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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부제. 웅스키친 소개)

좋은 경험을 하면 그냥 잊어버리는데 나쁜 경험을 하고 나면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하게 된다. 나도 블로그에서 좋았던 일보다는 나빴던 일에 대해서 많은 불만을 토로했고 그런 식으로 서비스하면 안 된다는 주제넘은 충고를 자주 했다. 나름 반성하면서 오늘 겪었던 좋은 경험/서비스를 소개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전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어떤 식당을 소개받았다. 나중에 한번쯤 가봐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회사 동료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언젠가는’이 아니라 그냥 ‘당장’ 가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차로 30분정도는 가야하는 곳이라서 그냥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위치도 조금 애매해서 사진찍으로 돌아다니면서 가보기도 쉽지 않은 곳이어서 차일피일 미루던 곳이다. 어쨌든 근처에 가서 사진도 좀 찍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길을 나섰다.

이미 여러 블로그를 통해서 입소문이 난 곳이라서 주말 낮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30~4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돌아올까도 생각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평소가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이왕 온 김에 그냥 먹고 가자는 생각에 기다리기로 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자리가 나면 바로 전화해준다기에, 메모를 남기고 30분정도를 주변을 돌아다녔다. 조금 일찍 연락올 수도 있으니 일단 식당 앞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렸다.

어느듯 40분이 지나고, 50분이 지나고, 55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에 들어간 손님들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식당에 자리는 있는 것같았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또 어쩌면 먼저 예약했던 사람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무작정 식당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차에서 내려서 식당에 가려고 길을 건너는데 마침내 전화가 왔다. 괜히 오해를 한 것같아서 미안했지만, 어쨌든 3~40분이면 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기에 조금 감정은 나빴다.

오래 기다렸으니 얼마나 잘 하길래 그러냐는 생각으로 대표 메뉴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다행히 맛은 괜찮았다. 그러나 여전히 감정은 정리되지 않았다. 어차피 유명하니 한번 와서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온 것이고, 나중에 또 오지 않을 것이니 그냥 먹고 가자는 생각이 강했다. 데이트를 한다면 또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지금 나와는 무관한 일일이고.. 그러니 다시는 오지 않을 식당이니 일단 잘 먹고 가자는 생각뿐이었다.

어느덧 접시를 다 비우고 계산대로 나섰다. 나서면서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반응이 심통치 않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식당에 카드도 안 받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카드 안 받아요?’라고 되물었다. 그런데 예약 과정에서 자신들이 실수를 했기 때문에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계산하라고 해도 그냥 가고 나중에 또 오시라는 말만 했다. 자주 들러는 곳이 아니니 그냥 계산하라고 몇 번을 더 말했지만, 끝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그러면 나중에 친구들이랑 또 와서 먹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나는 나중에 이 식당에 다시 방문할까? 식사를 마치기 전에는 다시는 오지 않을 곳이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한번 이상은 다시 그곳에 갈 거다. 오늘처럼 작정하고 밥먹으로 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조금 멀고 애매한 곳이다.) 그러나 친구가 놀러와서 함께 다니면서 또는 여럿이서 출사를 근처에 간다면, 그리고 마침 식사 시간이라면 나는 그곳에 친구들을 데리고 갈 거다.

제주도의 식당들은 조금 불친절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또 가끔 경험한다. 여러 사정들을 이해하고 있고, 나 또한 경상도의 무뚝뚝한 편이라 아주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면 서울에서처럼 지나치게 삭삭한 것보다는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밥만 먹고 나오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다. 제주에서 6년을 살면서 오늘같은 경험은 처음 해보는 것같다. 공짜 식사를 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를 갖췄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고 보니 년초에 신창해안가의 ‘오로섬'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었었다.) 제주도는 텃세가 심해서 외지인들이 잘 정착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외지인들이 개업한 식당이나 카페가 친절을 무기로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다면 제주 토착민들의 미래는 더 암울해진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제목에도 적었지만 오늘 내게 좋은 서비스를 해준 식당은 제주도의 동쪽 내륙인 송당리에 위치한 ‘웅스키친’이다. 여러 종류의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지만, 대표 메뉴는 아래의 함박스테이크다. 처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을 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어놓지 못했던 것이 지금은 미안하다.


다른 분들은 나와 또 다른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오늘 경험이 좋았고 그래서 이 식당을 추천한다. 오늘은 일단 이 글로 서비스에 보상하고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방문할 거다.

주변에 아부오름, 다랑쉬/용눈이오름, 비자림 등이 가깝기 때문에 이곳을 여행/데이트하면서 때마침 식사 시간이면 (그리고 파스타, 샌드위치를 좋아한다면)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그러나 주말에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라면 나처럼 기다리지 말고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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