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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미쳐가는 사람들

이 글에서 '미치다'는 의미는 부정성보다는 긍정성을 더 많이 내포한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에서 'Here's to the crazy ones'의 Crazy와 거의 동급의 의미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렇더라도 전적으로 긍정성만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볼 수가 없다. 빛과 그림자는 한 쌍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회사 2층 테라스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스쳐간 생각이다. 옆의 사진은 그날 그때 찍었던 장면이다. 여러 글들을 통해서 나는 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밖을 봤을 때 여러 다양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런데 왜 이들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났다. 늘 다양성이 최고다라고 말하면서도 또 너무 다양하게 따로따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이 최고가 맞나?라는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래도 여전히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지론에는 변함이 없다. 단, 그 다양성이라는 것이 필요에 따라서 서로서로 엮이고 하나로 집중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그렇다. 하나로 묶일 가능성이 없다면 다양성은 우리가 극복해야할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직후에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사진 속의 모두는 즐거워보였다. 즐겁게 자기가 선호하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들은 미쳤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가는 것도 있지만, 늘 새로운 뭔가 놀이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그런 놀이거리를 찾기에 미쳐간다는 의미가 더 있다.

불과 2달 전에 GMC (Global Media Center, 지금은 다음의 자회사인 다음서비스의 직원들이 입주해있다.)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GMC에서의 모습은 물론 서울 등의 대도시의 회사생활과는 많이 다르지만 지금만큼의 다양성은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한 무리의 숫컷들은 공을 들고 운동장에 모인다. 몇 명은 농구를 하고, 몇 명은 캐치볼 및 피칭연습, 펀고 등의 야구를 한다. 보통 여성이 다수인 무리 (팀 등)는 그냥 한 켠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간혹 산책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있었다. 거의 이런 모습이 GMC에서의 모습이었다. 아, 그때는 공간 여건이 제한되어있어서 드립커피동호회는 활성화되었었다. 이 외에도 간혹 배드민턴을 친다거나 축구공을 가지고 논다거나 그리고 어디서나 담배를 피고 있다거나 등의 활동은 있었지만 놀이문화의 종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스페이스.1으로 이주한 후에는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또 새로운 놀이를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다. (참고로 GMC에서는 약 150~200명의 직원들이 있었고, 지금은 250~300명의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숫자가 늘어나서 자연스럽게 더 다양해진 면도 있다.) 단순히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지금 점심/저녁식사 후의 모습은 이렇다. 사실 너무 다양해서 다 적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에서 보듯이 한 무리는 오피스 옆의 텃밭에 채소모종을 심거나 물을 주기에 바쁘다. GMC에서와 비슷하게 수컷들은 스포츠에 빠져있다. 농구는 디폴트이고, 이제는 족구를 하는 무리가 생겼고, 테니스를 치는 무리가 생겼고, 골프 퍼팅장에서 퍼팅연습족이 생겼고, 여전히 야구 피칭족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얻었다. (그러나 게이트볼장은 있는데 게이트볼을 하는 이는 아직 못 봤다.) 풋살도 빠지면 안 될듯하다. (내가 하는 거니까) 언제부턴가 잔디밭에는 프리스비를 주고받는 무리가 생겨났고, 주변의 경치나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찍는 이들도 생겨났다. 자전거를 타는 이도 있고 장난감 헬기를 날리는 이도 생겨났다. 그리고 주변에 탐험할 곳이 많아서 다양한 무리들이 산책을 선택한다. 어느날 갑자기 연을 날리는 이가 생겨났고, 또 며칠 후에는 스턴트 카이트 (위의 사진 중앙)가 등장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내 행사를 위해서 준비되었던 즉석 텐트를 가져와서 치고 시간을 보내는 이도 생겨났다. 건물 안에서는 탁구를 치는 무리, 포켓볼을 치는 무리, 테이블 축구를 하는 무리, Xbox나 PS3를 하는 이들도 생겼다. 테라스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이도 있고, 여전히 커피를 드립하는 이들도 있다. 책을 읽거나 (담배/커피와 함께) 수다를 떠는 무리를 굳이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두달 전까지 이런 다양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억누르고 살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무엇이 이들의 욕구를 터뜨려줬는지... 왜 이제서야...? 이들은 늘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기 위해서 혈안인 것같다. 그래서 이들이 미쳐간다고 표현했다. 마치 어제까지 즐기던 놀이는 오늘 또 하면 그냥 도태되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이들의 창조적 힘을 보는 것이 좋다. 늘 새롭고 다른 것을 찾고 갈구하는 모습이 좋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보기가 좋고, 다양한 것을 수용하는 것도 보기가 좋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다양성과 창의성을 우리가 기획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에 잘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즐기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의 창조 에너지가 우리의 서비스에도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Just For Fun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조만간 그런 에너지가 모여서 More Than Fun으로 이어질 걸로 기대한다. 잉여는 단지 남는 시간, 허비하는 에너지가 아니다. 창조적인 잉여가 생산적인 잉여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며, 이 미쳐가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그리고 그들이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길... 몇 주 동안 고민하고 있는 Here's to the dreaming ones를 조만간 공개하고 피드백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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