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좋은 사진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주말에 약속도 없고 날씨도 나쁘지 않으면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어느 곳이든 사진을 찍으러 나갑니다. 저의 천성적인 게으름으로 인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진 찍으러 가지 못합니다. 빠르면 10시, 늦으면 오후 1~2시에 고픈 배를 움켜쥐며 밖을 나갑니다. 그리고 또 천성적인 급함으로 하나의 사물이나 장소를 느긋하게 오래 관찰하면서 최고의 순간을 포착하지도 못합니다. 또 집을 나선지 서너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새로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도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귀가를 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점시시간 전후로 집을 나서서 오후 4~5시 경이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제가 사진을 찍는 시간대는 늘 일정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의 사진을 감상하거나 그런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진 및 피사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풍경 사진의 경우) 사진을 찍는 최상의 시간은 아침에 일출 전후와 저녁의 일몰 전후입니다. 햇볕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다양한 빛깔 때문에 가장 변화무쌍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대입니다. 그런데 저는 앞에 말했듯이 점심경에 집에 나가서 저녁이 되기 전에 귀가합니다. 즉 출사 골든타임을 빼놓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사진을 건지지도 못하고 사진 실력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열정보다는 제주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사진 찍는 것밖에 없어서 의무감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합니다. 모두가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좋은 촬영스팟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느긋하게 주변의 사물을 잘 관찰하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부지런함과 느긋함이 좋은 사진을 만듭니다. 실력이란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고 자연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무작정 많은 컷을 찍는 것보다 피사체의 최고의 장면을 담기 위해서 애정을 갖고 관찰하며 가장 좋은 시간을 찾아서 한컷 한컷을 담는 것입니다. 최근 색다른 나만의 사진을 담지 못하면서 그런 부지런함과 느긋함에 대한 갈증이 커져만 갑니다. 그런 부지런함과 느긋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비를 구입하고 모델을 섭외하는 등의 돈지랄을 하지만 그 이상의 내공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좋은 서비스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서비스도 부지런함과 느긋함의 결과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서비스들을 많이 이용해보고 관련 트렌드를 부지런히 숙지하면서 내가 맡고 있는 서비스의 개선 포인트들을 찾고 부지런히 향상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포기해버릴 것이 아니라, 그 서비스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합니다. 단기간에 많은 돈이나 시간, 인력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좋은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세상은 벌써 지금보다 몇 갑절은 더 좋아졌어야 합니다. 부지런함과 기다림이라는 이 역설적 능력이 좋은 서비스를 만듭니다.

녹차와 고사리는 새순이 나면 바로 따야 합니다. 그것이 부지런함입니다. 좋은 약재는 구증구포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내재된 약효를 최대한 뽑아내는 이것이 느긋함입니다.


==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