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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치즈'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제부터 '카카오톡 치즈'의 사전 예약 이벤트가 시작됐다. 새로운 앱/서비스를 외부에 공개하기에 앞서 내부에 CBT (Closed Beta Test) 버전을 우선 공개해서 최종 테스트를 거친다. iOS CBT 버전을 최근에 몇 차례 사용했다. (아직 사진 결과물을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 내가 원래 이런 종류의 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테스트해보지는 않았다. (이런 종류 = 사진을 왜곡시키는) 치즈의 개발이 결정되기 훨씬 전부터 카카오에서도 카메라/사진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졌지만, (최근 유행하는) 이런 형태/컨셉의 앱은 아니었다. 여행가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듯이 프렌즈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는 그런 형태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캐릭터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듯이)를 생각했고, 그래서 '프렌즈 캠'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프렌즈 = 친구 & 프렌즈 캐릭터, 캠 = 카메라 & 캠코더)

아래는 일종의 카카오 사내 게시판인 아지트에 올렸던 글이다. 제목은 '치즈는 성공할 수 있을까?'지만, 치즈에 국한한 얘기는 아니고 여러 미투 (카피캣) 또는 트렌드에 편승한 서비스/앱들에 대한 비판이다. 어쩌면 나의 관점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부인을 위해서 가볍게 적었던 글임을 고려하고 읽기를 바란다. 전체를 그대로 옮겼지만 일부 내용은 수정한다.

* 치즈는 이 글의 계기일 뿐, 치즈의 성패를 논하는 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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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물론 1천만명, 1억명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될 수는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트렌드와 프렌즈 캐릭터 로열티를 고려하면 실패하지 않은 서비스는 될 수가 있지만, 실패하지 않음이 성공했음과 동의어가 될 수가 없다. (*주, 현재 카카오에는 '1천만'이라는 괴물이 살고 있다.)

서비스에서 후발 주자들이 늘 하는 실수가 있다. 피타고라스정리처럼 마치 교과서에 공식이 나와있는 것 같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 반복되는 실수라면 실수가 아니라 실책이다. A라는 서비스가 갑자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같은/비슷한 개념을 가져와서 B라는 네이밍의 서비스를 만든다. 여기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한다. 더 많은 기능, 특히 무료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 많은 기능은 보통 복잡도만을 증가시킬 뿐, 서비스의 유니크함을 주지는 않는다. (*주, 보통 개념의 차별화가 아닌 중요하지 않은 기능의 추가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그래서 실패.)

모바일 시대의 다음 Daum의 역사가 그랬다. 단문에 사진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걸 강조한 서비스가 요즘이었는데, 요즘은 지금 없다. 다른 정책적 판단 미스가 있기도 했지만 다양한 무료 스티커를 제공하고 더 편한 기능이 많았던 마플도 현재는 없다.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하는 클라우드도 결국 비용 압박만 줬을 뿐 퇴출의 순수를 걸었다. 이정도만 얘기해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많은 서비스들이 있을 것이다. 토픽은? 플레인은? 쏠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시려나? 위드는? 150은? 해피맘은 아직도 있나? (*주, 그래도 발버둥이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 했다는 점은 높이 산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가 개념과 방식의 다양화였으면 현재 유산으로라도 남았을텐데...)

물론 치즈는 악세사리에 가까워서 앞서 언급한 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귀걸이가 있다고 해서 다른 귀걸이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노우나 다른 카메라 앱들이 있다고 해서 치즈를 설치 안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이를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다. 그저 악세사리 중에 하나일 뿐이다. 자동차나 집이 될 수가 없다는 거다. 유행이 지나면 안 입고 결국 버려지는 옷... 명품으로 기억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유행에 맞지 않는... 물론 명품이라면 유행을 거슬러야 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치즈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를 만들면 성공할 거라고 내놓은 것이 토픽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다. (*주, 그리고 대부분 완성도도 떨어졌다. 그렇다고 영원한 베타 형식으로 꾸준한 개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건 새로운 개념을 구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만약 치즈가 실패하고 철수했을 때, 치즈를 개발하면서 얻었던 경험이 다른 서비스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래야 한다. 새로운 도전이 중요하지만 실패한 도전이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몇년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페이퍼는 실패했지만 그 팀이 그대로 남아서 인스탄트 아티클을 만들었다는 것에 교훈을 얻어야 한다. 게임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플리커와 슬랙이라는 유산을 남긴 걸 생각해야 한다. 트렌디한 서비스만 쫓다보면 무형의 경험도 유형의 유산도 남지 않는다.

후발 주자 중에서도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가지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패스트팔로워들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들이 시장을 점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상에 선 그 순간이 바로 한계의 순간이다. 그런데 보통 자금이나 인력을 가진 거대 조직이라고 해서 후발주자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결국 개념과 철학의 부재는 비전을 모호하게 만들고 실행력을 갈아먹을 뿐이다.

보통 후발주자가 성공한 경우는 다른 외부적 요인(규제)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한글화라는 로컬라이징도 그렇고, 현지 실정법이라는 규제도 그렇다. (*주, 카톡은 일종의 한글화/현지화였고, 카택은 우버의 반사이익이 컸던 측면이 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사안은 아니지만...)

실패하지 않은 서비스가 성공한 서비스는 아니다. 비록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손 치더라도... 지금 당장 사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굴하는 노력과 가공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카카오에도 다시 천만요정의 가호가 있기를... (*주, 1천만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괴물이 될 수도 요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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