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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인텔리전트 시스템 관점에서 본 테크기업의 M&A

먼저 이 글은 임정욱님이 올린 “구글의 네스트 인수 의미“라는 블로그글에 남긴 아래의 페이스북 댓글에서 시작된 글입니다. 그리고 바쁜 분들을 위해서 이 댓글이 이 글의 핵심 요약이기도 합니다.

하루 이틀 지나니 의미를 공유하는 글/기사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모두 읽어보고 판단해야하는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크게 모니터링/센싱, 디시즌 메이킹, 익스큐션 세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했는데, 구글로써는 의사 결정, 즉 데이터 및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정점에 올라와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실행이 중요할텐데 (그래서 무인자동차나 로봇 등에 관심을 가지는 듯), 실행을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모니터링/센싱의 영역이니 앞으로 이 쪽에 계속 투자하지 않을까요?

인텔리전트 시스템 Intelligent Systems의 개념에 대해서 처음 접했던 것은 2000년도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였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의 수업 초반에 다양한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대한 관점과 아키텍쳐 등을 1~2주정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벌써 10여년 전 수업이었고, 그런 개념들은 또 몇 십년 전에 나왔던 것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듯합니다.

* 사족. 지도교수님은 학력고사에서 두자리 등수를 받으셨던 분이고 전공하셨던 생산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맥을 잡고 계셨던 분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제가 연구하던 시점/분야에는 (교수님의 주분야가 아니었기에) 기술적으로는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교수님이 이 글을 보시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수긍은 해주실 듯) 그래도 밑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당시에 배웠던 몇 가지 개념 및 사고의 틀은 여전히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가 지금 다루는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리고 IDEF0 Functional Model을 이용해서 시스템을 모델링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제의 관계가 지식의 전수가 아닌 지혜, 또는 시각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교수님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다루면서 여러 논문들을 소개해줬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논문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작은 글씨로 약 40페이지정도되는) 너무 길어서 처음에 좀 읽다가 나중에는 그냥 그림만 대강 훑어봤던 논문입니다. 1991년도에 나온 “Outline for a Theory of Intelligence”라는 논문인데,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논문 뿐만 아니라 다른 논문에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표현/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구성요소는 모니터링/센싱 Monitoring/Sensing, 의사결정 Decision-making, 실행 Execution 이렇게 세부분으로 나뉩니다. 모니터링 또는 센싱은 주변을 관찰해서 정보/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고, 의사결정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다음에 취해야하는 액션을 결정하는 것이고, 실행은 결정된 방법에 따라서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 개념/구성요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같습니다. 

**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은 소프트웨어적이고, 모니터링과 실행은 하드웨어적입니다.

지금 구글은 의사결정 및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서는 최고의 기업/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패턴을 찾아내는데 아주 뛰어납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구글만큼/보다 뛰어난 기업 및 연구소들도 많이 있고, 비즈니스 생산성 도구 등에서는 구글은 여전히 다소 약새에 있지만, 적어도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는데는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관점에서 구글은 이미 디시즌 메이킹에 대한 좋은 기술을 갖췄지만 —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인수/개발될 것이고 —, 웹 데이터 수집 및 검색 이외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발주자입니다. 즉 여전히 수집해야할 다양한 데이터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분석해서 실행하는 영역은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구글의 M&A 히스토리를 보면 초창기에는 웹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분석 관련 회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로봇 관련된 회사들을 많이 인수했고, 또 네스트와 같이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 관련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센싱 또는 실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구글에서 연구하는 분야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무인 자동차 기술도 처음에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해서 셀프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해주는 듯했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운전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여러 돌발 상황에 맞게 조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 글래스도 대표적인 데이터 수집 기기이고, 오늘 (금요일) 나온 회로가 들어간 렌즈 또한 그렇습니다.

구글은 이미 소프트웨어 또는 데이터 분석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남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수집되고 분석된 데이터를 다시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남아있습니다. IoT 기기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글 데이터센터의 인프라를 이용해서 딥러닝 등의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로봇 및 자동차 등의 실행하는 것은 구글이 그 자체로 인테리전트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핵심 분야가 아닌 하드웨어 관련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인수할 대상들도 비슷하리라 예측해봅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해 보입니다. 애플의 경우는 아이폰 등의 하드웨어에는 강점이 있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서비스에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인수하는 기업들은 시리, 지도, 개인비서, 분석 등의 소프트웨어나 분석 분야의 기업들입니다. 모니터링이나 실행에 관련된 기술은 우수하지만, 디시즌 메이킹에 대해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 영역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존이 킨들을 염가에 판매하고 쿼터콥터를 이용한 배달을 시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 (아마존의 뛰어난 AWS 및 추천시스템은 디시즌메이킹의 영역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버티컬에서 특화된 기업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궁극적으로 모니터링/센싱, 디시즌 메이킹, 그리고 익스큐션 각 영역을 채우는 쪽으로 향후 테크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점쳐봅니다. 이런 분야에 대한 원천 기술이나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면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다음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국내의 기업들은 조금 더 당장 돈이 될 만한 것이나 마켓쉐어를 넓힐 수 있는 것 등에 한정되어있어서 많이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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