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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구글리더의 서비스 종료에 대한 단상

지난 주에 IT/인터넷 업계의 나름 최대 뉴스는 구글리더 (RSS리더) 서비스의 종료일 것이다. (공식블로그) 발표 이후에 구글리더를 대체할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왜 구글이 RSS 리더 서비스를 그만두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구글리더의 전직 PM은 구글이 다양한 소셜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구글리더 팀원들을 조금씩 빼갔다고 Quora에서 밝혔고 (Quora Q&A), 윤석찬님은 구글리더를 통한 광고수익은 없고 운영비가 들어가는 즉 돈 안되는 서비스라고 밝히고 있다 (차니블로그). 그 외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를 통한 글의 전파가 더 일반화되었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룬다. 실제 트위터가 등장한 이후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던 서비스는 메타블로그인 Digg였다. 기술과 미디어의 환경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던 구글리더의 서비스 종료를 즈음해서 많은 이들이 RSS의 몰락을 얘기하고 있다. 현상과 결과는 같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RSS의 몰락이라 부르기 보다는 큐레이션의 부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블로그의 등장으로 1인미디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모든 블로그를 일일히 찾아들어가는 것이 여간 번거롭지가 않다. 다음이나 네이버같은 포털이 성행하기 전에는 아침마다 국내의 모든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뉴스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포털이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듯이 RSS가 블로그글을 모아주는 그런 역할을 해준다. 새글이 올라오면 바로 알려주기 때문에 포털에서 뉴스기사를 보듯이 RSS를 통해서 블로그포스팅들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다른 서비스가 메타블로그였는데, 메타블로그는 개인화의 취향보다는 대중의 흐름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RSS보다 못한 서비스다.

그런데 시간이 더 흘러서 소셜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관심사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메인스트림이 되었다. 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단순 소셜서비스보다는 소셜큐레이션이 더 RSS를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소셜 큐레이션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플랫폼 위에 존재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등) 내 말은 단순히 개인이 올리는 트윗이나 뉴스피드는 글을 적는 사람의 관심사를 표현해줄 뿐, 그 글을 읽는 사람의 관심사를 표현해주지 못한다. (물론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이 친구관계를 맺고 있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전문 뉴스/인터넷 매체들도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전문영역의 글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그런 서비스/페이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beSUCCSS벤쳐스퀘어의 글들을 구독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매체는 국내의 블로터닷넷이나 디퍼스닷넷, 또는 해외의 벤쳐비트나 테크크런치 등과 같이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해내지 않는다. (일단 IT를 다루는 인터넷 매체만을 예로 든다.) 비석세스나 벤쳐스퀘어는 예전에 포털이 그랬듯이 IT 및 벤쳐 전문가들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가져와서 배포해주는 역할만을 한다. RSS에 올라오는 모든 새글들을 확인할 필요가 없이, 이미 에디터/큐레이터들이 한번 필터링한 글을 본다는 점은 큰 장점이 있다. 이제 IT/인터넷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개인블로그를 RSS에 등록할 것이 아니라, 그냥 전문편집자들이 수집한 것만 보기만 하면 된다. 개별블로그를 구독하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션된) 관심사 묶음을 구독하는 것이다. 물론 큐레이터들이 나의 모든 관심사를 속시원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업계의 전체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여전히 토렌토 등을 통해서 MP3를 불법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iTunes를 통해서 MP3를 구입하는 것은 그들이 돈이 많아서 또는 철저한 준법정신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iTunes에서 MP3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iTunes를 통해서 제공되는 편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이다. iTunes에는 고음질의 MP3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앨범커버를 포함해서 곡에 대한 전체 메타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공해준다. 그리고 추천알고리즘을 통해서 내가 좋아할만한 곡들도 알려준다. 반대로 토렌토의 경우 모든 곡들을 직접 찾아야 하고 다운로드받은 파일이 정상적인 것인지 아니면 말웨어인지도 알 수가 없고, 또 곡명 앨범명 등의 모든 메타데이터를 다시 정리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iTunes를 통해서 MP3가 아니라 편의를 구입하는 것이다. 서비스란 원래 귀찮고 불편함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도 그렇다. 관심있는 모든 블로그를 RSS에 등록하고, 매번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읽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직접 확인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에서는 전문 큐레이터/에디터들이 새로운 글들을 수집해서 읽어보고, 사람들에게 배포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 제공해준다. 개인의 입장에서 RSS리더는 수고/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큐레이션은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구글리더의 종료에 즈음해서 RSS의 몰락이라고 얘기하기에 앞서, (소셜) 큐레이션의 부상이라고 말하는 바다.

(2013.03.19 작성 / 2013.03.25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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