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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마에스트로 리더십

카라얀의 평전을 읽기 전에는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서 오해를 했던 것같다. 잘 조련된 오케스트라 앞에서 작곡가가 악보에 표시해놓은대로 지휘만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그런 정도로 지휘자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연주회와 오케스트라를 책임져야하는 지휘자의 리더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지휘자와 같은 리더십이 자칫하면 마이크로 매니징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런 점만 주의를 한다면 리더들은 지휘자들의 역할을 통해서 배울 점이 많다.

지휘자들은 어떤 일/책임이있을까? 음악제나 연주회에 초청을 받으면 그 행사에 맞는 선곡을 해야 한다. 지휘자의 선호와 역량의 문제도 있지만, 음악제의 역사와 성향이나 청중들의 수준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 비슷한 시기에 연주된 곡들도 조사해서 피해야 한다. 연주회를 채울 곡이 주비되면 이제 곡을 해석해야 한다. 물론 오랜 경험으로 곡마다 나름의 곡해석을 가지고 있겠지만, 행사의 취지나 청중을 고려해서 맞춤이 필요하다. 처음 시도하는 곡에서는 더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 나가수에서 기존 곡을 편곡할 때 곡이 가진 느낌이나 가수의 역량 등에 따른 곡해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음악이 준비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야 한다. 곡마다 어떤 악기를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가수나 연주자를 세울 것인가?도 결정해야 한다. 오랫동안 같이 작업한 연주자/가수들도 곡과 상황에 맞게 재설정을 해줘야 한다. 카라얀이 어떤 녹음작업에서 이틀동안이나 호른의 최적 위치를 찾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다는 일화도 들었다.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런 최적의 배치를 찾는 것도 순전히 지휘자의 몫이다. 새로운 곡 새로운 단원이 모였다면 이제는 또 연습을 해야 한다. 재능이 다른 이들을 모아서 하나의 소리로 묶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무리 명지휘자라고 해도 한두번의 리허설에서 눈을 맞추는 것으로 전체를 이끌 수가 없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음악회에서 전체를 아우르고 완급을 조절해서 자신만의 색채를 품은 곡을 완성해야 한다. 카라얀의 지휘의 특징 중에 하나가 연주 중에 눈을 감고 지휘를 하며 많은 부분을 연주자들에게 위임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원들은 늘 긴장을 하면서 지휘자의 지휘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의 연주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누구 하나가 실수해도 그 모든 책임은 순전히 지휘자가 져야 한다. 그게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왜 지휘자를 마에스트로라고 부르는지 이유를 알 것같다.

어떤 조직이나 팀에서의 리더도 지휘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때로는 업무가 할당되는 경우도 있지만, 꾸준히 팀 내에서 이룩할 업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이룰 성과도 생각해야 되고, 단기적으로 만들어낼 결과물도 생각해야 합니다.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는 팀의 성격과 역량에 맞게 해석을 하고, 또 회사의 다른 서비스들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업무를 해석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미 완성된 팀도 있지만 때로는 팀을 처음부터 빌딩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특히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TFT같은 경우에 이런 업무해석과 팀빌딩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로젝트의 성패가 여기에서 결정난다고 해도 무관합니다. 우수한 역량을 지닌 팀원들로 팀을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팀원 간의 엄무조정이나 배치도 순전히 리더의 몫입니다. 팀 내에서 자발적으로 또 유기적으로 그런 조정이 이뤄지겠지만 이를 더욱 촉진시키는 촉매제는 결국 리더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였더라도 모든 일을 바로 해결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팀원들을 교육하고 새로운 스킬셋을 갖춰주는 것도 필요하고, 그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하모니를 이끌어내기 위한 긴장조정이나 프로젝트/업무 일정에 대한 완급조절도 1차적으로 리더의 몫입니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이런 것들이 자칫하면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지휘자이 평판이 한번의 연주회로 끝나지 않듯이, 조직 내에서의 리더의 평판도 한번의 프로젝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요합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의미입니다.

(2013.01.15 작성 / 2013.01.24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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