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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이른 성공: 약인가 독인가?

지난 밤에 문득 든 생각이다. 여느 때와 같이 아무런 근거는 없다. 그냥 문득 든 생각일 뿐이다.

카카오톡의 이른 성공이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카카오톡을 게임플랫폼으로 개방하고 우연히 애니팡이 국민게임이 되고 그래서 예상 외로 빨리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철저한 계획에 의한 성공이라면 대단한 것이지만, 내 생각에는 단지 그냥 운에 따른 수익화로 보인다. 모네타이징까지 최소 1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모르긴 몰라도 카카오 경영진들도 그렇게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순식간에 애니팡이 국민게임이 되어버렸고 경쟁이 붙은 조급한 사용자들은 친구들에게 구걸하는 것을 넘어서 돈을 주고 하트를 구입했다. 이후의 몇몇 게임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불안 요소라면 게임의 인기 주기가 너무 짧다는 것정도다. ** 댓글을 통해서 '이른 성공'이라기보다는 '갑작스런 성공'이 맞는 표현이라고 말씀해주시네요. '벼락 성공'이 어쩌면 더 적합한 표현인 듯합니다.

그냥 이 느낌을 조금 중성적으로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타트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점에 모네타이징에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이른 모네타이징이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에 따른 너무 이른 성공의 부작용...

스타트업에게 지속적인 성장과 견고한 BM은 숙명의 과제다. 스타트업들의 대다수가 적절히 성장하지 못해서 결국 문을 닫는다. 간혹 SNS나 뉴스기사에 한번이라도 언급된 서비스라면 그나마 성공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서비스/제품은 이름 한번 불려보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 버린다. 간혹 잘 만들어진 서비스/제품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서 성장의 궤도에 오른다. 초기 안착 및 성장에 성공했다 손치더라도 수익화라는 두번째 장벽을 만난다. 성공적인 펀딩은 성장을 위한 밑걸음일뿐 안정적인 수익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펀딩에 성공해서 기업가치가 높게 매겨져도 적절한 수익모델이 없으면 결국 또 시장에서 사장된다. 그나마 잘 풀린 케이스는 큰 기업에 인수되어 제품, 기술 또는 인재가 흡수되는 경우다. 물론 초기의 성장과 수익모델이 영원한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시장의 상황이나 경쟁자의 등장 등의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어쨌든 성장과 수익모델은 스타트업이 결국은 풀어야할 숙제다.

구글이 지속적인 성공을 이룬 이유도 초기에 우수한 랭킹기술을 통해서 사용자 및 규모의 성장을 경험했고, 또 적절한 타이밍에 검색광고라는 BM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어느 대학 내의 인맥관리에서 시작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뒤에는 꾸준한 성장과 (간혹 분석가들의 예상치에는 못 미치지만) 광고를 통한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경우는 초기에 안정적인 -- 서비스 가용성 측면에서는 불안정한 -- 성장을 거뒀지만, 여전히 수익모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핀터레스트도 성장은 성공했지만 여전히 수익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트위터와 핀터레스트의 미래가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그 외에 많은 서비스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해서 여전히 발버둥치기도 하고 적당한 가격에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도 한다. 포스퀘어는 전자이고 인스타그램은 후자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초기 성장 이후, 최근의 수익화까지 이뤘다. 그러면 앞서의 논리대로라면 카카오의 앞날은 창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감으로 말하면 긴가민가하다. 수익을 내기 전에는 엄청난 운영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게임 컨텐츠 판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시켰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른 수익화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수익이 빨리 나면 좋은 거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운에 따른 수익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긴가민가하다. 여전히 서비스는 성장하고 수익을 계속 낼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의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모든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가 명확한 경우도 있고 모호한 경우도 있다. 구글의 성공 및 수익화는 명확했다. 그런데 내 느낌에 카카오의 성공은 조금 모호하다. 예상했던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예상보다 빠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성공 또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이유가 모호하니 교훈을 얻을 수가 없다. 어쩌다 얻어걸렸는데 '어쩌다'를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면 성공을 재현할 수가 없다. 무료 메시징 서비스가 단지 시대가 필요했던 기능일 뿐이면 후속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 다음의 한메일이나 카페가 그런 경우였다. 다음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한메일이나 카페의 성공 원인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시기를 잘 맞았을뿐, 성공에 따른 교훈을 얻을 수가 없다.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한 성공이 아니라 시기와 운에 따른 성공은 그래서 위험하다. 카카오도 어쩌면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다. 이유가 있는 실패가 이유가 없는 성공보다 낫다.

그리고 이른 성공에 따른 자만과 헛된 자신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우연한 큰 성공 이후에는 -- 인간이기에 -- 그냥 우리가 만들기만 하면 대박이 터질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카카오를 직접 사용하지 않아서 그들의 후속 서비스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카카오스토리의 PV가 페이스북보다 앞선다는 그런 종류의 기사는 가끔 나오지만, 그래서 이게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페이스북도 모바일에서 여전히 수익화에 고전중이다. 모바일 페이지만 있는 카카오스토리는 페이스북보다 더 못한 상황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컨텐츠 판매는 여전히 모호하다. 지금은 도토리를 판매하던 시절이 아니다. 결국 광고 사업을 나서게 될 것인가? 카톡의 성장과 수익화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당연히 카스에서도 같은 성공을 벌써 이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아직은 못 들어봤다. 오히려 경쟁자들의 부상 및 해외시장에서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올 뿐이다.

카카오의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이런 글을 적을 수가 있다.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 실패에는 이유가 있지만 성공에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2013.03.13 작성 / 2013.03.20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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