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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1년만의 한라산 등정 (관음사코스)

1월 말에 관음사코스로 백록담에 다녀온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다시 -- 대선 후에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자는 목적과 함께 -- 한라산을 찾았습니다. 한라산 산간에 눈이 많이 오면 운전하기 위험해서 영실이나 어리목은 버스를 타고 댜녀와야 합니다.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한시간에 한번정도), 그래서 사람들도 많이 타서 여러모로 불편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운전하고 가도 큰 문제가 없는 관음사코스로만 한라산 설산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연말연휴 중이지만 귀찮아서 계속 미루던 한라산 산행을 오늘 회사동료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한라산 관음사코스에 대한 설명은 다른 곳에서 이미 많이 있으니 생략하고 그냥 오늘 총평이랑 사진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주도는 12월부터 눈이 내리고, 특히 산간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리는데 아직 한라산/백록담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대로된 설경을 즐기시려는 분이라면 12월보다는 1월말을 추천합니다. 관음사코스는 2월 이후에 조금 날씨가 따뜻해지면 눈사태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날씨가 풀리기 전 그리고 눈이 많이 쌓인 1월이 적기로 생각됩니다. 오늘도 생각보다 영 눈이 적어서 실망했습니다. 1년만의 산행이라서 진짜 힘들게 올라갔는데... 출발할 때는 날씨가 좋았지만 오후에 흐리고 비온다는 애기도 있었고 관음사코스가 힘들기 때문에 5DMk3를 들고 가는 것이 힘들 것같아서, 그냥 어제 새로 산 아이폰5로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원했던 장면들을 제대로 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백록담에서 파노라마 사진은 찍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여담.
오늘 산에 오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진화를 뜻하는 영단어 evolution, 혁명/변혁을 뜻하는 revolution, 그리고 퇴화를 뜻하는 devolution이 있습니다. 이들 EVOLution, REVOLution, 그리고 DEVOLution에는 공통적으로 "LOVE"를 꺼꾸로한 EVOL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진화에는 '사랑하다'라는 동사인 LOVE가 들어있고, 이는 진화는 동태적인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사랑해서 더 좋은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진화입니다. 변혁/혁명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명사 LOVER가 포함되어있고, 그런 변혁/혁명은 (자기 욕망이나 자기애도 있지만) 사회, 국가, 민족을 사랑하는 자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역사에 등장하는 많은 혁명들이 그런 사람들의 힘에 의해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퇴화에는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의 LOVED가 들어있어서, 퇴화란 '옛날이 좋았어'라는 식의 과거에 갖혀있는 (정적) 상태가 바로 퇴화입니다. 비전보다는 이미지만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도 일종의 (역사적) 퇴화입니다.

관음사 입구에서 4km정도 올라가니 본격적으로 눈꽃이 피었습니다. 이보다 아래쪽은 눈은 내렸지만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바닥에만 쌓여있습니다. 아직은 많아도 50cm정도 밖에 쌓이지 않았습니다.

눈꽃. 앞쪽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잘 맞지 않아서 그냥 찍었습니다.

여린 가지에 엄청난 눈이 쌓였습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

나무가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올라가는 길.

올라가는 길.

약 6km를 걸어서 드디어 삼각봉이 눈앞에 들어옵니다.

삼각봉과 삼각보대피소. 관음사코스가 안 좋은 한 가지 이유는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하지만) 코스 중에 컵라면을 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곳에도 대피소만 있고, 별도의 매점은 없습니다.

삼각봉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시.

삼각봉에서 보는 반대편 능선. 눈이 많이 쌓였을 때는 반대편이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이는데 아직은...ㅠㅠ

삼각봉휴게소를 지나서 왕관바위로 가는 길에 있는 구름다리.

구름다리 옆에서 보는 제주시 풍경. 관음사 코스에서 이곳에서 보는 뷰가 가장 일품입니다. 왕관바위 위와 백록담 근처도 좋지만...

더디어 3시간 40분 정도 걸어서 백록담에 도착했습니다. 아이폰의 파노라마 사진 기능이 이럴 때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아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함께 간 동료를 포함시킨 백록담 파노라마 사진.

정상에서 보는 제주의 동쪽. 멀리 성산일출봉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백록담 내부. 이렇게 쌓인 눈들이 녹아서 4월이면 백록담에 물이 차게 됩니다.

성판악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성판악 코스가 다소 길지만 (약 10km) 경사가 완만해서 초보자들에게는 더 편한 코스입니다. 그러나 너무 길어서 지루해요.

백록담.

이상입니다. 겨울에 제주도에 놀러오시면 아이젠 등의 월동/등산장비를 챙겨서 백록담이나 윗세오름에 오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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