프게 그리고 바보처럼"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던 이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욕할 수 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실망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핑계를 댈 수 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역사가 말하는 격변의 시기들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이 시기의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내 기억이 이 시대의 기록이요, 우리가 이 시대의 증인이다.
그때가 최고의 시절이 아니었고 또 그때가 최악의 시절이 아니었다.
내게 남겨진 몫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그러나 오늘도 기억에 남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