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좋은 뜻도 아닌데, 우리 일상에서 늘리 사용되는 단어들이 있다. '전쟁'이라는 단어도 그런 것같다. 국가대표경기가 있어도 마치 전쟁으로 비유하고 있고, 학교 내의 작은 운동회나 평가시험 등도 마치 전쟁으로 비유하고, 입시나 취업은 당연히 전쟁 중의 전쟁으로보는 것같다. 그 외에도 '경쟁'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마치 전쟁의 한 장면으로 묘사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고, 그래서 모두 전쟁에 중독된 전쟁광이 되어버린 것같다. 개인화기로 사람을 죽이는 것 이상의 무서운 것은 그런 전쟁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전쟁이 있다. 자원 쟁탈전이다. 그런데, 그 자원이라는게 석유,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이 아니라, '사람'이다. 흔히들 HR이라 부르는 Human Resource는 참 씁쓸한 용어다. '휴먼리소스'를 한국말/한자어로 하면 인재 또는 인력 정도로 풀 수가 있다. '사람 = 재료' 또는 '사람 = 힘'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2008/9년도의 경기 침체기를 거친 이후에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는 사회분위기를 느낀다. 잠시나마 설마설마했던 코스피 2000도 넘긴 것이 어쩌면 상징적인 일이다. 여러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적어도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일종의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표식이다. 그런 수치적인 상징성을 제하고, 실질적으로 경기회복을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있다. (연봉이 대폭 상승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바로메터는 없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경기회복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흐름에서 볼 수가 있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늘상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꿈을 찾아서 떠나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이곳에 그들의 꿈이 있느냥 들어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경기침체기에는 그런 흐름이 경색되는 것이 보통이다. 특별한 연유가 없으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는 일도 없거니와 또 회사입장에서도 무리를 해가면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경우도 더물다. 그런데, 최근 몇달 동안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이들이 떠나갔고 또 많은 이들이 새로 들어온 것을 볼 수가 있다. 순간순간의 변화는 감지할 수가 없을지 모르지만, 6개월 또는 1년의 기간을 두고 전후를 비교해보면 주변에 적어도 30%이상의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같은 회사를 다니더라도 전혀 교류가 없던 이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별로 느끼기 힘들고 또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라는 말처럼 신입사원들이 충원되는 것도 몸으로 느끼기 힘들지만, 함께 프로젝트를 담당했거나 자주 교류가 있던 분들이 떠나는 것은 쉽게 표시가 난다. 최근에 그런 사례가 종종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나도 지금 경기가 풀리고 있는 단계구나라고 직감하고 있다. 경기가 풀린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다. 단지, 가깝게 지내던 이들이 조금 물리적으로 멀어졌다는 서운함은 남겠지만...
주변을 떠난 이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단지 잡담을 나눌 대상이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왜 사람들은 이 회사를 떠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라는 곳이 소위 말하는 업계최고 연봉을 보장해주거나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라는 것부터 말하고 시작해야할 것같다. 그런 의미에서 $를 찾아서 떠나는 이들은 오히려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는 늘상 꿈을 현실로 바꾸면서 살고 있지 않았는가? (꿈을 이루었다는 의미가 아님) 그래서, 그런 이들을 잡기 위해서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해보인다. 단지 더 줄 돈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이라는 거창한 명분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면 다른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그 '다른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현실이 안타깝다.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이 그들의 사우들에게 '돈'이상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곳이 된 것같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고액을 보장해주는 대기업이나 금융기업들에서는 실제 '돈' 외에 다른 것을 보장해주기도 힘들어 보인다. '~맨'이라는 허울뿐인 자부심을 내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런 자부심도 곧 사라질 것이 뻔하지 않은가?
나는 왜 이 회사에 들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저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그런 거창한 '꿈'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회사에서 이룰 꿈은 없다. 그러면 돈을 벌기 위해서였을까? 일부는 맞는 것같다. 사람은 늘 안정을 원하고, 삶의 보존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굳이 이 회사가 아니어도 된다. 아니, 더 좋은 데가 더 많다. 어쩌면 그냥 인터넷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었던 것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냥' 인터넷 사업은 아니었던 것같다. 연구실같은 자유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자유로운 회사보다는 그냥 학교의 연구실이 더 낫다. 사람들이었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있다. 좋은 사람도 있을테고 나쁜 사람도 있을테지만, 이곳이 더 낫고 다른 곳이 더 나쁘다라고 판단할 준거가 없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에 그런 판단을 내릴 근거도 없다. 그리고 사람이 이유였다면 원래부터 친했던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더 맞다. 그래서 미국의 DC 근교의 회사를 알아본 적도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데이터마이닝 (근데, 엄밀히 데이터마이닝은 아닌 것같은..)이라는 업무가 마음에 들었을까? 굳이 그렇다해도 대안은 많았다. ...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 충분한 이유가 없다. 그냥 그렇게 이곳에 있을뿐이다. 소위 말하는 운명일 수도 있고, 전능자의 설계에 의해서 이뤄진 사명일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흘러서 잠시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듯하다. 늘상 업무에 치여서 일에 대한 소명의식도 떨어지고, 늘상 쪼들리게 살면서 일확천금을 꿈꾸고, 늘상 사람들에게 실망해서 안락함을 찾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가? 그래서, 늘 떠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명확한 이유가 있을테니깐.. 더 많은 연봉을 원했을 수도 있고, 더 나은 삶의 기준을 원했을 수도 있고, 어릴 때부터 꿈꾸왔던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현실적으로 결혼 등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즉 내겐 없는 '이유'를 가졌기 때문에 그들이 늘 부럽다.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렇게 살면서 그냥 자연의 일부가 되고 말테다...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회사에 있다고는 생각한다. 물론 늘상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말했듯이 현실적으로 낮은 연봉수준에 대한 불만부터 더 큰 비전과 명확한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영진들의 무능에 대한 불만에 이르기까지 늘상 다양한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회사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제주라는 지방에 내려와있기 때문에 누리는 삶의 질도 꽤 괜찮은 것도 있고, 반대로 외부의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인터넷으로 큰 흐름은 파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소소한 이야기들은 얻을 수 없다. 포항과 제주에서 거의 15년을 보내면서 메이저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으면서 살아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름 괜찮은 회사다. 튀지도 않는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회사가 사실 대한민국에 몇 곳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렇게 튀지 않는 정도의 혜택을 주는 곳이기 때문에 '괜찮은' 곳이다라고 말해도 될 것같다. 그런, '괜찮은'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이 왜 떠나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이 정말 '괜찮은' 곳이 아닌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제대로/진짜 '괜찮은' 곳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자격지심도 가져보지만, 실질적으로 '나' 때문에 회사를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해본다면 (떠나는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트러블이 있었던 적도 없었으니), 결국 '그들'의 문제가 아니면 '회사'의 문제이겠지... 그들의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이상을 위한 것이니 잘 된 선택일 거다. 물론 이후에 후회도 많겠지만... 그렇다면 회사의 문제?... 아 심각해진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사람들이 회사를 창업하면서 '돈'보다는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만든다. 그런데, 창업을 이룬지 몇년이 지나면 이상은 사라지고 없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비극까지는 아니더라도, '희극'은 절대 아니다. 처음에 설정했던 꿈과 이상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거다. 시간이 흘렀고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새로운 이상과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노무 주식회사라는 곳은 장기적인 꿈과 철학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단기적인 돈돈돈 밖에 관심이 없다. 잘 나가는 거대기업이라면 그래도 '돈'만으로도 회사는 돌아가지만, 그저그런 중소형 기업에서는 '돈'과 함께 '이상/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주 작은 창업기업은 당연히 돈보다는 공유된 이상을 가져야겠지만... 그렇다. 지금 있는 이곳의 문제는 돈이 없어서는 아닌 것같다. 늘상 말하지만 '이상'이 부족하다. 그래서 난 늘상 경영진들을 욕한다. 그런데, 그들도 참 억울할 거다. 단기 수익이 주식회사의 숙명이기 때문에, 자기들도 어쩔 수가 없을테니... ...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 곳이 좋은 곳이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각 개인들이 꿈꾸는 이상이 뭔지를 알려고 노력하고 또 그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곳이 '회사'라는 조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돈 몇 푼을 아낄려고 돈보다 더 소중한 그들의 사우들의 사기를 꺽어버리는 그런 회사라면, 외형은 갖췄을지는 몰라도...
사람의 몸에서 피는 돌고 돈다. 경제사회에서 돈은 돌고 돈다. 그냥 사회에서 사람은 돌고 돈다. 너무 당연한 이치지만, 우리는 '당연함'에 거부 반응을 보일 필요도 있다. '당연함'은 당연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다고 당연히 느끼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 당연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원래 적고 싶었던 글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 종류의 글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차를 타고 회사에 오는 10분동안 어떤 내용/흐름의 글을 적을지 정리한다. 그리고, 막상 컴퓨터 앞에서 글을 적으나가면 의도했던 것과 전혀 딴판의 결과물이 나온다.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는 참 못 적은 글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보게 되면 명문으로 느껴진다. 겉으로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속에서 꾹꾹 눌르고 있던 속마음을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는 쓰잘데기 없는 하소연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명문인 이유가 그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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