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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대학생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목이 낚시다. 이 글에서 특정 도서의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서 요청을 받았다. 대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 있나요? 작년 3월에 제 생각을 바꿔준 책 7권을 선정해서 글로 적은 적이 있다. (참고. 생각을 바꿔준 몇 권의 책) 내가 이렇게 몇 권의 기억남는 책을 선정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나의 관점과 경험에 맞는 책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누구에게 추천해주기 위해서 선정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선정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대상으로 책을 추천해주는 것은 나의 관점뿐만 아니라 추천받는 이의 관심사도 고려해서 책을 선택해야 한다. 더우기 대학생이라는 다양한 무리를 위한 책을 선정에는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특정 책을 선정하지 않으려 한다. 각자의 관심사와 경험에 맞는 책을 선택해야지, 누군가가 던저준 책은 나중에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간혹 불후의 명저가 있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책이라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을 법하다. (적다보니 그냥 ~하다체가 되어 따로 고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를 선정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적으려 한다.

지식 또는 즐거움
책을 선택할 때는 적어도 -- 책의 종류와 무관하게 -- 그 책을 통해서 지식의 폭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인생의 즐거움과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인가?를 물어봐야 한다. 당연히 이 둘을 모두 충족시키는 재미있으면서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면 더 좋다. 독서가 단순히 시간 떼우기의 역할을 한다면 그냥 수동적으로 TV를 보는 것이 더 낫다. 나도 예전에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그냥 독서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한심한 대답이었다. 인생에 도움을 주는 즉, 지식을 주거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떼우기 위해서 독서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낭비다. (간혹 시간을 떼우는 것 자체가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독서는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간접 경험이 된다. 글 속의 주인공과 감정이 동화되거나 글쓴이와 지식이 동조 -- 동의가 아님 -- 되어야 한다. 그런 감흥이 없는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이미 구입한 책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꾸역꾸역 읽어나가는 내 모습이 한심할 때도 간혹 있다.

진실은 어디에나
어떤 특정 책이 아니라 모든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그 책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내고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요즘 신문기사들을 보면 진실을 교묘히 숨기고 왜곡된 사실/의견을 전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의 내용이 모두 진실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속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의심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의심하고 고민하면서 책을 읽으면 그 속에 숨은 의미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추천해준 어떤 책을 그냥 좋겠지 싶어서 의미없이 꾸역꾸역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손에 잡히는 어떤 책이라도 능동적으로 읽어서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발견한 진실/거짓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관점을 확장해나가면 된다. 좋은 책은 좋은 독자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안목은 투자다.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좋은 책을 얻을 수 없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나 책을 찾아나서야 한다. 단지 전문가가 추천해줬다고 해서 무턱대고 읽는 것은 제발 피했으면 한다. 책의 표지에 적힌 서평은 대부분 쓰레기다. 그 서평대로 였다면 천지가 몇 번이나 개벽했을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책의 초반에 나오는 추천사 --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적었더라도 -- 는 읽지 않는다. 책을 고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구입해서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필터링 규칙 또는 안목이 생긴다. 자기 돈을 들려서 책을 구입해야 책값이 비싸고 아까운 것을 알게 되고 (한정된 자원 내에서) 더 좋은 책을 선택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경험상 그저 주어진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책이 읽혀지지 않으면 그 속에 보배가 들어있어도 내 것이 될 수가 없다. 시간도 그렇다. 아깝다는 것을 인지해야지 어떤 책을 잡더라도 그 속의 알맹이를 꺼내기 위해서 악착같아진다. (정 아닌 책은 빨리 버리는 능력도 생긴다.) 그렇게 구축한 필터링 규칙으로 이제 좋은 책들을 선정해서 읽어나가면 마구잡이식으로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필터링 규칙을 가졌다고 해도 3~40%이상 성공하지는 못한다. (지난 1년간 읽은 도서)

독서도 개성이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책 추천이 어려운 것은 나의 관점도 있지만 상대의 관심사도 충족시켜줘야돼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책 한권이 모두에게 유용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능동적으로 읽는 방법을 습득하고, 또 자신만의 안목을 키워서 스스로 책을 찾아(내)서 읽어라고 조언을 해주는 거다. 어느 유명인이 추천해줬다고 또는 그냥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구입해서 읽는 것은 피했으면 좋겠다. 물론 전문가가 추천해주거나 베스트셀러에 올라왔으면 실패할 확률은 그만큼 낮다. 그러나 그런 전문가 또는 일반론이 내게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다. 집단지성과 개인화는 항상 상존한다. 집단지성, 일반론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성향이나 환경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아직 독서 성향이 고정되지 않은 대학생들이라면 전문성보다는 다양성을 취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그런 후에 자신의 흥미, 전공, 업무, 상황에 맞춰서 그 폭을 좁혀서 전문성을 키워도 문제가 없다. 청소년들이라면 양서를 모아서 추천해줄 수도 있지만, 대학생들에게는 기성 사고로 그들의 사고영역을 제한하고 싶지도 않고 이제 그들 스스로가 독서와 생각의 폭을 넓혀서 자신의 길을 정할 때가 되었다.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간접) 경험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추천 도서를 특정하고 싶지가 않다. 나중에 다른 분야로 진출하더라도 젊었을 때의 다양한 독서경험이 새로운 분야를 찾는데도 도움이 될 거다. 처음부터 한 우물만 파고 들어가다보면 다른 우물을 팔 엄두도 못 낸다. 힘이 있을 때 이곳저곳 뚫어보는 것도 경험이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책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항상 책은 옆에 끼고 살았으면 좋겠다. 비록 시간 떼우기 용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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