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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소통과 소외

오늘 페이스북에 회자되는 글이 있습니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글입니다. 아래와 같이 시작하는 글입니다. 전문은 링크를 참조하세요.

그저께 오후에 귀국한 저의 트위터에는 몇 개의 글이 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봉천 12-1 주택재개발구역의 23가구에 강제철거가 어제 예정되어 충돌이 예상되고 용산참사의 악몽이 상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아침에 일어나 본 한겨레신문에는 이런 내용이 상세하게 기사화되어 있었습니다.

<후략>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링크

요약하자면 트위터를 통해서 강제철거소식을 듣고, 이를 막기 위해서 긴급조치를 취했다는 글입니다. 저는 이 사건 -- 강제철거와 긴급조치 --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이 사건의 시작, 즉 박원순 시장님이 이 사건을 인지한 일에 더 관심이 갑니다. 예전부터 비슷한 종류의 글을 적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생각만 있었지 (어쩌면 중간중간에 짧게 다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딱히 글을 적어야 겠다는 동기가 없었는데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을 듯해서 그냥 생각난 김에 글을 적습니다.

박원순 시장님은 강제철거 소식을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서 인지했다고 글첫머리에 밝히고 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IT/SNS 기술이 기존의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해간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얘기였고, 그것의 허와실 등에 대한 논의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널리즘이 기존의 저널리즘의 빈틈을 많이 메우기 시작했고, 어떤 분야에서는 대중매체를 넘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거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가 우려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가 빠져버린 함정이 있습니다. 트위터는 누구에게나 오픈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접속가능하다지만 누구나 접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가정에 인터넷망이 깔리고, 과반수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어떤 정보에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식의 주장이 넘쳐납니다. 전세계적으로 아직 인터넷 인구는 10억을 넘어서 20억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많이 잡아서 20억의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30%를 밑도는 수치입니다. 대한민국의 트위터 인구가 1000만명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인구의 20%만이 트위터를 사용합니다.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트위터를 통해서 박원순 시장님과 연결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주변의 누군가가 목격하고 트위터에 올리고, 많은 이들이 호응을 한다면 연결이 될 수도 있겠으나...)

소통의 시대에 소외를 말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소통과 소외는 어쩌면 빛과 그림자로 보입니다. 일전에 '모든 연결은 단절이다'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특정 인들과의 소통이 강해질수록 다른 이들과의 교류가 약해질 수가 있다는 점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더 전에 IT 엘리티즘 또는 선지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내가 트위터 헤비유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을 거라는 그런 쉬운 착각에 빠져버립니다. 지금 부당한 일을 목격해서 이것을 트위터에 올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호응을 얻을 거라는 그런 착각에 빠집니다. 물론, 지금 나를 팔로잉하는 5000명이 제 글을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글을 적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쉽게 소통할 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쉽게 소외받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내가 연결되었기 때문에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합니다. 박원순 시장님은 자신의 타임라인에 올라온 일반인들이 트윗들을 훑어보면서 강제철거 소식을 들었을 것입니다. 좀더 특수화시켜서 누군가가 박시장님께 직접적으로 트위터 멘션/DM을 보내는 상황에서만 연결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만약 강제철거 대상자들이 전혀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박시장님이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억욱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우연히 그 사연이 대중매체나 포털에 공개되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그러나 더 많고 많은 사연들은 그냥 그렇게 묻혀버립니다. 인터넷 세상, SNS 세상은 세상과 소통하는 세상이다라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착각의 늪. 만약 내가 억울한 사연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게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을까?를 한 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의 세상에서 소외를 생각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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