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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Book Review

2014년에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2013년을 되돌아보며 후회되는 것 중에 하나가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는 거다. 독서할 시간이 없었다기보다는 독서할 의욕이 없었다가 맞다. 왜 의욕이 부족했느냐?고 묻는다면 — 이미 몇 번 밝힌 듯하지만 — 재미있는 책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게 어려운데 두꺼운 책을 한 두번 읽기 시작하면 재미도 떨어지고 독서속도도 떨어진다. 자연스레 책은 뒤로 미루로 TV나 인터넷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평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책을 선정했다고 생각했지만, 2013년에는 책선정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었다. 굳이 또 변명하자면 올해는 유독 500페이지 이상의 두꺼운 책을 많이 구입했던 것같기도 하다.

글의 제목은 마치 내가 2014년에 어떤 책을 읽을지 미리 알려주는 것같지만, 실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책을 읽어라라는 가이드를 해주려고 글을 적는다.

여러 번 밝혔지만 — 경험에서 우러나온 — 제가 읽지 않는 두종류의 책이 있습니다. 이건 저만의 편견일 수도 있으니 참조만 하세요. 저는 저자가 한국인이거나 일본인이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읽지 않습니다. 대부분 원천적인 내용이 없거나 깊이가 없는 일종의 실용서라서 읽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자기계발서도 읽지 않습니다. 한동안 많이 읽어봤지만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결국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덧붙여서 제목에 '마케팅'이 들어간 책도 이제는 구입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더 나아가 책의 키워드에 '성공'이 들어간 책은 읽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서 굳이 이 글을 적습니다. 요즘 많은 책들이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성공을 말하고 성공을 보장한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결국 당신의 성공이 아닌 저자와 출판사의 성공만을 보장해줄 뿐이다. 단기적인 성공이라는 키워드에 현혹되어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자기계발서나 마케팅 서적을 멀리한 이유도, 한국인과 일본인 저자의 책을 멀리한 이유도 모두 성공만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 키워드의 책을 읽은 양으로만 따지면 나는 벌써 거니제 부럽지 않은 억만장자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노장 스타플레이어를 다룬 축구 기사에서 가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빌 샹클리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고전은 읽어야할까 말아야할까? 요즘처럼 트렌드가 급변하고 신기술이 쏟아지는데 고전을 읽어야할까?라는 말성임이 있다. 문학작품이라면 당연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같다. 오디세이를 비롯한 고전의 서사 구조가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고, 현대와는 또 다른 소재의 재미가 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으로 픽션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런데 넌픽션의 경우 고전을 읽어라라고 조언하기가 쉽지가 않다. 한의학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동의보감은 읽어야겠지만,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에게 굳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논픽션의 고전인 경우 이미 몇 문장, 심지어는 한두 단어로 압축, 요약된다. 연구논문이나 책에 인용하기 위한 연구자나 집필자라면 고전을 당연히 읽어봐고 인용해야 한다. (읽지 않고 어줍짢게 인용하는 것도 부정행위 Plagiarism 다.) 국부론은 절대우위론이나 분업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고,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도 패러다임 시프트정도로 압축된다. 물론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체를 읽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s'이라는 표현은 국부론에서 한번인가 두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부론과 그의 전작인 '도덕감정론'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자유시장주의 논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오용된 면이 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국부론을 처음부터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이 어디에 등장하고,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이 어디에 등장하는지 찾아보려고 집중해서 읽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런 표현은 그냥 지나가는 글에서 잠시 언급되는 경우도 있고, 또 핵심 용어가 추후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도 많다. 번역본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내가 대강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으면서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표현을 못 찾았던 것같다.

그래서 고전을 읽어야 하나? 문학작품이라면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논픽션의 경우 이미 최신의 다양한 책을 통해서 과거의 사상/생각들이 잘 정리된 것들을 확인했고 최신의 기술방향까지 파악했다면 굳이 고전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같다. 그러나 연구자나 집필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고전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는 말고, 연구/사상의 원류 또는 맥락을 짚어본다는 차원에서 만족했으면 한다. … 원서와 같이 고전은 읽는 것이 아니라 꽂아놓는 거잖아요.

(한 템포를 쉬었다가 다시 글을 적으니 아래부터는 문체가 바뀌었습니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성공' — 자기계발이나 돈벌어주겠다는 것들 — 키워드를 가진 책은 시간낭비다라는 말을 적으려다가 고전 얘기만 주야장천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읽기 전에는 파악하기 힘든 경우지만, 처음 몇장만 읽어도 나머지 내용 전부가 파악되는 책은 처음에는 꾸역꾸역 읽어나가지만 금방 지쳐서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수는 많지만 그냥 저자가 이 책을 적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연구를 했느냐만을 보여줄 뿐, 그 이상을 얻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 적었으면 그래도 가볍게 읽고 해치울 수도 있는데, 그런 책일수록 장황하게 적힌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원래 어려운 내용을 다루거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읽히지 않는 번역본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제가 책을 고르는 — 책의 존재를 파악하는 — 방법은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고, 둘째는 미디어다음의 문화섹션 하위에 책 섹션에 소개된 새책들을 보고, 세번째는 온라인서점에서 경제/경영학 카테고리의 신간 목록을 봅니다. 독서를 위해서 별도의 SNS를 가동하지는 않지만 이런 저런 소개글 중에서 관심이 가는 책을 찜해두거나 신간 뉴스를 보면서 찜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놓쳐버리는 책들이 있기 때문에 경제/경영 섹션에서 주기적으로 신간을 확이합니다. 간혹 놓쳐버린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베스트셀러도 확인해보지만, 요즘에는 괜찮은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 이미 읽은 경우도 있지만 베스트셀러의 이유를 모르겠는 경우도 많음 — 찾기가 힘듭니다. IT트렌드 쪽에 관심이 많지만, IT 카테고리에는 프로그래밍이나 각종 툴 사용법을 다룬 책들이 대부분이고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은 대부분 경제/경영 카테고리에도 올라옵니다. 사회 쪽 책도 가끔 보지만, 매우 잘 적은/번역된 책이 아니면 저의 전문성과 멀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들은… 사회경제의 현상/전반을 포괄적으로 설명해주는 책, IT트렌드나 특정 기술회사의 역사/전략을 잘 정리해준 책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유명인물의 평전/전기 (스티브 잡스, 카리얀, 로스차일드 가문 등)를 주로 읽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책은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이고, 디자인, 창의성/혁신, 경영 관련 책들도 종종 읽지만 이제는 이런 종류도 자개계발서적들처럼 너무 일반적인 또는 차별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잘 포장된 표지와 제목, 저자와는 달리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간혹 저자의 유명세만 믿고 구입하는 경우에도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도가 기대감을 갖게 하고,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경우입니다.

읽읅 책들은 많고 시간과 관심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문학서적은 잘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참고서, 문제집, 자기계발서 및 실용서를 제외하면 책 종류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서 트렌드성 이슈를 담은 책들을 제외하면, 사회현상을 심도깊게 파헤쳤거나 좀더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책들은 거의 찾기가 힘듭니다. 책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문화적 깊이와 다양성이 너무 부족합니다. 문제집과 실용서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것들이 잘 팔리고 수요가 많다는 반증입니다. 이런 것들이 베스트셀러의 상단을 차지할수록 더 다양한 관점의 글들은 뒤로 밀려납니다.

글이 방만해졌는데.. 앞서 밝혔던 책 배제 규칙, 책 선택 규칙, 그리고 아쉬운 점들을 종합해서 2014년도에도 꾸준히 읽어나갈 겁니다. 일주일에 한권씩만 읽어도 52권인데, 그것보다는 많이 읽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만의 책고르는 법이나 독서법을 각자 만드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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