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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사려니숲길 사려니눈길

오늘 사려니숲길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는 남원쪽 입구에서 5km정도 걸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516도로쪽에서 약 4km정도 (왕복 8km)정도 걸었습니다. 여름에도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진짜 모습은 겨울에 눈 온 후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큰 맘먹고 길을 나섰습니다는 아니고... 원래는 관음사코스를 이용해서 한라산 백록담에 갈 계획이었습니다. 대선 이후로 꿀꿀한 기분도 털어내고 지난 며칠간 복잡했던 생각들도 정리하고 또 여러 이슈들에 대한 블로깅 내용도 정리할 겸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밤에 조금 늦게 잠들어서 아침 8시에 눈은 떴지만 너무 피곤했습니다. 마침 창밖의 날씨도 매우 흐렸습니다. 산 아래에서 이렇게 흐린 날이면 정상에는 기온도 낮고 등산하면서 안개에 가려 위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에 더해서 결정적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춥고 귀찮아졌습니다. 그래도 연말 휴가 중에 계속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서 간단히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이젠이나 스패츠 및 기타 방한 도구들은 모두 챙겼는데, 1년만의 산행이라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잊었습니다. 차에 항상 비치되어있는 건데 길을 나서니 마음이 급해져서 그냥 아이젠만 끼우고 전진했습니다. 산행 시작할 때는 그냥 흐리기만 해서 카메라도 챙겼는데, 길을 가다보니 진눈개비가 계속 내려 사진도 몇장 찍지 못했습니다. 아래는 오늘 찍은 전부입니다. 예전에 물찻오름 (연말까지 안식통제중)을 가기 위해서 차를 타고 들어갔던 길을 막상 걸어갈려니 조금 XX했습니다. (XX에 들어갈 적합한 단어가 입밖으로 안 튀어나오네요.ㅠㅠ) 이미 여러 산행객들이 지나간 후라서 길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었습니다. 산책로만 따라가면 옷에 눈이 묻지 않기 때문에 굳이 스패츠는 착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길만 나있어서 앞사람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양해를 구하거나) 옆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스패츠가 있으면 더 낫습니다. 백록담이나 윗세오름에 가는 등산길과는 달리, 사려니숲길은 거의 평지길이라서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숲길이다보니 볼 수 있는 경치도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마친 오른발 뒤꿈치가 조금 까져서, 약 4km정도까지만 걸어가다가 되돌아왔습니다.

길을 나와서 근처 교래칼국수에서 점심을 먹으려했는데, 또 때마침 12/29까지 내부수리중이라서, 예전에 먹으러 갔다가 내부수리중이라 실패했던 함덕의 다래향 본점에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분점과는 또 다른 본점만의 맛이 있었습니다.

사려니숲길의 입구에서..

사려니숲길

큰 나무가 멋있어 보이고, 옆에 사진 찍는 사람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위의 나무의 오른쪽만.

눈덮인 사려니숲길 팻말.

숲길 중간중간에 계곡이 있습니다.

사려니숲길 (계속)

사려니숲길 (계속). 입구에서 1.5km까지는 숲길 관리자의 차가 지나가서 두갈래길이 나있었는데, 여기부터는 한줄로 쭉 이어집니다.

하늘에 걸친 나뭇가지

여름에 태풍 볼라덴으로 부러졌나 봅니다.

중간중간에 사려니숲길의 식물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는데, 아래쪽에 구멍뚫린 글씨가 눈과 잘 어우러집니다.

계곡의 바위 위로 눈이 덮이니 마치 작은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느낌입니다.

계곡 속으로..

돌아오는 길에.. 앞서 부러진 나무의 반대편입니다.

나무에 걸친 눈들이 뭉쳐서 떨어질랑 말랑합니다. 마치 백사가 가지에 걸쳐있는 듯합니다.

계곡.

계곡 반대편.

사려니숲길 (계속)

가는 길에는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어뒀습니다. 근데 벌써 왼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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