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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P

낙재기중 樂在其中

중학교 때로 기억된다. 학교에서 가훈전시회를 한다고 아이들에게 집 안에 걸어둔 가훈을 넣어둔 액자를 가져오라고 했다. 당연히 자발적 참여자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반에서 성적 상위자들에게 강제로 집에 있는 가훈을 들고 오라고 했다. (당연히 나도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특별히 가훈을 액자에 넣어두고 밤낮 뜷어져라 쳐다보는 일은 없었다. 그때도 우리집은 그런 거 없다며 힘껏 개겼지만 선생의 힘은 나보다 강했다. 그래서 어찌어찌해서 얻어서 학교에 가져갔던 문구가 저거다. 여러모로 손재주가 많았던 사촌형님이 붓글씨로 적었던 글인데... (그 형님이 지금도 그립다.) 어쨌던 그 전시회는 잘 끝났는지 못 끝났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액자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냥 야외에 버려지다시피 놓여있다가 비바람을 맞아 지금은 없어졌다.

'낙재기중'은 '논어'의 '술이15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아래 참조)' 중의 '낙역재기중의' 부분에서 온 말이다. 역하면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다. 모든 일에는 낙이 있다. 기쁜 일에는 당연히 낙이 있고 슬픈 일에도 낙이 있다는 뜻인 듯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각주:1]'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같다. 모든 일에는 즐거움이 있고,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또 과거의 추억이 되고, 또 기억의 영역 밖으로 넘어간다. 항시 재미있는 일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모든 일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야 된다. 그게 FUN이다. 주어진 재미가 아니라, 내가 찾아낸 재미... 힘든 시간은 자연히 흘러가겠지만, 힘들더라도 재미있게 흘려보내면 더 좋지 않겠는가?

아, 그리고 전에도 글을 적었지만 '힘들면 생각하게 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현실을 다시 보게 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생각하면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행동하면 해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굳이 해결이 아니더라도 다른 상태가 될 거다. 생각 속에 기쁨이 있고, 행동 속에도 기쁨이 있다. 성경 로마서에 등장하는 바울의 고백 "힘들 때도 감사하는 이유는 환난이 인내를, 인내가 연단을, 연단이 소망을..." 결국 힘듬은 미래를 향한 소망으로... 그래도 또 기뻐하게 되리라.

子曰(자왈)
飯疏食飮水(반소사음수)하고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라도
樂亦在其中矣(낙역재기중의)니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는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공자가 말하기를,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꿈치를 굽혀 베개를 삼아도
즐거움은 바로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못하게 부유하고 귀한들 낭게는 뜬구른 같은 것이니라. 
 
  1.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이 했다고 알려져있다. (솔로몬이 했던 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이 문장이 성경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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