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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비즈니스에 실패하는 회사들...(2)

1편이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럴려고 적은 글은 아니었는데... 의외의 반응을 얻으면 우쭐해서 다음 글을 적고 싶어지는데, 보통 그렇게 적은 글은 호응이 없다. 어쨌든, 1편에서는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들이 의미있는 데이터를 가지지 않았거나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장기적인 전략으로 꾸준하지 못해서 -- 즉, 준비가 제대로 안 돼서 -- 결국 실패한다고 적었다. 오늘은 약간 다른 관점에서 적을 적는다. (참고 링크: 데이터 비즈니스에 실패하는 회사들)

데이터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결국 데이터를 비즈니스로 연결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역으로 데이터 비즈니스에 실패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비즈니스로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어떤 단계 (관점)을 거쳐서 데이터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지를 알면 데이터 비즈니스 성패의 실마리를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하지만, 실은 지난 주말에 문득 떠오른 데이터 (엔지니어링),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의 단계/연결을 과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글을 적는다. 그렇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수집하고 통계자료를 뽑아보는 엔지니어링이 데이터 비즈니스의 첫 단계이고, 이를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둘째고, 마지막으로 그런 서비스에서 돈을 버는 것이 비즈니스 단계다. -- 끝 --

엔지니어링 단계.
1편에서 좀 터무니없이 적긴했지만,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인적 및 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데이터를 모을 서비스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데이터의 (또는 데이터의 가치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데이터를 남기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활용하지도 못하는 데이터를 쌓아두기 위해서 데이터 스토리지 등의 비싼 하드웨어에 투자를 할 수 없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스토리지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고 웬만한 스타트업들도 카프카 Kafka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HDFS에 분산 저장해서 스톰 Storm이나 스파크 Spark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사실 저에게 좀 약한 분야ㅠ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기초 통계 자료를 뽑아보거나 보기 편하게 각종 시각화 도구를 이용해서 화면에 예쁘게 그래프를 그려준다. 그런데 보통 여기서 끝이다. 기초 통계치를 뽑아보는 것은 단순히 현재 우리 서비스의 트래픽만을 확인하고 '잘 돌아가고 있군'하는 식으로 만족하는데서 끝나고, 실시간 트래픽 그래프를 그려보면서 그저 시스템에 장애는 없는지정도를 확인하는 것을 위한 것이다. 데이터는 결국 서비스를 운영하는 보조적인 열할에 거친다. ** 데이터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추가 분석 등의 작업을 통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그걸 어려워한다는 의미다.

서비스 단계.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 데이터 분석을 -- 통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는 의미다.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선/만드는데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거창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딥러닝이 대중화(까지는 아니지만)되면서 고급 기술을 사용하는 것만이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라고 오해를 하지만, 기본 통계치와 간단한 로직만으로 서비스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얻어서 서비스에 다시 반영하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서비스 단계다.

기본 통계치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 가장 많이 본 (Most Popular) 컨텐츠를 피쳐링해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간단한 것이 데이터의 서비스화의 첫 걸음이다. (그리고 이걸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사용자들이 의외로 많이 보는 컨텐츠의 카테고리를 찾아내서 새로운 섹션이나 독립 서비스로 만들 수도 있다.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이젠 더 적절한 컨텐츠를 어떻게 더 빨리/즉시/적시에 보여줄 수 있을까를 해결해가면 된다. 고급 기술은 필요에 따라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서비스가 완성되면 이젠 그 기반 위에서 비즈니스가 쉬워진다.
** '대용량 데이터 + 고급 인공지능 기술'이 데이터를 서비스로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의 걸림돌이다. 데이터 서비스도 과유불급이다. 필요한만큼의 데이터와 적정 기술.

비즈니스 단계.
이젠 비즈니스다. 서비스가 데이터 위에서 잘 돌아간다면 비즈니스는 -- 쉽진 않겠지만 -- 어렵지 않다. 보통 '인터넷 비즈니스 = 광고'이므로 광고를 그냥 또 하나의 컨텐츠로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그렇지만, 이게 쉽지는 않다. 서비스 쪽에선 광고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반목하고, 광고 쪽에선 서비스가 광고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불평한다. 애초에 (어떤 형태로든) 광고가 없는 서비스보다 광고가 붙은 서비스가 질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데이터 비즈니스를 제대로 했다면 광고가 서비스에 방해를 주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서비스의 일부로 인식시키거나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에서 개인화/추천 기술을 사용했다면 그 속에 광고 컨텐츠를 녹이면 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광고를 광고 같지 않게 서비스에 넣은 것이 그들의 성공 요인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광고와 일반 컨텐츠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광고가 아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렵다.) 스폰서 컨텐츠지만 필요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면 그건 컨텐츠로서 가치가 있다. 친구와 주말에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아직 항공권을 구하지 못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용자에게 제주도행 항공권을 가지고 있는 여행사를 알려주는 광고가 제주에서 먹고 놀았던 수많은 사진과 게시글 UGC보다 더 낫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컨텐츠를 보여줄 것인가가 결국 데이터 비즈니스의 승패를 좌우한다.
** 플랫폼 기반의 중계 (수익) 모델도 광고BM으로 봐도 무관하다.

광고 컨텐츠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해석했지만, 더 넓게는 데이터에서 찾은 비즈니스의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 비즈니스 단계다. B2C 관점에서 글을 적으니 광고BM이 거의 유일한 데이터 비즈니스처럼 적고 있다. 그러나 B2B에서는 서비스 자체가 BM인 되기도 하고, 데이터 전문 회사는 데이터 및 처리 기술이 비즈니스다. 다양한 데이터나 API를 오픈해서 라이센스를 받거나 기술지원을 하는 것도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고, (보통 크지 않은) 전문 회사들은 트렌드 보고서를 판매하거나 강연을 통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데이터 비즈니스에 실패하는 회사'라고 적었지만, 정상적으로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는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데이터를 잘 정의해서 수집하고, 기본 통계치 및 고급 분석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서비스에 녹여서 차원 높은 서비스로 만들고, 그 흐름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잘 동작하게 만든다. 이 흐름이 잘 동작한다면 당장은 큰 이득을 얻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적어도 실패하지 않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물론, 기반이 되는 서비스가 폭망했다면...ㅠㅠ

** 개인정보나 데이터 보호와 같은 이슈는 논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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