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벚꽃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주말에 제주 전농로를 다녀오면서 만개한 벚꽃을 만끽하려고 모인 무리들을 보면서 욕망과 욕망의 충돌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날 '욕망의 충돌'보다는 이 벚나무들은 언제부터 이자리를 지키고 있었나가 더 궁금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벚나무들은 최소 30~50년은 더 되어 보입니다. 제가 포항에 있는 자그마한 대학교에 처음 들어갔던 1996년도에 폭풍의 언덕 (기숙사에서 78계단을 통과해서 공학동에 이르는 곳을 말함) 옆으로 벚나무가 심겨져있었는데, 2008년도에 제주로 옮긴 약 12년 동안 벚나무의 크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어린 벚나무 묘목이 3~4m정도 성장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다 성장한 벚나무의 기둥이 굵어지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포항에서의 경험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제주의 전농로의 벚나무도 적어도 50년은 더 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심겨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전농로 벚꽃거리를 상상이나 했을까요? 벚꽃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로 생긴 도로 가에 2~3m정도의 벚나무들이 심겨져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과연 이길은 언제쯤이면 전농로의 포스를 느낄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과연 제가 제주에 있는 동안, 어쩌면 살아있는 동안 그것을 볼 수가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제주 전농로 벚꽃거리

과연 누가 이 벚나무길을 조성했을까? 왜 그들은 그들이 제대로 누리지도 못할 무모한 짓을했을까요?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그들도 미친 짓이다라는 생각을 나무를 심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 건너온다면 그들은 스스로 대견해할 듯합니다. 초기 벚나무 묘목도 꽃을 피웠겠지만 지금처럼 멎진 자태는 뽐내지 못햇을 것입니다. 초기의 그 개척자들은 '언제 필지도 모르는 벚나무'를 심었을까요? 아니면 '언젠가는 필 벚나무'를 심었을까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던 스피노자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짧으면 다음 해에, 길어도 2~3년 내에 사과를 수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긴 10년 20년의 미래를 기약하면서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갑자기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유홍준 전 묹화재청장의 말이 기억납니다. 150년 후를 기약하면서 울진군 소광리 150만평에 금강송을 심었다는 그 얘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리고 스웨덴 비욘세섬의 일화도 떠오릅니다. 1829년도에 스웨덴 의회는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서 비욘세섬에 삼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는데, 150년이 지난 1980년에 '군함용 목재 준비가 끝났으니 인수바람'이라는 공문을 스웨덴 해군에 보냈다는 일화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욘세섬이 세계 최고의 울창한 삼나무숲 관광지가 되었다는..)

모든 변화는 즉시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서서히 효과를 냅니다.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를 인식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물론 좀더 빨리 효과를 얻기 위해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서 단발성 이벤트를 벌립니다.), 또 그 서비스를 몸에 익히기 위해서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최근에 많이 생겨나는, 아니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어가는 서비스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애초에 컨셉을 잘못 잡았고 트렌드에 맞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어낸 경우도 종종 보지만, 그것보다는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성과를 예단해서 조기에 서비스를 죽여버리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최소한 하나의 서비스 또는 스타트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3년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트렌드의 변화 주기가 더욱 짧아지다보니 3년이란 시간이 너무 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타트업들이 3년을 손가락만 빨면서 살아갈 각오도 없이 또는 자금도 없이 무턱대로 창업했다가 말아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던 2~3년의 시간이 새로운 서비스가 그나마 정착하는데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짧으면 3~6개월, 길면 1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냥 실패한 서비스로 관주해 버립니다.

'리더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어느 창의성에 관련된 연구소의 대표가 했던 말인데... 잘못된 기다림도 있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얻을 그 과실을 기다릴 수 있어야 수확의 즐거움도 얻고 배도 채울 수 있습니다. 편견과 예단...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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