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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생산적 잉여 ProPlus를 기대하며...

잉여의 사전적 의미는 '쓰고 남은 나머지'이다. 일반적으로 잉여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난다. 나머지, 이미 욕구가 충족되어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것. 깍두기, 놀이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못하지만 버리긴 아까워서 그냥 끼워주는 것. 쓰레기, (좀 과장된 듯하지만) 그냥 갖고 있기에는 짐이 되니 그냥 버리는 것. 부족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절제의 미득을 내세우는 문화에서는 흘러넘치는 것은 일종의 수치로 생각하기도 한다.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무모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부족하더라도 만족하며 살아라라는 그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잉여'가 긍적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냥 '잉여 문화'로 검색하니 '창의적 잉여 문화가 뜬다'라는 기사가 바로 보인다. 남아서 그냥 버리는 것이 잉여였는데, 이제는 문화코드가 되었다.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는 프로가 되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삶의 여유를 얻은 이후로는 건전한 아마추어 문화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잉여 그리고 아마추어 앞에는 재미 Just For Fun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창의 Creative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남는 시간이나 생각, 자원, 노력 등을 생존이 아닌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곳에 투자한다는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잉여가 단순히 개인의 재미, 즉 그냥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혼자 만족하는 그런 단계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그래서 창의적/창조적 잉여 Creative Surplus (Creaplus)가 아닌, 생산적 잉여 Productive Surplus (Proplus)의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생산 Production은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Creation과 같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생산적이다와 창의적이다의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를 인식했으면 한다. 창의적이다는 그저 기존의 방법과 다른 또는 새로운 시각으로 뭔가를 보게 되고, 그걸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면, 생산적이다는 굳이 새로운 방법이 아니더라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있다. Mass Production이라는 말은 있지만 Mass Creation이라는 말은 없다. (대량과 창의성이 연결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많은 부분에서 그냥 재미를 위한 행위다. 창의의 결과가 특별히 남을 이롭게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생산은 나만을 위한 행위는 아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이 주변에 전파되어 사용되어야 한다. 생산의 이유가 그것이다.

생상적 잉여라고 말을 붙인 이유는 이제는 잉여 문화가 자신의 남는 시간과 자원을 단순히 자신 또는 좁은 이너서클에서의 재미를 얻는 행위를 넘어서, 그런 활동의 결과물이 주변과 이웃, 그리고 세계에 가치 value와 효용 utility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번에 잉여 네트워크라를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참고. 사회를 위한 잉여 네트워크 More than Fun) 여기서 잉여네트워크가 단순히 재미를 얻기 위한 동호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에 기여를 하는 그런 생산적인 그룹을 뜻했다. 물론 생산적인 잉여는 창의적인 잉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기존의 가치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의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기존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그런 잉여는 별 매력이 없다.

지금 잉여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이 네트워크가 단순히 이너서클에 포함된 우리들의 만족만을 얻기 위한 Just for fun으로 끝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면 그에 따른 구체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부담을 가지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사회와 세계에 기여해야 한다. 재미 이상의 무엇 More than fun을 추구하는 그런 생산적 잉여 네트워크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현재는 그리고 미래에는 그런 생산적 잉여 그룹들이 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논의 중인 모임에서도 그저 인맥의 구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글이라는 형태의 정보화가 이뤄졌으면 좋겠고, 그리고 발전 후에는 서비스나 제품 (굳이 팔리는 생산품을 뜻하지는 않는다)의 형태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것을 실현할 수 없다고 깨닫는 순간 그 모임과는 이별을 고할 수 밖에 없다.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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