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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서비스와 자아실현

최근에 사옥을 옮긴 후에 느꼈던 여러 불편했던 점을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연결해서 생각한 글을 몇 개 적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느끼는 불편을 통해서 얻은 서비스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모호한 기능 불필요한 서비스) 오늘도 연결되는 주제의 글입니다.

불평에 앞서... 소소한 불편 사항들이 있음에도 신사옥으로 옮긴 이후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같습니다. 업무공간도 다소 넓어진 듯하고 주변에 산책이나 운동할 수 있는 곳도 많아져서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삶이 조금 여유로워진 것같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헬스토리로 돌변하지 않은 웰스토리의 음식품질에도 나름 좋아들 합니다. 물론 양이 적다는 불평은 좀 듣기도 하고, 퇴근 후에 10~11시가 되면 배고파져서 라면을 끓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봄과 함께 옮긴 새로운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스페이스.1으로 나들이를 오는 모습도 자주 보는 것도 직원들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측도로 생각됩니다. (물론 스페이스가 놀기에는 좋은 장소지만 집에서 접근하기에는 별로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음스페이스.1 이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것은 아닙니다. http://www.facebook.com/housebug77

건물은 크게도 지어질 수 있고, 웅장하게도 지어질 수 있고, 아름답게도 지어질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로 지어질 수 있지만 결국 건물의 참 의미는 그런 외관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새로운 건물에 많은 불만들이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려서 아름답게 건물은 완성되었는데, 그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여전히 불편합니다. 이제 동선은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불편들이 있습니다. 사소한 불편 사항이지만 그것 때문에 전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워실입니다. 샤워공간은 다소 넓어졌는데, 탈의공간이 너무 좁습니다. 그래서 옷을 벗고 입는 동안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그곳에 휴지통도 하나 제대로 놓아둘 곳이 없습니다. 화장실의 수를 떠나서 배치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장실이 계단 중간에 위치해있습니다. 그런데 중앙 계단에서는 0.5층과 2.5층에 남자화장실이 있고, 1.5층과 3.5층에 여자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계단에서는 0.5층에 여자화장실이 있고, 1.5층과 2.5층에 남자화장실이 있습니다. 계단의 위치에 따라서 남성/여성화장실의 위치가 제각가입니다. 예전에도 말했던 일관성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건물이 컨셉이 소통이라고 하던데, 너무 시끄럽습니다. 식당에서 한명이 의자를 빼면 반대편까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어느 곳 하나 조용한 공간을 찾기가 힘듭니다. 소통이 아닌 고통에 가깝습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로까지 확대하지 않겠습니다.

건축가는 이 건물을 디자인하면서 주어진 자원과 환경 내에서 최적의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디자인 기법도 활용했을 것이고, 새로운 건축공법도 적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름답게 지었습니다. (물론 저는 송이색을 잊힌 건물색이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냥 회색의 노출콘크리트였으면 더 깔끔했을텐데라는 생각도 여전하고, 비가 온 후에 페인트색이 씻겨진 것을 보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이 건물을 보고 있지만, 건축가는 자신의 자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이 건물을 만든 것같습니다. 그 속에서 생활할 사람들의 모습이나 행복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자신의 건축가로써의 커리어만 생각했는 것같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나는 이렇게 멋진 건물을 디자인하고 만들었다'라고 자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크고작은 불편과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물은 크기나 아름다움보다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이 우선입니다.

건축가의 건축물... 그런데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들은 고객들에게 행복을 주는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듭니다.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건축가가 자기 만족을 위해서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건물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들의 행동이나 심리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는 이런 서비스도 만들었다' '내 능력이 이정도다'라고 뽐내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니들은 상상도 못할 기능을 추가했다'고 자랑하는 기획자의 모습이나 '니들은 이렇게 아름답과 화려한 화면을 만들 수 있어?'라고 뽐내는 디자이너의 모습이나, '이번에 새로 나온 최신판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라고 자랑스러워할 개발자들의 모습 뒤로 '이 바보같은 녀석들은 이 쓸데없는 걸 왜 만들었어?'라고 조롱하고 힐난하는 고객들의 모습이 교차합니다.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들이 나의 자아를 실현시켜줄지는 모르겠으나, 고객들에게 만족이나 행복을 줄 수 있을지 참 걱정입니다.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많은 잘 만들어진 서비스들이 왜 실패할까요? 게중에는 너무 앞선 시기에 등장했거나 트렌드를 놓친 경우도 많지만... 기획자나 개발자들의 자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가 유유히 사라진 것들이 더 많을 듯합니다. 스스로 고객이 되어서 느껴야하는 진정한 불편이나 니즈는 방영하지 못하고, 스스로 신이 되어 느끼는 그런 우월감에 사로잡혀서 만들어지는 많은 쓰레기 서비스들... 나도 그런 쓰레기를 만드는 것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건물 속에서 생활할 사람들과 그들의 행복보다 건축가의 권위가 절대로 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듯,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들과 그들의 행복보다 기획, 개발자의 뿌듯함이 더 우선시될 수 없습니다. 남의 집을 짓는 건축가는 자신이 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아름답고 멋지게 지어서 자신의 건축 커리어만 쌓으면 돼듯이,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을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 개발자도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서 적당한 시기에 서비스만 오픈하는 듯합니다.

제가 이런 글을 적는 것은 주변에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많은 쓰레기같은 서비스들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스로 내가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내가 서비스를 만들면서 고객/사용자를 배제하고는 있지 않은가?' 등의 질문을 항상 고민하면서 만들겠다는 다짐의 의미입니다. 내가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고 사랑하는 서비스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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