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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애플과 캐논의 경우에서 본 소비자를 조종하는 가격 책정 정책

최근에 기다리던 두개의 제품이 발표/발매되었습니다. 바로 애플의 태블릿PC인 뉴아이패드와 캐논의 DSLR 카메라인 5D Mark3입니다. 보통 신제품이 출시되면 개선된 스펙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가격에 더 민감합니다.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아이패드1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제게는 아아패드의 활용범위가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이번에 출시한 뉴아이패드에 대한 구매의사는 없습니다. 그러나 2004년도에 구입한 캐논 20D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5DMk3는 매우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스펙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경쟁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캐논이 왜 이런 어중간한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했을까?를 고민하게 되면서 기능개선과 가격책정에 대한 무슨 꼼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입니다. 캐논의 사례만을 들기에는 좀 부족한 것같아서 애플의 가격정책도 함께 살펴봅니다.

업그레이드 & 가격유지.
뉴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기존의 가격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기능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가격은 동일합니다. 이는 이제까지 애플이 견지해왔던 일종의 규칙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그 사이에 개선된 그러나 가격은 내려간 부품을 신제품에 사용함으로써 신제품은 기능은 좋아졌지만 가격은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경우, '신제품 = 고성능 & 가격유지'의 기조를 당분간은 이어갈 듯합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가격이 현상을 유지하더라도 개선된 기능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것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기다리던 제품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애플의 신제품은 기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능개선 & 가격유지 정책은 잘 먹혀들어갑니다. 그리고 신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기존의 구제품의 가격을 인하시키는 투트랙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욱 홀리는 듯합니다. 많은 경우 기능이 개선되었더라도 가격을 인하할 요인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므로써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하고 기존 고객들의 저항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 가격인상.
캐논의 경우는 기능을 개선하면서 가격을 함께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폭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능 개선에서 오는 혜택은 별로 못 누리는 것같습니다. 오히려 경쟁기종에 비해서 기능도 떨어지면서 가격만 높였다는 비난도 받습니다. 그런데 '왜 캐논은 이런 정책을 취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여러 이유에서 가격인상의 요인들이 있었음은 분명하겠지만, 과도한 인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품이 처음 의도만큼 팔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조만간 다시 가격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캐논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4년을 기다렸던 제품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태이고, 그 제품을 즉시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많아졌을 것입니다. 제품 구매에 강한 의지를 가진 집단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바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초기 수요층을 대상으로 고가로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 가격을 다소/점진적으로 내려서 제품을 판매하면 초기 가격저항층들도 무장해제가 됩니다. 어차피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은 소위 말하는 고갱입니다. 비싸게 구입할 소비층들에게는 비싸게 판매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시간이 지난 후에 가격을 낮춰서 또 판매하고... 이것이 어쩌면 캐논이 의도했던 가격 책정 전략인 듯합니다. 지금 5DMk3의 스펙 대비 가격이 비싸고, 경쟁기종인 니콘 D800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캐논이 책정한 가격대로 제품을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어차피 구매할 사람은 구매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릴 것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기업은 초기에 적당히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해도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초기 제품 판매를 거친 후에, 전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 우리는 또 우매하게도 매우 기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지갑을 열게 됩니다. (더 기다리는 부류도 있을테고..) 처음부터 착한 가격으로 조금 더 많은 이들의 구매의욕을 끓어올리는 것보다는 초기 얼리어댑터의 욕구를 채워주고 이후에 대중을 상대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 듯합니다. 그리고,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제품의 생산이 수요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고가격 정책을 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SLR과 같이 카메라보다 호환 렌즈의 비용이 높은 제품군에서는 경쟁사의 가격이 낮더라도 경쟁사로 옮겨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득극대화를 위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전략인 듯합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는 이런 기업 관행은 사라졌으면 합니다.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소비자들은 믿고 소비를 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기업의 꼼수를 눈치채고 불매 등의 소비저항에 들어가면 그런 기업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소비자/고객/사용자들을 현혹할 방법들을 찾기위해서 항상 노력합니다. 때로는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과학적인 방법도 사용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이런 시대에 현명한 소비자가 더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기업의 전술전략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현명하고 단호한 소비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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