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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성향이 리더를 만들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면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게중에는 타고나면서부터 리더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한둘 존재한다. 보통 말하는 DISC 검사에서 D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함께 오래 일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레 조직이나 업무를 리딩하는 경향이 생긴다. 타고난 (또는 교육/훈련된) 성향에 따라서 리더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그들 모두가 좋은 리더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리더의 성향을 타고 났지만 리더의 자질까지 갖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때 3가지를 묻곤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love to)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able to)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have to) 이 질문은 리더를 선택하거나 스스로 리더가 되려고 하는 시점에 검토해봐야 한다. 나는 리더의 성향을 타고 났는가? 나는 리더의 자질이 있는가? 그리고 지금 내가 리더로 나서야 하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물로 3가지 모두에서 YES이면 베스트 케이스이고, 3가지 모두 NO이면 워스트 케이스이다. 2가지에서는 YES를 받고 나머지 하는 Maybe (Fair)나 No를 받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리더의 성향과 자질이 있으면 리더를 선택하는 시점에 오기도 전에 스스로 리더로 나설 것이다. 현재 조직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아니면 조직 내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스스로 조직을 나가서 다른 조직의 리더가 될 거다. 이런 사람/경우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물론 때로는 스스로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지내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뱀의 머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용의 머리가 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도 결국 개인의 문제다.

문제는 새로운 리더를 선택해야 할 때 발생한다. 이때는 리더의 성향이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리더의 자질이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당연히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리더가 전부는 아니다. 진짜 리더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조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다. 전략적 판단 --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 -- 은 스스로 (또는 토의를 통해서) 결정하겠지만, 표면적으로 프로젝트나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그냥 (리더의 성향이 있는) 부하직원에게 위임하면 된다.

반대로 리더의 성향은 가졌지만 리더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의욕이 넘치는 경우는 더 그럴 수가 있다. 앞에 나서서 이끌기를 좋아하지만 자질이 부족하면 결국 조직의 방향성에 문제가 생긴다. 조직원들의 현재 상태도 잘 관찰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도 귀담아듣지 않고 스스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잦아질 것이고, 그냥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향해서 내달리게 된다. 리더는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질이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결론은? 좋아한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니다?보다는 현실에서는 어차피 조직에 잘 보인 사람이 리더가 된다는 점. 그래도 성향보다는 자질을 보고 판단해줬으면 하는 바람.

뜬금없지만 인터넷에서 본 이 글귀가 생각난다. "Don't ever mistake my silence for ignorance, my calmness for acceptance, or my kindness for weakness. (나의 침묵을 무시로 생각하지 말고, 나의 무언을 수락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의 친절을 나약함으로 생각하지 마라.)" 어쩌면 리더의 성향만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려는 리더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침묵은 지금 당신이 잘 하고 있다는 암묵적 동의가 아니라, 당신을 기꺼이 참아주는 그들의 아량일 것이다. 그런 훌륭한 조직원을 둔 것에 감사해라.

(2013.03.21 작성/ 2013.03.27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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