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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전문가를 믿지 마세요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글에 앞서 안타까운 일을 당한 분들과 그 유족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괜히 제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미안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얻은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조금 개념을 확대하면 어른은 전문가가 될 듯하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어렴풋이 적고 싶었던 글이었는데,... 혹시나 내가 먼저 글을 적었고 누군가가 봤더라면 달라졌을까?

새로운 사옥/사무실로 이전했다. 신사옥에 관한 글은 아니지만, 신사옥에 입주하기 전에 누군가가 게시판에 내부가 공장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 글에 밑에 전문가와 클라이언트 위원회가 오랜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관여자의 댓글이 달렸다. 그 순간 전문가 및 클라이언트 위원회가 신사옥 안에서 근무할 사람들을 얼마나 대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름 건축이나 인테리어, 근무공간 등에 전문성을 가졌겠지만, 결국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배제된 전문가 그룹이라는 것이 어떤 효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처음 실내에 들어왔을 때 공장같다는 말의 이유를 느낄 수도 있었지만, 들어오기 전의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기에 다행이다.

어쨌든 그 순간에 전문가를 의심하라는 메시지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그 전부터 내재된 의식이 발현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는 언제나 위에서 보면 사가지가 없고 건방진 놈이었고 아래에서 보면 저러다 탈나지라고 생각하는 그런 놈이었다. 물론 큰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적도 없고, 그저 내가 불편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을 그냥 표현했고, 더 정확히 직언을 피하지 않았을 뿐이다. 타인이 보면 독설로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걸 나만의 사랑 방식이라 생각한다.

지식의 체계가 바뀌고, 때로는 지식의 종말을 말하는 사람도 등장했기에 그러면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즉 전문가의 체계도 바뀌어야 하고 전문성의 종말도 곧 올 것같기는 하다. 그런 미래가 필연이라면 왜 현재 지식과 전문가에 맹목적으로 맹종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전문가는 참 편협한 존재다. 자기가 익숙한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띌 뿐이지, 그 이외에서는 그냥 바보다. 간혹 큰 회사의 임원으로 있다가 퇴임한 사람들이 은행에서 통장도 개설하지 못하는 사회 무능인이 돼있더라라는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그들이 임원일 때는 밑에 비서와 부하직원들이 모든 걸 처리해줬는데, 이제 그들이 곁을 떠나니 무능인이 돼 버린 거다. 나도 익숙치 않은 아주 간단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애써 상황을 피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잘 알고 보면 아주 쉬운 일인데도... 가장 간단하게는 지금 맴리듀스 코딩을 그냥 터미널에서 VIM으로 작성하고 테스트하는데, 옆에서 이상하게 쳐다본다. (흔한 개발자라면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 날 볼 것이다.)

전문가를 의심하라는 얘기는 전문성이 오남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것이 확대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정 사안에 깊이 조사를 해보기도 전에, 겉으로 드러나는 몇몇 증거만으로 모든 것을 진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종종 본다. '머리에 열나고 콧물이 흐른다'라고 말하면 '네, 그건 감깁니다. 그냥 푹 쉬세요.'라고 결론짓고 처방을 내리는 의사를 상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그렇다. 자신의 전문 분야기 때문에 더더욱 주변의 다른 정황들을 검토하지 않고 섣부른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 전문가는 필히 의심해야 한다.

전문가의 권위에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의심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사회가 더욱 다원화되면서 전문가의 전문성은 더욱 편협해진다. 박사학위를 가졌으면 모든 걸 잘 할 것같지만 실은 대부분을 못하고 한두가지만 잘 한다. 전문가가 그런 존재다. 때로는 자기의 전문성에서 실수하는 사람이 전문가다. 게다가 전문성에 도전받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속좁은 사람이 전문가다. 그러니 그들을 의심하고 도전해보다는 것이 무조건 머리 숙이고 들어가는 것보다 더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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