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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데이터 중독 Addicted to Data Overuse

아침에 조금 황당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KT 114에서 온 문자인데 “06/16 10:31 기준 당월 기본제 공데이터 사용 1639MB/잔여 408MB”라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즉, 현재 계약된 데이터 2GB 중에서 80%를 소진했다는 주의 메시지입니다. 3월에 기본 데이터를 750MB에서 2GB로 바꾼 이후로 처음 받아봤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제 겨우 6월의 반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주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서비스 오픈에 맞춰서 비Wifi에서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소진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2009년도에 아이폰을 처음 산 이후로 줄곳 500MB 데이터 플랜으로 생활했습니다. 당시에는 데이터 이월도 있었지만 한달에 500MB를 모두 소진했던 적은 명절에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를 제외하곤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LTE로 넘어가면서 기본 750MB로 변경했습니다. 기본적으로 LTE가 3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서 더 많은 데이터를 소진했습니다. LTE로 변경한 이후로 매월 25일 경이 되면 데이터 80%를 소진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데이터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그래도 월말인 30일이나 31일이 되면 어김없이 데이터 100%를 모두 소진했다는 메시지를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늘 불편하던 차에 새로운 요금제가 나와서 데이터 1GB와 2GB를 고민하다가 여유롭게 데이터를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2GB를 선택했습니다. 그 이후로 3, 4, 5월동안 데이터를 100% 모두 사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80% 경고 메시지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데이터 80%를 사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잠시 벌써 월말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겨우 6월도 반밖에 지나지 않은 6월 16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왜? 왜?? 왜???

앞서 말해듯이 최근에 ‘나를 위한 추천 뉴스’를 오픈하고 나서 사내에서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 Wifi를 꺼고 사용하곤 했습니다. 추측컨대 새로 개편된 다음엠탑에 고품질의 이미지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어서 테스트를 위해서 Wifi를 꺼둔 시점에 데이터를 많이 소진했는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오픈 전에도 비슷한 빈도로 비Wifi 환경에서 테스트 (학습)을 많이 시켰기 때문에 당장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조금 찜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이폰의 셀루러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해봤습니다. 데이터의 압박을 극심하게 받던 2월까지는 매월 데이터 사용량을 초기화해서 어떤 곳에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확인을 했었는데, 3월부터는 초기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3.5개월간의 누적 사용량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대략 총 5.3GB를 사용했고, 구체적으로 다음앱이 1.7GB, 페이스북앱이 1.6G,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퍼를 합쳐서 약 500MB, 그외에 여러 앱과 시스템의 사용량을 모두 합쳐서 5.3GB정도가 된 듯합니다.

이렇게 세부 내역을 확인해보니 데이터를 2GB로 늘린 이후로 데이터 사용량을 생각지도 않고 막 사용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말로, 풍부한 데이터에 중독되어 내가 얼마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남용하고 있는가?를 깨닫게 됐습니다. 비단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꺼라고 생각됩니다. 요즘은 이동통신 3사 모두 무제한 (물론 비싼 요금으로) 요금제를 강조하는 광고들을 막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 그런 분위기에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레 둔감해지고 중독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 물량이 풍부하면 아무런 생각없이 막 사용하게 됩니다. 이것이 풍부에 대처하는 현대인들의 자세이고, 사회 미덕이 됐습니다. 그리고 모바일에서 소비하는 컨텐츠고 고화질, 고용량으로 변하고 있다. 언제나 최적화는 가장 늦게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데이터 뿐만이 아닙니다. 전기나 수도 등의 각종 공공재를 오남용하면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을 중독에 취약합니다. 그것이 술 담배 마약 그리고 게임만이 아닙니다. 중독법이 만들어진다면 자원의 오남용에 대한 중독법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중독에 대한 것도… 사회를 공포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중독도…)

인류의 역사는 빈곤의 역사, 즉 빈곤에 대처하면서 적응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넘치는 풍요에 과거의 모든 유산을 잃어버렸습니다. 현재의 풍요는 이 시대의 축복이지만 미래 세대의 재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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