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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내가 글을 적는 방법 My Bad Writing Habit

 오늘 낮에도 글을 하나 적었다.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은 어제 낮에 했고, 또 지난 밤에 여러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에 앞서 정리되지않은 생각을 그냥 쓰내려갔다. 늘 그런 식이다. 어느 순간 글을 적어야겠다는 강한 욕구가 생긴다. 그리고 짧게 생각해본다. 이 주제의 글을 적어도 될까? 그런데 YES라는 확신이 들면 그날 밤은 그 글을 적을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기도 어려울 때도 종종 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개시켜나갈지 상상하면 너무 기뻐진다. 그런데, 막상 글을 적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빠른 시일 내에 글을 적지 않으면 마치 마이너스통장에 빚이 쌓이듯 마음에 글을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고 나면 처음에 어떤 의도로, 그리고 어떤 흐름으로 글을 적겠다는 초심이 다 사라져버리고, 그저 글로 생각을 표현해야만하는 목록만 남게 된다. 결국 처음 의도와 다른 의무감에 젖은 글을 적게 되거나 아니면 그냥 소중한 생각을 가차없이 버리게 된다. 그나마, 요즘은 트위터 등에 짧게라도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적기 때문에, 긴글에 대한 미련은 조금 덜해진 것같다.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또 글을 적는 것을 미루는 그런 경험을 자주하게 되다보니, 차음 그냥 글을 적겠다는 마음을 가졌는 그 순간에 바로 글을 적어나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글을 적으면 당연히 설익은 주제에 대해서 표현은 날 것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하루이틀을 고민하면서 글을 적더라도, 글을 적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생각이 리셋되어버리는 것같다. 글의 의도와 주제는 생각이 나지만, 첫 문장 이후에 적혀지는 단어, 문장, 표현은 글을 적는 그 순간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나간다. 그런데, 글을 적는 속도가 의식의 전환 속도보다는 항상 느리다. 그래서, 바뀌는 내 생각을 모두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면 그래도 내 의식의 흐름에 맞게 글은 적혀졌지만, 전체적인 논리적 모순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작 적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못하고,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게 된다. 지금 이 글도 그렇다. 몇 시간 전에 이런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또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적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적어나가고 있다. 진짜 나쁜 글쓰기 버릇을 가졌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글을 적을 때는 검토라는 것도 자주 잊는 것같다. 한번 적은 글에 대해서 다시 읽어보고 내용을 축소/보강하는 작업이나 표현을 순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터넷 특히 블로그라는 개인공간에서는 그런 과정이 사라져버리는 경향이 있다. 때론 글을 포스팅한 후에, 중요한 내용을 빼먹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데, 정작 그 중요한 내용을 포스팅된 글에 추가를 할려면 추가할 지점을 잘 찾을 수가 없다. 이미 내 글은 내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버렸는데, 새로운 의식이 중간에 끼어든다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트위터에서는 조금 다른 것같다. 실시간 단문의 특성을 가진 트위터에서, 때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격한 표현의 글을 적는 경우도 있지만, 짧은 문장을 적기 위해서 더 오랜 고민을 하는 것같다. 물론, 한번 트윗한 후에 오탈자를 발견하면 낯이 뜨거워지고, 더 좋은 표현이 있었는데 왜 그 때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고민도 있지만,... 그런 고민은 흘러가는 타임라인과 함께 그냥 과거에 묻어버리는 것같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가? '시간이 부족해서 길게 적습니다.' 짧은 글을 적으면서 더 오랜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 고민의 반에 반이라도 긴글에서 고민을 했더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도 덜 줬을테고 또 내가 주장하는 바를 더 조리있게 표현했을 것을...

 그래서, 내 글을 읽을 때는 글에 표현된 하나하나의 단어에 집중하면 안 된다. 그냥 전체에 흐르는 주제의식 하나만 잡아내면 된다. 나머지 모든 것은 그냥 헛소리다. 언제나 작은 주제나 실마리에 대해서 글을 적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법이니, 그냥 그 작은 실마리만 이해하면 된다. 나머지는 다 쓰레기다. 생각의 쓰레기를 글의 쓰레기로 양산하는 것에 매번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그래도, 그런 미안함을 뒤로하고 그런 배설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가 미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 또 마음대로 의식이 시키는대로 글을 적어나가고 있다. ... 이 나쁜 글쓰기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매번 준비될 수는 없지만, 준비를 하고 글을 적는 습관을 가져야 겠다. 영어로 적을까? 그러면 더 깊이 생각할 것같기도 한데... 물론, 콩글리쉬가 될 것이 뻔하지만.ㅎㅎ

 아, 그리고 보통 때는 블로그에 바로 글을 적지만, 지금은 OmmWriter (Mac)에서 먼저 글을 적는다. 이 텍스트 편집기 너무 좋다. 멀티태스킹을 잊게 하고, 글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준다. 눈덮인 듯한 배경 그림에서도 평안을 누리고, 물소리나는 배경음악에서도 평화를 누린다. 맥사용자라면 옴라이터를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수정: OmniWriter >> Omm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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