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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SNS의 오해와 이해

오래 전부터 SNS의 메카니즘에 대한 글을 적고 싶었지만, 굳이 다 아는 내용을 내가 또 적는 것도 일종의 공해가 될 것같아서 계속 미뤘다. 그런데 어제 시사IN에 올라온 <박근혜 후보, SNS 여론전략 보고 직접 받았다> 기사에 포함된 동영상 (아래 참조)을 보면서, 스스로 SNS 전문가라고 자평하는 사람이 SNS의 기본적인 메카니즘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또는 일부러 왜곡시켜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런 잘못된 부분을 보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보고 있는 듯한 표정의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이상 미뤄둘 주제가 아닌 것같아 결국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발표내용을 들어보면 SNS에서 N이 Network의 약자임을 모르는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P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나 군대의 일종인 ROTC라는 백그라운드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Network는 그냥 다단계, 즉 피라미드 Pyramid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발표의 내용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오해 하나.
가장 기본적인 오해는 산술적 팔로워수의 계산에 있습니다. (그냥 수치는 예로 들겠습니다.) 100명의 팔로워를 가진 100명의 사람들이 나를 팔로잉하면, 나의 2차 팔로워의 숫자는 10000명 (100 * 100)이다. 이 말은 얼핏 보면 맞다. 산술적으로 전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나의 팔로워 100명이 서로 팔로잉을 전혀 하지 않고, 그들의 팔로워들도 서로 팔로잉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10000명의 2차 팔로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수치다. 단적으로 내가 나를 팔로잉한 100명을 맞팔로잉을 했다면, 적어도 2차 팔로워수는 1만명에서 100명 (나)을 제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팔로잉했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학교나 직장 등에서 관계가 있거나 적어도 관심사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들끼리도 서로 연결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100*100은 1만이 되지만, 네트워크는 그렇게 일방향 트리가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2차 팔로워의 숫자는 예상치보다 많이 낮을 수가 있다.

오해 둘.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피라미드로 가정하자. 즉, 나의 2차 팔로워의 숫자가 10000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내가 적는 글이 그들 10000명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상명하달식의 군대조직에서는 대장이 말한 내용이 일반 사병에게까지 저대로 전달되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인 SNS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일단 내가 적은 글이 나의 팔로워100명이 모두 봤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들 100명이 리트윗/RT을 하지 않는다면 내 트윗은 나의 팔로워 100명에게서 생을 마감한다.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파/전달된다는 말에서 기본 가정은 그들이 자발적/비자발적으로 메시지/정보를 계속 전파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글을 본 사람들이 전혀 RT를 하지 않는다면 내 글은 단지 100명에게만 효력을 미쳤다. 그리고 100명 중에 몇 명이 RT를 했다면 수명이 조금 더 연장이 되었겠지만 산술적으로 10000명은 아니다. 물론 네트워크는 더 복잡하고 RT된 것이 또 RT되고 하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전파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냥 산술적인 수치를 마구잡이고 진실인양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일부러 숨기는 처사다. 많은 SNS 마케팅 회사들의 브리핑에 속으면 안 된다.

오해 셋.
진짜 내가 유명인이거나 내 글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내 글을 읽은 모든 사람은 리트윗할 수 밖에 없다고 가정하자. 앞의 가정에 중요한 문구가 있다. 바로 '내 글을 읽은 모든 사람'이다. 나의 팔로워 모두가 아니라 '내 글을 읽은 팔로워'다. 즉, 100명의 팔로워를 가졌다고 해서 그 100명이 모두 내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팔로워 중에서 오직 나만 팔로잉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내 글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100명정도 팔로잉하는 사람이더라도 과거글을 뒤저보면서 내 글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1000명을 팔로잉을 하는 팔로워가 내 글을 바로 읽었다라고 가정하기 어렵다. 사이비 SNS 마케터들이 저희는 수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했습니다라고 자랑을 한다. 그러나 마케팅 메시지가 그 수만명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오해 넷.
세번째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글을 적으면 100명이 언젠가는 읽을 거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도 틀렸다. 트윗이나 실시간 메시지는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그냥 흘러가는 정보다. 즉, 지금 읽지 않으면 전혀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에서처럼 너무 많이 팔로잉을 해서 그래서 그들이 쏟아내는 모든 글을 읽지 못해서 내가 적은 글이 그 글무더기 속에 파묻혀서, 그 글파도에 휩쓸려서 함께 사라진다. 물론 내가 진짜진짜 유명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내가 진짜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서 내 글을 모두 전수 조사를 한다면 내 글이 나중에도 읽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런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차라리 로또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 (물론 로또는 수동적이지만, 내 글을 읽혀지기 위해서 심각한 범죄는 능동적으로 저지를 수가 있기는 하다.) 지난 총선에서 김용민씨와 김구라씨의 과거 발언이 회자된 것과 같은 일은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서버나 다른 여러 인터넷 아카이브에 내 글이 아카이빙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빅데이터라는 말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마음먹고 찾아나서지 않는 이상은 내 글의 생명력은 수분에서 수시간, 길어도 며칠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경우는 좀더 긴 생명력을 가질 수가 있다. (그래서 단문의 트윗 전문가보다는 여전히 긴글을 양산하는 (전문)블로거들이 마케팅에 더 도움이 된다.)

오해 다섯.
그리고 네트워크에서 시간이 흐를수록/흘러도 연결이 지속/강화/확대된다는 이상한 믿음이 있다. 한번 친구를 맺어놓으면 가두리 양식처럼 내 영향력 밑에 놓여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연결될 거라는 헛된 믿음이 있다. 일반적으로 연결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연결수/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문장에서 '일반적'이 중요하다. 그 사람 (노드)가 진짜 일반적인 경우에 그렇다는 거다. 트윗을 자주해서 파워트위터러같은데 헛소리만 계속 한다면, 또는 내 관심과 무관한 이야기만 계속 올린다면, 또는 너무 과도하게 글을 올린다면 등의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관심사로 맺어진 연결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학연, 지연, 혈연의 관계가 있더라도 온라인에서 연결이 영구하다는 보장이 없는 것을 자주 본다. 또라이 집단에서 그들 사이의 연결은 강화될지 모르나, 다른 집단/개인과의 연결의 결속력이 생기느냐는 다른 문제다. 특히 위의 발표자에서처럼 특수 목적을 가진 사람, 일반적인 경우에는 (제품/서비스/행사) 마케터는 홍보성의 쓰레기글만 양산하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관계를 맺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연결이 끊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 100명의 팔로워를 가졌다고 자랑해도 내일 모두 떠나버릴 수 있는 것이 네트워크다. 마케팅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으로의 연결이 중요하지, 기존 고객과의 메시지 전파는 큰 의미가 없다. (고객관리의 의미가 아님) 네트워크는 진화하고 변화무상하다. SNS의 관계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좋은 글을 적어도 전혀 호응이 없을 때가 많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내 글이 그들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들을 뭐라고 탓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들이 나의 일부가 좋아서 팔로잉을 했지 나의 모든 것이 좋아서 팔로잉을 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특정 이슈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어쩌면 지금처럼 정보가 쏟아지고 관계가 복잡한 중에 내 글의 일부라도 누군가의 관심을 끌었다면 그것이 더 기적같은 일이다. 나도 수천명을 팔로잉하면서 모든 트윗을 같은 비중으로 관찰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항상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모든 글을 읽지도 않는다. 그냥 몇 시간에 한두번씩 접속해서 그 순간에 첫페이에 올라온 몇 개의 트윗에만 눈길을 돌리고, 또 다른 일에 정신을 팔아버린다. 나도 이러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어제도 글을 적었지만, 인터넷과 SNS는 큰 가능성과 도전을 우리에게 줬다. 그러나 아직으 가능성 중에 아주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다. 지나친 과신은 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SNS 및 SNS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은 제발 네트워크에 대한 기본 지식은 갖고 사기를 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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