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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는 필요할까?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공부에 뜻이 있고 적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학위를 갖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위를 갖는 것은 부자로 가는 길도 아니고 그저 명예를 얻는 길도 아니다. 대강 석사정도를 할 거라면 그냥 학부를 마치고 취업하는 걸 조언한다. 물론 이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석사 2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남자는 군대 2년 연기정도의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학위는 박사를 뜻하고, 단순히 자격증으로써 학위가 아니라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학위를 뜻한다.

학위를 가지면 여러 가지로 좋다. 학위 때문에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걸 얻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이 크다. 물론 이상한 지도교수를 만나서 고생만 실컷하는 경우도 있으니 진로 선택은 조심해야 한다. 석사를 포함해서 젊은 시절의  5-6년은 진짜 길고 아까운 시간이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어떤 면에서 그냥 직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첨단 분야는 학교보다는 회사가 더 빠르고 실용적인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성과라는 압력만 없다면 회사가 여러 면에서 인프라나 지원도 더 좋다. 그럼에도 학위를 갖는 것을 권하는 이유는 학교에서만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 때문이다. 말했듯이 회사에서는 단기 성과에 목을 메지만 학교는 조금은 자유롭다. 교수들이야 급하겠지만 학생이 급할 것은 없다. 물론 학생 때는 조급하고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회사 생활의 불만 중에 하나는 어떤 문제를 근본부터 깊이 파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거다. 그렇게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헛짓을 해봐야 하는데 회사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능력 좋은 사람들은 미리 성과를 내고 사이드잡으로 이것저것 해볼 수도 있다지만 일반적으론 그렇지 못하다. 하나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려면 관련된 서적이나 논문을 탐독하면서 나름의 지식 체계를 만들고 그 지식 나무를 키워서 과실을 따먹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사실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별로 없다. 박사 2-3년차가 되기 전에는 학생이라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바보다. 혼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바라는 것도 없고 그저 사고만 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기간동안 많은 다양한 논문을 읽으면서 지식의 나무를 키워야 한다. 그렇게 몇년을 보내고 박사 3년차 쯤 되면 나무에 꽃이 피기도 하고 과실이 열리고 익히는 것이 보인다. 물론 천재적인 년놈들은 이런 과정없이 바로 과실을 얻기도 하지만... 그건 예외적이다. 당신이 이미 (어린 나이에, 20대 초반?) 과실을 얻지 못했다면 당신은 천재가 아니다.

학술 논문이든 졸업 논문이든 논문을 적는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문제를 발견해서 새롭게 정의하고 가정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고 또 그 결과를 하나의 레포트로 만들어내는 것이 쉬운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데 학위 과정이 이것을 연습하는 거다. 회사에서 경험하기 힘든 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십 수백편의 논문을 읽을 여유를 회사에서 얻기 어렵다. 어렵고 전문적인 게다가 영어로 적힌 논문이나 책을 쉽게 읽어서 종합해서 자신의 지식으로 만든 것은 쉽지 않다. 학위 과정은 이걸 수차례 반복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전문성을 키우게 된다. 이 과정에 얻는 지식과 전문성은 이 과정을 거쳤다라는 경험에 비하면 보잘 것없는 부산물일 뿐이다.

회사에서 보면 그저 한두편의 논문만 읽고 마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양 내세우는 사람들을 간혹 본다. 또는 다양 논문이나 주제를 그냥 남들이 엮어놓은 그대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외부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지도 못했으면서 어쩌면 소화시키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학교에서 삽질만을 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새로운 주제에 관해서 다양하고 깊게 읽고 이해하고 또 나만의 지식 체계로 만들고 기존의 것과 엮을 수 있어야 한다. 정상적으로 학위 과정을 거쳤다면 이게 가능할 거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걸 훈련하고 그 훈련을 인증하는 것이 학위다. 슬프게도 이것이 사회에서 더 잘 사는 또는 저질적으로 말해서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학위를 가졌다고 더 전문적이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걸 얻는 과정에서의 경험을 내재화하지 못했다면 일반적으로 그들은 남들보다 더 바보다. 더 다양한 경험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고 가치관을 형성할 시기에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문제 때문에 책과 논문에 파묻혀있었으니 그 쓸데없는 논문 주제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바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관심이 전혀 없지 않다면 학위를 가져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지식을 내재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비싼 기회를 가벼이 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학위가 없어도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없다고 주눅 들 필요는 전혀없다. 세상의 이치를 깨쳤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물론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이런 현상도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216053203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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