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로 기억한다. IT/인터넷에서 작년의 가장 큰 이슈는 실시간이었다. 그래서, 2009년은 (실)시간의 해라고 명명하면 좋을 것같았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가면 비슷한 논리로 2008년은 소셜/인간의 해라고 명명하면 될 것같았다. 물론, 시간개념의 서비스들이나 소셜개념의 서비스들이 그 이전부터 존재했었고, 여전히 진화중이지만 2008년도를 기점으로 페이스북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소셜에서의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2009년도도 비슷하게 시간 서비스들의 크리티컬 매스 Critical Mass를 지난 것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나는 2010년은 분명 위치/공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작년말부터 올해초, 그리고 올해 전부를 통해서 다양한 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기존의 대형 서비스들도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을 되돌아보면 TGiF 또는 GiFT로 대변되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다른 많은 서비스들이 자신들의 제품/서비스에 소셜기능을 장착했고, 시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고, 또 LBS로의 진화/통합을 이뤘다. 따지고 들면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이런 논리로 2008년은 소셜의 해, 2009년은 시간의 해, 그리고 2010년은 위치의 해라고 불러도 별 무리는 없을 것같다.
같은 맥락으로 그러면 2011년은 어떤 해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하게 되었다. 작년에 그랬듯이 '위치'라는 큰 그리고 너무나 명확한 화두를 쉽게 던질 수가 없었다. 일전에 트위터에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으니 보통의 분들이 '위기기반의 실시간 소셜'이라는 이상의 컨텍스트/문맥 정보를 통합하는 해가 될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물론, 이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단순히 2011년은 '통합의 해'라고 명명하기에는 그 이름이 그렇게 섹시 Sexy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본인은 폼생폼사에 약하다. 좀더 섹시하면서 많은 이들이 수긍할 수 있을만한, 그리고 실제 2011년에 구현/실현될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를 요며칠 사이에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조금 고민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2011년은 '거리의 해'가 될 것이다라고 일단 당당히 밝힌다. 1년, 12개월이 지난 뒤에 오늘의 이 매니페스토가 틀렸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 그런데, 내가 왜 2011년을 거리의 해라고 명명했는지 짧게나마 부연설명을 해줘야할 것같다. 적어도 아래의 3가지 축에서 나는 2011년을 거리의 해라고 부르고 싶다. ... 아래의 설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거리'는 중의의 의미를 가진 중의어다.
- 물리적 거리 Physical Distance: 최근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에서 열린 Web 2.0 Summit에서 구글의 CEO 에릭 슈미츠가 조명받았다. 그의 인터뷰 중에 일명 넥서스S의 프로토타입 (?)을 선보이면서, 앞으로 스마트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근거리통신칩 (NFC, Near Field Communiation) 기술 때문이다. 그리고, 약 한달정도 전에 애플의 특허가 일부 공개되었는데, 그 특허도 NFC에 관한 것이었고, 당연히 차기 아이폰 시스즈에는 NFC 칩이 들어갈 것이라는 후속 루머들이 있었다. (NFC에 대한 설명은 위치피디아를 참조) 이렇듯 물리적인 근거리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2011년에 주목을 받고 많은 실물 프로토타입들이 등장하리라 예상한다. 실생활에서 깊숙이 파고들지는 못할지 모르나, 적어도 우리의 인식 속에는 NFC라는 용어가 모바일/스마트폰, AR, 소셜 등과 같은 낯선 용어들처럼 우리의 기억에 파고들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실생활에서의 NFC도 정착할 것이다. 제가 2011년을 거리의 해라고 부른 첫번째 이유는 이렇게 근거리통신기술의 역습, 즉 물리적 거리 때문이다.
- 논리적 거리 Logical Distance: 올해의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는 (어쩌면 작년의 키워드였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바로 unfriend다. 바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친구관계로 맺혔던 것을 푸는 것이 바로 unfriend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 친구사이의 절교를 뜻하는 것은 아닐테고, 단지 온라인 상에서 업데이트가 너무 빈번해서 번거롭다거나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에서건 친구관계를 풀어버리는 (트위터에서는 unfollow)를 하는 것이 중요 키워드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몇년 동안 지나치게 소셜을 강조하다보니 마치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친구과 된 느낌을 받는다. 실제 Dunbar Number가 암시하듯이 우리가 (보통 사람의 경우) 실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조직에서는 그나마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150명 안팎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온라인에서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친구의 수가 1000명, 1만명을 훌쩍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많은 친구들 중에서 진짜 친밀한 친구, 평소에 말이라도 건네는 친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친구는 친구인데 진짜 친구는 누구인가?라는 식의 이상한 말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의 소셜 그래프 내에 존재하는 친구들도 다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 친한 친구가 있고 덜 친한 친구가 있고, 또 그냥 온라인 서비스 상에서 형식적으로 친구관계로 엮인 경우도 있고... 이렇게 친구의 정도, 즉 친밀도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같다. 그리고, 현재의 소셜검색은 단지 나의 소셜그래프 내를 검색하는데, 앞으로는 친구와의 친밀도에 따라서 차등랭킹이 적용될 것이다. 친밀도에 따른 이런 차등소셜의 개념, 즉 논리적 거리가 많이 주목을 받고 논의가 될 거이기 때문에 2011년을 거리의 해라고 명명했다.
- 공간적 거리 Street in Daily Life: 앞의 두 거리 - 물리적 거리와 논리적 거리 - 는 영어로 Distance지만, 세번째 공간적 거리는 우리가 걸어다는 거리 Street이다. 조금 말장난 Word Play를 한 것이지만... 2010년을 위치의 해라고 했고, 그만큼 많은 LBS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2011년에는 당연히 이들 서비스들이 더욱 우리의 일상 삶과 친밀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절대 잘못된 예측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많은 LBS들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의 서비스라기 보다는 단지 웹상의 서비스, 즉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서비스들이었다. 포스퀘어에서 체크인을 해서 메이어가 된다고 해서, 실제 삶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스타벅스나 나이키 등에서 프로모션 하듯이 포스퀘어 메이어에게 실제 할인을 해주는 등의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같다. 많은 로컬 비즈니스들이 기존의 LBS와 연계될 것을 예측한다. 지금까지의 LBS는 단지 인터넷 포털 기업들, 즉 서비스제공자의 입장만을 반영한 서비스였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서비스들이 실제 로컬의 상점들과 더 깊은 연관을 가지게 될 것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걸어다니는 거리에서 이제껏 우리가 구축해놓은 다양한 서비스들을 바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1년은 거리의 해다.
말장난같이 Distance와 Streeet를 혼용해서 2011년을 '거리의 해'라고 명명했지만, 그 의미는 절대 퇴색될 수가 없다. NFC 기술이 우리의 삶에 더 깊게 파고들수록 우리의 거리에서의 삶도 바뀔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친구들과 거리에서 대면해서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소위 (오프라인) 번개도 우리의 거리에서 더 많이 이뤄지겠지.. 물론, 2011년에 모든 것을 이룩한다는 의미에서 '거리의 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식이나 의식이 2011년을 기점으로 많이 바뀔 것같다는 의미에서의 터닝포인트를 지정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후로 2012, 2013, ... 등의 시간을 통해서 지금 상상만으로 가능한 일이 우리의 일상 삶이 될 것이다. '2011 = 거리의 해' 나쁘지 않은 명명이지 않은가? 동의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고... (비논리적인 저의 글에서 보이는 의미를 찾으려하지 마시고, 제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그것'의 내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추가. [제 정의상으로] 2008년도가 (실)시간의 해였는데, 2009년도에 트위터에서도 나름의 비즈니스모델 (프로모티드 트윗과 프로모티드 유저 등)을 찾아나가듯이, 2011년에는 위치서비스 LBS들이 비슷한 수익모델을 찾고 구축해나갈 거라 예상합니다. Yelp처럼 나름 수익모델을 구축한 경우가 있지만, 아직 검색에서 검색광고처럼 '이것'하는 그런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더 많이 해야할 듯합니다. (소셜의 경우 어쩌면 처음부터 타겟형 배너광고를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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