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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디지털 네이티브를 좀 이해하자. 그리고 IT배타주의도 좀 버리자. Digital Native & IT Chauvinism

 어제 실시간 6.2 지방선거는 여로모로 이슈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현 MB정권의 중간심판이니 북풍, 노풍이니 이런 이슈는 제 블로그에서는 별로 중요한 이슈가 아니니 그런 겻가지는 생략하겠습니다.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면 선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대선에서 20세기 초에 라디오의 등장으로 루즈벨트가 인기를 얻었고, 20세기 중반에는 TV의 등장과 함께 케네디라는 시대의 스타를 얻었고, 20세기 초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한국에는 노무현, 미국에는 하워드 딘과 버락 오바마라는 인터넷 정치스타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워드 딘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 시대의 기술을 잘 이용해서 대통령에까지 올랐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인터넷의 위력은 대단했는데, 그 중에서도 트위터 등의 실시간공유서비스의 위력이 부각된 것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선거독려캠페인도 전개되었고, 투표사진을 공유하자는 운동도 일어났습니다. 그러던 중에, 조금 우려되는 사건이 발생해서 기사화되었습니다. 바로 "미료, '투표지' 셀카 공개... 엇나간 '트위터' 사랑"이라는 기사가 유독 제 눈을 끌었습니다. 단순히 유명스타 (미료는 브라운아드걸스의 멤버임)가 투표용지를 찍은 셀카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 선거법위반인지 여부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전 그녀의 행위가 선거법위반 여부는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지금 글을 적는 컨텍스트 내에서는) 여담/참고. 선과위에서는 아직 선거도장이 찍히지 않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제가 위의 기사에 주목했던 점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정보공개 본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의 우매함에 한번 놀랐고, 트위터가 외산 서비스이기 때문에 '엇나간 사랑'이라는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기자의 경망함에 두번 놀랬습니다. 

 돈 탭스콧의 책 <디지털 네이티브>를 보면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태어나서 자라난 세대, 즉 현재 10대 후반에서 20대, 30대 초반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들은 이전 세대, 즉 현재 장년층인 베이비붐세대라던가 PC산업의 태동기를 거쳤던 3~40대들과 많은 모습에서 다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책 참조) 특히, 이들에게 나타나는 특색 중에 하나가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정보공개/공유를 위해서 이 세상에 나타났다고 표현해도 과하지가 않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한 개인정보/프라이버시 문제도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의 눈에는 심각한 범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참조: 프라이버시와 통제권) 브아걸의 미료는 81년생으로 디지털 네이티브의 초기세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 그리고 자신의 말을 인터넷 공간에 공개/공유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세대의 많은 이들이 이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런 것을 일종의 문화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가 조금 차이나는 이들이 보기에는 저들의 그런 공유본능이 참 한심스러워보이기도 할테고, 위험해 보이기도 할테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처음 기사를 적은 기자도 자신의 얇팍한 지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기삿거리를 건졌다는 심정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처음에 어떤 경로로 기사를 작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공개/공유문화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기성세대라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만약 그의 나이가 20대라면 애늙은이라 불러도 좋을 것같습니다.

 두번째로, '엇나간 트위터 사랑'이라는 표현이 참 눈에 거슬립니다. 제가 처음에 기사를 읽으면서 만약 '미투데이'에 투표지를 공개했다면 제목에 '엇나간 미투데이 사랑'이라고 적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성세대들 중에는 아직까지 무조건 국내의 서비스만을 이용하는 것이 애국이다라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삼성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차는 현대차를 타고다니는 자신이 마치 애국자인양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 이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애용하던 삼성과 현대는 국내의 소비자들을 마치 봉으로 여깁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제품가격을 높게 받고, 서비스는 엉망으로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항상 들고나오는 카드가 바로 '애국심 마케팅'입니다. 그런 쓰레기같은 생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회사인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기업을 왜 우리 국민들은 항상 사랑의 눈으로만 봐야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만약 트위터가 국내의 대기업의 서비스라면 기자가 감히 저런 '엇나간 사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요? 신문사 광고 수익의 대부분이 현대, 삼성, SK 등의 대기업에서 벌어들이는 신문사와 그들에게서 급여를 받고 있는 기자들이 그런 대형광고주들의 눈밖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오늘날의 신문이나 방송이 정보를 제공해주는 통로가 아니라 광고주들에게 아부나 하는 그런 장으로 바뀐지 오래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그런 의미에서 더욱더 순수한 블로거, 시민기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외산 서비스나 제품들에 대해서 더이상 나쁜 시각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기사들을 보면, 마치 아이폰이 삼성을 망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하는데, 전 늘 생각하기로 '아이폰의 국내 도입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은 삼성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구태의연한 삼성이 아니라 다시 뛰는 빠릇빠릇한 삼성으로 변모시켜준 것이 아이폰입니다. 다른 수입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보다 더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은 외산차들이 많이 들어올수록, 더 큰 혜택은 현대/기아차가 받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쇄국의 시기는 끝났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구글의 국내 진출로 기존의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직접 대면해서 경쟁하고 또 면연력을 키우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외제를 사용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오래된 헤게모니는 이제 버리고, 진정 애국이 뭔지를 다시 생각할 시점입니다.

 분명 미료의 행동은 부주의했습니다. 그래도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서는 그들 세대만의 문화와 철학은 이해하면서 기사를 쓰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을 항상 죄악의 소굴인양 좌경시하는 그런 시각도 버려야지 소비자들이 공감을 하는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오피니언 리더 및 전파자라고 자처하는 수많은 기자양반님들, 제발 공부 좀 하고, 좀 다양한 시각에서 글 좀 쓰주세요. 쓰레기 글만 쏟아내니깐 신문/방송산업이 몰락하는 거에요. 인터넷이 신문산업의 적이 아니라, 속에서 썩고 있는 사주와 기자들이 신문산업을 몰락시키고 있는 거랍니다. ... 결론은, 시대를 좀 배우고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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