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국민세뇌 프로젝트: 에너지 절약편

지난 밤에 구하라가 나오는 에너지 절약 공익광고를 보고 페이스북이 "하라가 나와서 에너지 절약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말하는데, 내 생각에는 에너지 낭비가 더 쉬울 것같다."라고 글을 남겼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은 전지구적 관심사이고, 이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불필요한 에너지/자원낭비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장은 적극적인 생태복원은 여러 여건상 어렵고, 개인이 나서기에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가정에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작은 낭비부터 줄임으로써 전지구적 자정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위의 공익광고를 보면서 나는 '지구를 살리자'라는 거창한 슬로건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또 꼼수를 부리고 있구나라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떠오른다. 대체 뭔 꼼수일까?

일단 저런 종류의 공익광고가 마음에 안 든다. 너무 전근대적이다. 모든 국민들을 잠재적인 범법자 또는 찌질이고 가정하고 너희들은 교화되어야 된다는 식의 광고가 지랄같다는 거다. 지금 (2/22 당시) 인수위에서 꺼내들은 '준법교육'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법을 제대로 안 지키니 교육을 시켜서 말 잘 듣는 국민으로 만들어보자라는 발상이다. 그렇듯이 TV에 나오는 에너지 절약 광고도 환경보전이라는 대의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그런 인식에서부터 시작된 거다. 게중에는 진짜 분별력없이 마구잡이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먹고 살기도 빠듯할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지금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사람들은 TV라는 오락매체만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이 아니라, 돈있고 등 따뜻한 그런 상류층 사람들 밖에 없다. 그들에게 '너희가 잘못했어. 똑바로 좀 해.'라고 힘주어 말도 못하면서, 힘없고 백없는 국민들만 찌질이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대부분은 일반 가정이 아니라, 기업체에서 사용된다. 그것도 중소공장이 아니라 대기업 산하의 많은 공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나 기관들에게는 전기료를 감면해주는 반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누진세도 높게 책정해서 매기고 있다. 학교나 연구기관들에게 전기료 감면을 주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일반 기업체들에게까지 그렇게 전기료 감면을 해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래서 부족한 것을 다시 일반 국민들에게 부가하고 또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작은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까지는 나무랄 수가 없으나, 삼성이나 현대처럼 은행에 돈이 넘쳐나는 기업들에게까지 그런 혜택을 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법인세 얘기는 넘어가자.)

기업들에게 높은 전기료를 물리면, 당연히 생산비가 증가해서 소비재의 가격이 높아질 거라고 말할 거다. 그러면 당연히 그 소비재를 구입하는 국민들에게 전기료가 전가된다는 논리를 펼지도 모르겠다. 나도 기업들에게 전기료 현실화를 하자고 주장을 쉽게 못 내세우는 것도, 이런 소비재의 구입가격의 상승으로 연결이 될 것같아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내수로 풀리는 제품이 아니라, 해외에 판매되는 제품에 한해서는 현실적인 전기료를 산정해서 받을 수가 있지 않을까? 왜 국민들에게서 고통을 쥐어짜내어 해외의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줘야하느냐 말이다. 수출분에 한해서 현실화하자고 하면 수출가격이 높아져서 수출이 제대로 안 될 거다는 논리를 펼칠 거다. 그래서 어쨌다고? 진짜 제대로된 가격경쟁을 하고 싶으면 더 저렴하게 제품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혁신을 생각해야지, 국민들을 쥐어짜면 안 된다. 결국 자신들의 혁신 능력의 부재를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꼴이다.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부분을 먼저 현실화한 이후에, 국민들에게 함께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자고 호소를 해야 한다.

공익광고로 국민들을 계몽하고, 그래도 말 안 들으면 규제하는 모습은 진짜 70년대 스타일이다. 일요일 아침에 울려퍼지던 새마을운동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사람과 함께 전근대성도 함께 돌아왔다. 요즘 진짜 마음에 안 든다. 그런 것들에 추억 돋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수고가 많다.

에너지 절약에 더해서 언급해야할 이슈가 있다. 바로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거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원자력이 마치 구원의 빛,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보였다. 그러나 더이상은 아니다. 핵에 대해서 잘 모르니... 어쨌든 에너지 절약에 부처 원자력문제도 은근슬쩍 끼워넣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니들이 졸라 전기를 잡아먹으니 그걸 충당하려면 원자력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같다. 진작 에너지 절약하라고 했을 때 절약했으면 추가원전은 필요없었을텐데, 니들이 말을 안 들으니 원전을 추가할 수 밖에 없다는 그런 논리가 나올 것같다. 화력발전과 같은 재래식 발전소나 원전처럼 환경에 치명적인 발전이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 등과 같은 더 환경친화적인 재생에너지 연구에 더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원전을 짓고 유지보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겨우 국민들을 계몽한답시고 연애인들에게 비싼 광고출연료를 세금으로 주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하라가 나오니...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예쁜 건 사실이니...)

광고나 방송, 신문기사, 때로는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은근히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일은 이제 좀 그만두자. 교과서에 비하면 광고나 기사는 쓰레기 축에도 속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민중의 힘이 모인 것을 반란/민란이라 부르고, 위정자들의 쿠테타를 혁명이라 칭하고 주요 세력들을 위대한 지도자로 칭하는 교과서가 조만간 나올 것같다. 일제가 대한민국을 근대화시켜줬다는 그런 주장이 다시 먹혀들고 있다. 내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2013.02.22 작성 / 2013.03.04 공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