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한국경제의 '아이패드이 적수... NYT 아이패드2 WSJ 갤럭시탭 왜?'라는 쓰레기 기사 때문에 사실과 왜곡 사이. What REAL Means.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오늘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아이패드를 사면 안되는 10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WSJ의 브레트 아렌즈가 적은 'Why I Don't Want an iPad for Christmas'라는 기사를 한글화한 것입니다. 당연히 아이패드를 구매하지 말아야하는 10가지 이유나 적어놨기 때문에, 국내의 주요 일간지들은 모두 받아쓰기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참고: 구글검색 브레트렌즈로 검색한 결과,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가 단순히 연합뉴스의 것을 그대로 배껴서 재기사화한 것이네요.ㅠㅠ) 그런데, 브레트 아렌즈는 12월 21일에 기사를 작성했는데, 왜 모든 국내 일간지들은 일제히 12월 28일에 이걸 번역해서 기사화했을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그런데, 브레트의 원기사를 보면, 가장 중요한 요점은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패드를 사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선물하면, 곧 새로운 모델들이 출시하기 때문에 아이패드 (신제품)로 얻는 효용가치가 새로운 제품 출시에 맞춰서 반감될 거라는 것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밑에서 다시 살펴보고...
그런데, 자신의 주장을 펼치거나 아니면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유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최소 3개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이유를 제시하면 주장의 요점이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 3개의 이유까지만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주장/설득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3개의 핵심 이유만 제시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유/증거가 3개보다 작은 경우, 주장이 빈약해 보이고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물론,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만으로도 효과적인 설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난 MB가 싫어.' 이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이유라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수긍을 일으킬 수가 있지만, 그렇지않다면 적어도 3개의 이유는 제시해야 상대가 내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3개를 넘어가는 이유들을 가져다대면, 말 그대로 주장이 진부해집니다. 핵심적인 이유가 아니라, 부가적이거나 크게 연관도 없는 이유까지 갖다붙이게 되고, 때로는 많은 이유들때문에 개별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는 이유이지만, 합치면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서로 모순인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WSJ의 브레트 아렌즈가 작성한 기사가 바로 후자에 속하는 것같습니다.
다음은 브레트 아렌즈가 WSJ에서 밝힌, 왜 아이패드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적합한지를 밝힌 10가지 이유입니다. 바로 앞의 문장에서 핵심은 아이패드가 부적합한 10가지 이유가 아니라,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적합한'이 핵심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합니다.
- It'll be cheaper next year. 내년에는 지금의 아이패드 가격이 내려간다. 이베이 등에서 중고물폼이나 애플의 리퍼제품을 사는 것을 고민해도 된다.
- It's going to be better next year. 내년에 새로운 제품 (아이패드2)가 출시된다. 그러면, 지금의 아이패드는 고물이 된다.
- Check out those profit margins. 애플이 제품 판매에서 얻는 이윤의 폭이 너무 크다. 애플과 애플 주주들만 좋은 일 시킨다. (? 이게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게 왜 10가지 이유에 포함되는지도 모르겠네요.)
- Competitors are coming. 올해는 아이패드 대항마로 갤럭시 탭밖에 없었지만, 내년에는 다른 메이저 제조사들이 태블릿PC를 출시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러니, 잠시 기다려보는 것도 좋다.
- No Flash.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웹의 많은 동영상들이 플래시기반이 많다.
- The cost of the add-ons. 아이패드 악세사리를 구입하거나 성능이 우수한 제품 (64G 또는 3G 모델 등)을 구입할려면 돈이 많이 든다.
- The games. 아이패드 게임에 중독된다.
- The waste. 아이패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 It'll get boring. 올해는 아이패드가 대세여서 흥분하지만, 바로 지루해진다.
- The whole Apple cult is starting to creep me out. (적당한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의 컬트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플은 언제나 오만했다.
이렇게 10가지 이유를 밝혔네요.
제가 처음에 밝혔듯이, 브레트 아렌즈 기자는 '아이패드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적하다'고 밝히면서, 10가지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에 부적한 합당한 이유는 사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합당해보이는 이유는 1 (내년에 가격이 내려감), 2 (내년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옴), 4 (경쟁제품들이 출시되면 비교해보고 구입하라) 정도입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당장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구입할 것이 아니라, 몇개월 더 기다렸다가 더 저럼하거나 더 성능이 좋거나, 다양한 옵션이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7가지 이유는 특별히 아이패드1이 크리스마스 선물에 부적합하다는 이유가 될 수가 없습니다. 3 (애플의 마진이 너무 크다)과 10 (애플의 컬트문화가 싫다)은 단순히 애플에 대한 기자의 악감정만 표출한 것이지, 이것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가 부적합하다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5가지 이유는 이번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사의 서두에 밝힌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과는 무관한 이유들입니다. 5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이패드2가 출시되어도 똑같을 것입니다. 6 악세사리 등의 부가기능을 위해서는 돈이 더 들어간다는 것도, 처음부터 플래시메모리의 용량 및 와이파이/3G에 따라서 가격을 차등화 뒀던 사실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만 가격이 차등으로 적용된 것이 아닙니다. 7 (게임중독)과 8 (웹서핑 등의 시간낭비)도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게임중독을 얘기한다면, 모든 게임기 (PS3, Xbox, Wii, 아이폰/터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심지어 PC까지)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적합하다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아이패드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웹서핑 등으로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도 아이패드에만 국한된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패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졌을 때만, 게임중독이나 시간낭비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글의 서두에서 밝힌 '아이패드의 크리스마스 선물 부적함'에 대한 좋은 이유가 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9 (곧 지루해질 것)도 모든 전자기기들이 갇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일단 오늘은 WSJ의 원문기사부터 논리적으로 오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그대로 번역해서 기사화한 연합뉴스의 수준도 의심해봐야겠습니다. 그나마, 해럴드경제의 경우, 기사 말미에 연합뉴스의 내용에 더해서 '웹서핑에 따른 시간낭비 부분은 인터넷이 되는 모든 스마트폰/태블릿에도 해당되는 것이고, 스티브 잡스의 태도나 애플의 수익에 대한 부분은 다소 감정적인 부분으로 아이패드 구매 시 고려해야할 사항으로는 논거가 불충분해 보인다'라는 코멘트는 달아두었습니다. (참고: 해럴드경제기사) 그리고,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12월 21일 기사를 12월 28일에 일제히 싣는 것은 또 왜 일까요? 처음부터 브레트 아렌즈가 내년에 더 기능이 개선된 아이패드2를 기다리거나, 다른 경쟁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기능/가격 등을 비교해보고 태블릿PC를 구입할 것을 권했다면 처음 의도했던 논리를 충분히 설명을 해줬을텐데, 불필요하게 더 많은 이유들을 갖다붙이다보니 전혀 핵심에서 동떨어진 얘기들만 나열하게된 꼴이 되었습니다. ...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거나 남을 설득할려면 그냥 핵심 이유/증거 3개만 제시하십시오.
진실과 거짓이 썪여있으면, 거짓이 진실이 될 수도 있고, 진실이 거짓이 될 수도 있습니다. 권위자/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번더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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