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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2015 메모리즈

카카오,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의 각종 포털과 소셜미디어들이 2015년 한해를 리뷰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인기 키워드나 주요 이슈를 다룬 특집 페이지를 내놓기 바쁩니다. 아직 2015년도가 보름이나 남았지만 저도 지난 1년 간의 저의 기록을 월별로 한장의 사진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작년에는 월별로 인물 사진을 선정했었는데 (참고. 2014 메모리즈), 올해는 그냥 평이하게 풍경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 8년째 제주에서 생활했지만 처음 겪는 경험도 많았고, 여러 사건 사고로 감정선이 변하던 시점도 있었고, 또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안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한달을 한장의 사진으로, 일년을 12장의 사진으로 모두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1월. 한라산 어리목코스에서 보는 아침 노을

인생 사진을 남길 뻔했던 날입니다. 30분만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산행했더라면...? 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 아침이었지만 특별한 순간에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평생 기억이 될 날입니다.

2월. 설밭의 나홀로나무

새별오름 나홀로나무에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이곳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찾는 회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밤에는 어떤 모습일까? 새벽에는? 안개가 짙은 날에는? 그리고 눈이 왔을 때는...? 그렇게 상상하고 기다리던 순간이 제게 허락됐다는 것은 참 기쁩니다. 별 사고 없이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월동 준비 제대로되지 않았다면 (눈오는 날 이곳에 와서 사진 찍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3월. 들불축제가 한참일 때 나홀로나무

일년 중에 제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날 그리고 장소는 정월대보름 이후에 새별오름의 억새를 태우는 들불축제 날입니다. 사람과 차가 매우 붐벼서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한번도 들불축제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새별오름과 좀 떨어진 나홀로나무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같고, 또 불타는 오름을 배경으로 나홀로나무 사진을 찍는 것도 괜찮을 것같아서 찾아갔습니다. 사진 동회에서는 조명등까지 갖져왔길래 그 빛에 조금 의존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조명이 꺼진 후에 검은 나무 실루엣 사진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는...

4월. 가파도가는 배에서

4월에서 5월 초면 가파도 청보리 축제를 3년째 찾았습니다. 멀리 한라산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날의 바다색과 하늘색의 조화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꽤 단순한 사진이지만 더 많이 찍어두지 못 했던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5월. 한라산을 담은 소천지

소천지라는 곳을 알고 난 후로 꽤 여러 번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장소를 알게 됐다는 점이 기뻤지만 차츰 방문 회수가 늘어날수록 소천지에 반영된 한라산 사진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사진을 남겼습니다. 이번 겨울에 날씨가 좋은 날이면 눈덮인 백록담을 담은 소천지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6월. 윗세오름의 철쭉

1년을 기다려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2014년도에도 철쭉 사진을 찍으러 갔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제대로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기다려서 다시 찾아온 6월에 윗세오름에 올랐습니다.

7월. 이호 방파제의 노을

저를 위해서 항상 기도해주시는 한 분을 멀리 떠나보내고 제주로 돌아온 날, 다시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서 이호항을 찾았습니다. 저의 슬픔과는 달리 세상은 참 평온합니다.

8월. 고내리의 물양귀비

야생화와 함께 한 8월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제주의 8월은 참 다양한 꽃들이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매크로 렌즈를 장만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 때이기도 합니다.

9월. 회사 주차장에서 보는 저녁 노을

그냥 매일 지나치는 장소에서 특별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냥 이 순간의 이 장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같습니다. 지금 다시 이 사진을 보니 사진이 좀 아쉽습니다. 구도를 조금 달리해서 더 많은 사진을 남겼더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합니다.

10월. 다랑쉬에서 보는 일출

다랑쉬오름을 오를 때마다 보는 장면이지만 이른 아침에 일출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지난 여름에 두어번 찾았지만 매번 날씨가 허락지 않아서 실패했습니다. 이 날도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아끈다랑쉬 너머의 태양을 볼 수 있어서 특별했던 순간입니다.

11월. 서귀포자연휴양림의 만추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장소지만 그곳을 찾아가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이 있습니다. 원래 모르던 장소를 새로 알게 되거나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늘 차를 타고 가면서 그냥 언젠가는 들어가보겠지라고 생각했던 장소인데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그런 장소 말입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이 저에겐 그런 장소였고 너무 늦게 찾아간 곳입니다. 더 자주 찾아왔더라면 그리고 2~3주 일찍 찾아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오히려 늦은 가을 정취가 참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12월. 사라오름 가는 길

작년에 안개가 자욱한 사라오름의 사진을 찍은 이후로 다시 찾아가보고 싶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찾아나섰습니다.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이런 날이면 제대로된 눈꽃을 볼 수 있으리라 은근히 기대하고 올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았고, 또 이 날은 기온도 다소 높아서 기대했던 설경과 눈꽃은 보지 못하고 안개 사진만 몇 장 찍고 돌아왔습니다.

저의 2015년 제주에서의 생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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