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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P

광고는 서비스다.

최근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던 팀에서 광고를 제공하는 팀으로 트랜스퍼를 했습니다. 제가 하는 기본 업무의 성격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검색, 쇼핑, 미디어 관련 데이터 분석 업무에서 광고 관련 분석으로 바뀐 것 뿐입니다. 오랫동안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며 지켜봐왔고, 다른 서비스 분석 업무를 진행하면서 광고도 주의깊에 살펴봐왔습니다. 광고를 중심으로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나름 조예가 있다고 자부하지만, 외부인의 시각에는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에서는 그런 외부인의 한계로 인한 오해를 배설할 수도 있고, 앞으로 비즈 업무를 대하는 자세나 방향성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업계에는 나름 내부 알력 싸움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쪽과 돈을 버는 (보통 광고) 쪽 사이의 긴장이 늘 존재합니다. 서비스 쪽에서는 가능한 사용자들에게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배제해서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광고 쪽에서는 가능한 많은 광고를 다양하게 노출시켜서 매출을 올리고 싶어 합니다. 서비스의 성격과 흐름에 크게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광고를 노출하고 최적화하려고 서로 협력하겠지만, 서비스 지향 기획/개발자와 비즈 기반의 기획/개발자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비즈를 담당하는 쪽도 매출에 대한 압박 때문에 악역을 자처하는 것은 잘 알지만,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간격보다 서비스와 비즈 사이의 간격이 더 커 보입니다.

어쩌면 제가 광고 외부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서비스가 먼저이고 나중에 광고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잘 붙이면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광고 내부인으로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야 하는 입장으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적어도 인터넷 업계에서는, 서비스가 먼저다라는 기본 전제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외부인의 시각에서 광고는 그저 서비스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요소에 불과했고,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광고에 집중하기로 한 시점에 다시 광고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광고가 그저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아니라 광고 자체가 하나의 서비스로써 역할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게 됩니다.

외부인의 오해일 수도 있으나… 광고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떻게든 최고의 매출을 올리면 된다라는 사고를 지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검색 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컸습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에 적정 정보를 노출하기에 앞서 불필요한 광고가 더 많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계속 그런 광고를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광고쪽의 반대로 무산되다고, 최근에서야 일부 키워드 군에 대해서는 광고 우선 전략을 폐기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음카카오 검색에서 정보 컨텐츠보다는 광고가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광고쟁이들의 궁극 목적은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다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오랫동안 가졌습니다.

보통 인터넷 광고에서 매출을 높이는 전략이라면 크게 단가가 높은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과 많은 클릭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광고의 형태에 따라서 다양한 과금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성과형 PPC (Pay Per Click)를 기준으로 봤을 때 클릭을 많이 발생해서 매출을 올리거나 한 클릭에서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그 둘이 큰 틀입니다. 광고 최적화의 목적식도 보통 '단가 x CTR'을 높이는 형태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비싼 광고를 더 클릭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가 광고팀들의 미션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광고사로부터 최대한의 매출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광고도 하나의 서비스입니다. 즉 광고(주)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입니다. 광고주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것이 필요한 고객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이 광고입니다. 남녀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데이팅 서비스이고, 친구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SNS이고,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검색 서비스이듯이, 광고는 광고주 또는 그들의 서비스/제품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자연스레 발생하는 것이 클릭이고 매출입니다. 광고가 어떻게 해서라도 클릭을 유도해서 매출을 올리게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배달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광고는 필요와 필요를 (때론 욕구와 욕구를) 연결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런 연결을 매개해주는 모든 것은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광고도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할 일도 어떻게 하면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광고) 서비스를 만들어줄까입니다. 고객 (광고주와 사용자 모두)을 만족시키는 것이 서비스의 목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광고주와 사용자를 잘 연결시켜주는 방법을 더 깊이 고민할 것입니다. 광고주의 필요와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통해서 결국 서비스 제공자의 필요도 충족된다고 믿습니다. 어떤 광고를 노출시켜줄 것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단가가 높을 것인가 또는 클릭이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광고주가 원하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가 원하는 광고/정보/서비스를 찾아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고객이 광고를 찾게 만들 것입니다.

광고 서비스를 하는 사람으로써 매출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이 제 1의 목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광고 또한 고객의 만족을 먹고 자라는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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