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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겟인제주 GET4 리뷰

지난 글에서 겟인제주 4번째 여행을 다뤘습니다. (참고. 겟인제주 4번째 이야기) 지난 글에서는 2박3일 간의 여행일정에 맞춰서 가능한 객관적으로 적었던 반면, 이번 글에서는 주관적인 느낌 위주로 적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GET4의 좋았던 점과 다소 아쉬웠던 점으로 구분해서 적으려고 합니다. 순전히 개인의 경험 및 취향에 관한 글입니다.

좋았던 점. 반가운 얼굴들
지난 글에서는 '무서운 언니들'이라고 말했지만, GET2에 참가했던 분들이 대거 GET4에 참여했습니다. GET2에서 친해졌다고는 절대 말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봤던 얼굴들을 다시 보니 무진장 반가웠습니다. 물론 겉으로 그런 반가움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무진장 반가웠다는 것이 맞다는 걸 이 글을 통해서 확실히 말해둡니다. 다음에 또 올 것같아서 이러는 거는 절대 아닙니다. 물론 (밴드) 음악에 푹 빠져 사시는 분들이라 이매진 어워즈에 참가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왔겠지만, 그래도 GET2에서 좋은 인상을 가졌기 때문에 재참가를 결심했다고 생각합니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참가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야근까지 했다고 하니.. 한번의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아쉬운 점. 축소된 여행
GET4가 이매진 어워즈 IA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보다는 IA에 더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었습니다. 음악 팬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여행이 짧았던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GET의 한 꼭지인 강연은 열리지 못했고 (IA시상식 참석이 어떤 면에서는 강연이라 볼 수도 있을듯), 둘째날 여행은 반으로 줄고 장기간 공연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제주에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번이 처음인 분들도 계셨을텐데, 더 멋진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서 그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키고 싶은 욕심이 많은데 그럴 기회가 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아쉽습니다. 제주에 살다보니 자연히 제주에 애정이 생기고 제주의 자연/전통을 보전하고 그리고 그런 것들을 더 많이 알리고푼 욕심이 생깁니다. 폭우와 태풍의 중간에 낀 더 없이 화창한 날에 실내에만 갖혀있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좋았던 점. 락락락
여행이 축소되어 아쉬웠지만, 평소에 잘 즐기지 못했던 락밴드 공연을 6시간 연속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은 더 없이 좋았습니다. 특성이 다른 밴드들의 음악을 편견없이 듣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평소에 듣는 음악은 대부분 인기차트에 올랐거나 유명한 가수들의 음악 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CCM 이외의 대중가요는 듣지 않음) 그런데 평소에 듣지 못했던 아홉가지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마치 김치만 먹고 자란 소년이 처음으로 호텔 뷔페에 간 것과 같은... 이번 공연에서 인지도 면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가장 높습니다. 그래서 장기하 공연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사정과 스케쥴이 있겠지만, (그들도) 그냥 편견없이 모든 공연을 즐겼더라면 더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즐겁게 음악을 즐기다보니 알지 못했던 밴드/음악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 식도락
여행지의 음식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입니다. GET에서는 IA의 스케쥴에 맞추느라 제주 토속음식을 즐기는 기회가 적었습니다. 첫째날 만찬장과 둘째날 공연뒷풀이에서는 늘 먹을 수 있는 호텔뷔페였습니다. 친구 결혼식장에만 가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제주까지 내려와서 먹는다는 것은 좀 좋지 않았습니다. (보말미역국, 톳밀면, 제주고사리 비빔밥은 먹었음) GET2 때는 교래리 닭샤브샤브, 고기국수, 제주흙돼지, 해물탕 등을 먹었고, GET3에서도 회나 해물탕, 흙돼지 BBQ 등의 제주의 신선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GET4에서는 일정에 쫓겨서 뷔페 및 간단식만 먹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서귀포 K호텔의 뷔페는 먹을 것도 없었음) GET3에서처럼 숙소에서 BBQ 파티를 가졌다면 여행 참가자들끼리 그리고 공연에 참가했던 가수들과의 더 친밀한 교류의 시간을 가졌을텐데 그렇지 못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좋았던 점. 사용자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다음이라는 회사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도 만들고, 기술트렌드 등도 조사를 합니다. 그런데 직접 사용자들을 관찰하는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행과 공연을 통해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자신의 핸드폰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려주면서 뽐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활동을 더 원활하게 해주는 기기의 필요성도 느꼈고, 저는 평소에 스팸이라 생각하고 꺼두는 마플의 이벤트글을 계속 트래킹하면서 이벤트에 참가하는 이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션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용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 그리고 기획/개발팀 내에서 어떻게 교류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정보나 유희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관찰하지도 않고 그저 추측만으로 서비스/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나?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의 즐거움을 얻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 뒷풀이
GET이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바로 평소 좋아하던 아티스트들과 마주보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GET4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이 시간이 대거 축소/생략되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호텔에서 뒷풀이하면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을 수 있었지만 일정한 선이 그어진 만남이었고, 세째날도 스케쥴이 잘 맞지 못해서 대화시간을 갖지 못하고 단체 사진 한장만으로 끝냈다는 점은 탈출자들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을 법합니다. GET2의 크라잉넛도 공연 뒷풀이가 좋아서 다음에는 사비로 여행경비를 지불하고 GET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는 점은, 걸죽한 공연 뒷풀이가 탈출자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주는 장인 듯합니다. 그런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 계속 아쉬움으로 남을 듯합니다. 그러나 탈출자들은 계속 락페나 공연장을 찾아다닐테니 또 다른 장소에서 아티스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의 아쉬움이 오히려 더 간절함을 낳을지도 모르니...

좋았고 아쉬운 점. 새얼굴
여행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주어진 시간 내에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연인이나 친한 친구 2~3명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2~30명이 함께 여행을 나서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어제까지는 서로 모르던 2~30명의 무리가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낸다는 것은 참 좋습니다. 특히 GET의 경우 (밴드/공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해서 더 쉽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전 글에서 'GET/겟인제주는 패키지여행이지만 패키지여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점도 이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새로운 장소나 경치만을 사진에 담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점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제가 워낙 낯을 많이 가려서 특별히 제게 말을 거는 이들 외에는 제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해서 그들과 제대로 친해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좀더 편하게 다가갔더라면 새로운 친구들도 더 사귈 수 있었을테고, 또 여행참가자들도 더 많은 정보 (제주 및 제주에서의 삶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얻어갈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교차로 나열했지만, 사실 좋았던 점이 훨씬 더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다소 아쉬운 점이 남았겠지만 매번 똑같은 스케쥴대로 움직인다면 GET이 GET이 아닙니다. 8월에는 IA와 함께 하는 GET이었지만, 10월에도 또 다른 모습의 GET을 상상하게 되니 이 또한 설레고 즐겁습니다. 7월에는 건축이 주제였듯이, 다음에는 영화가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제주의 강정마을이나 4.3, 일제강점기유물 등과 같은 제주의 아픔이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GET을 경험했던 이들을 위한 GET리유니온이 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에서 주관하는 여러 문화프로그램과 결합해서 여행자들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도 있을 듯합니다. GET이 늘 새롭고 다른 모습으로 길게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수익을 남겨야 지속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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