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여론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Quo Vadis

 지난 주에 어제 실시된 6.2지방선거의 여론조사와 인터넷에 나타난 민심에 대해서 '여론조사와 샘플링의 덫'이란 글을 적었습니다. 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글을 적었기에, 실제 선거결과를 가지고 후속글을 적는 것이 마땅한 것같아서 간단히 의견을 더하려고 합니다. 먼저 지난 글을 간단히 요약하면, 수도권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의 선거여론조사에서 여당의 후보들이 야당의 후보들보다 10%이상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여론조사들이 주요 방송/신문사들에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검색에서 간단히 'vs 검색'을 해보면, 인터넷에서는 어떤 후보자를 많이 찾아보는지 알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프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여당후보들의 압승이 예상되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야당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프라인의 조사에서는 주소 집전화번호를 이용해서 낮시간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가정주부들이나 어르신들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나름 보수층들이 선호하는 여당후보의 지지가 높다고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수구언론들이 여론의 향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서 조작아닌 조작조사를 했던 것도 중요한 이유로 보입니다. 과장된 여론조사가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의 경우 남성직장인들과 2~30대의 젊은층이 상대적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진보성향의 야당후보들에게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글이 었습니다. 이 둘의 상반된 조사의 공통된 특징은 여론조사에서 샘플링을 잘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론 그런 잘못된/과장된 결과 때문에 진짜 여론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 하워드 딘의 경우, 그의 추종자들의 말만 듣고 실패한 경우이고, 다음 아고라 등을 비롯한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커뮤니티 내의 여론/성향만을 믿고 잘못된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편향된 샘플링은 조사의 신뢰도도 떨어뜨리지만,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제품 기획/마케팅에서 포커스그룹 또는 테스트그룹의 실효성이 종종 제기되는 것도 여론조사의 편향된 샘플링과 원론적으로 같은 이유에서 발생합니다. 고객지향혁시 Customer-driven innovation이 많은 경우 성공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쳐버리고 대실패하는 경우도 같은 이치이고, 반면에 스티브 잡스 주도의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여러 분야에서 일반 분석/비평가들의 예상을 깨고 성공하는 것도 이런 편향된 샘플링을 극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전문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라는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좀 길게 벗나간 얘기를 했습니다.)

 선거전의 여론조사에서는 여당후보의 압승이, 인터넷 트렌드에서는 야당후보의 선전/압승이 예상되었습니다. 실제 어제밤의 개표결과는 모두 아시겠지만, 서울시장은 근소한 차이로 여당의 오세훈 시장이 수정했고, 경기도지사에서는 5%정도의 차이로 김문수 지사가 수성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오세훈시장과 김문수지사가 최소 10~15%이상의 격차를 보일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천시장의 경우, 오히려 야당후보인 송영길 전의원이 안상수 현 시장을 5%정도의 차이를 두고 신승을 거두었습니다. 단순 승패를 가리는 블리언 정확도에서는 여론조사가 67%의 정확도를, 인터넷 트렌드가 33%의 정확보를 보이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일견 승리한 것같습니다. 그런데, 정량적인 수치면에서 이번 여론조사들은 모두 참패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인터넷 트렌드도 정량적인 부분에서 참패한 거나 매한가지입니다. 100년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여론조사들이 최근의 여러 선거에서 매번 죽을 쑤는 이유가 참 궁금합니다. 심지어, 선거후의 출구조사에서도 최근의 선거들이 여론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번 선거에서는 방송4사 (MBC, KBS, SBS, CBS)가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했는데, 선거전 여론조사보다는 정확도가 높았지만 과거에 보여줬던 포스는 못 보여준 것같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이제 여론조사방법도 달라져야할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검색어회수나 신문/방송/블로그에 언급되는 키워드의 출현빈도 등으로 여론의 향방을 결정하는 새로운 조사방법이 적용되어야할 것같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집전화 위주의 일부 유권자/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던 여론조사 방식을, 핸드폰으로 확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실효성이 있는 여론조사 방법일 듯합니다. 그리고, 현재 난립하고 있는 수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의 도덕성/모럴 해저드 Moral Hazard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단순히 조사의뢰기관에서 받는 수익 때문에, 그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는 그런 부도덕한 조사기관들은 이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편향된 결과를 가지고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그런 기관들의 부도덕성도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한나라당이나 정부기관들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잘못된/편향된 여론조사를 가지고 정책을 운영하는 그런 비도덕성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영원히 1.0에 머무를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흐르는 또 다른 편향된 민심도 경계를 해야 합니다. 일부의 오피니언 세터 또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편향된 여론주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3.0에서는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일부 부작용도 보이지만, 바로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어서 잘못된 정보들이 빨리 자정되는 모습은 참 긍정적입니다. 군중에 의견을 삽입시키는 것이 여론이 아니라, 궁중 속에서 삭트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 여론입니다. 과연 21세기의 여론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하면 그런 여론을 잘 찾아내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여론을 리딩할 수가 있을까요? 

 기독교에 '퀘바디스 도미네 Quo Vadis'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뜻하는 라틴어입니다. 같은 질문을 지금해야할 듯합니다. '여론은 어디로?' 여론을 조사하는 기관도 그 방법의 세련함을 더해야하고, 이런 여론조사결과를 의뢰하고 활용하는 기관들의 도덕성도 더욱 투명해져야 합니다. 여론이 가는 그곳에 미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여론의 끝은 몰락/파멸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반응형